아동 성범죄자의 항변‘나는 어린이와 추잡한 관계를 가진 성범죄자가 아니다. 나는 치유자(Therapist)다.’한 소아성애자의 광기를 그린 블라디미르 나보코프(Vladimir Nabokov)의 《롤리타》 속 한 문장을 떠올린다. 어린 소녀를 대상으로 한 성인 남성의 거리낌 없는 폭력을 지켜본다는 게 내내 께름칙했지만, 본 책을 완독할 수 있었던 까닭은 각종 미사여구와 암시, 언어유희가 재미를 주었기 때문일 거다. 위 문장에서도 ‘치유자(Therapist)’를 ‘강간범(The Rapist)’으로 해석할 수 있도록 중의적으로 사용했다는
‘90년대의 기억내 뇌리에 새겨진 ‘90년대 알엔비의 인상을 나열해보면, ‘뉴 잭 스윙(New Jack Swing)’과 ‘프로듀서’가 맨 앞에 자리한다. 뉴잭스윙은 당시 크게 유행했던 댄스 양식이고, 댈러스 오스틴(Dallas Austin), 저메인 듀프리(Jermaine Dupri), 지미 잼과 테리 루이스(Jimmy Jam & Terri Lewis) 같은 스타 프로듀서들이 시장을 이끌었다. 따라서, 앨범에 누가 프로듀서로 참여했느냐는 큰 관건이었다. 음악을 들을 때마다 앨범 크레디트를 뒤적이며 어떤 프로듀서가 제작에 참여했는지
‘90년대 회고‘90년대 중반, 4인조 알엔비(R&B) 그룹 조데시(Jodeci)에 열광할 때가 있었다. 구성원 케이씨(K-Ci)의 걸걸한 목소리와 디반테 스윙(DeVante Swing, 이하 디반테)의 감각적인 편곡의 조화는 여느 음악에서 느낄 수 없는 독보적인 매력을 풍겼다. 특히 디반테가 만들어내는 리듬은 생동감이 있어 박자를 따라 두드려보는 재밋거리를 주었는데, 그중에서도 높은 난도로 도전 욕구를 불러일으킨 곡은 3집 앨범 [The Show, The After-Party, The Hotel (1995)]에 수록된 “S-Mor
하더웨이? 해서웨이!“도니 하더웨이 있어요?”“하더웨이가 아니라 해서웨이입니다. 햇·서·웨·이!”소울(Soul) 음악인 도니 해서웨이(Donny Hathaway, 이하 도니)를 떠올릴 때마다 어느 레코드점주에게 발음을 지적당했던 일화를 상기시킨다. 당시 괜스레 억울한 마음이 일어 “저도 압니다. ‘마돈나’는 ‘머다나’이고 ‘마세오 파커’는 ‘메이시오 파커’라는 것을요.”라며 마음속으로만 외치고 샐쭉거렸다.그 레코드점은 좋은 음악이 흘러나오고 진열대에 라이선스 과정을 거치지 않은 직수입 음반들이 빼곡히 놓여 있던 나만의 핫플레이스였다
Babyface한때 미국 알엔비(R&B) 음악 시장을 흔들었던 토니 브랙스턴(Toni Braxton)의 재혼 소식이 세간에 떠들썩하다. 나는 상대가 베이비페이스(Babyface)가 아니라는 게 못내 아쉬웠다. 근래의 듀엣 활동이 제법 잘 어울리는 한 쌍으로 비친 탓이겠다. 그녀가 듀엣 음반 [Love, Marriage & Divorce (2014)]의 부클릿(Booklet)에 그를 ‘음악적 남편(Musical Husband)’이라고 기록했는데, 실제 예비 신랑은 래퍼 버드맨(Birdman)이란다. 덕분에 한동안 고래등만 하게 키운
Black lives matter올해 초, 미국 사회를 뒤흔들었던 '미시시피 버닝(Mississippi Burning)'의 주범 에드거 레이 킬런(Edgar Ray Killen)이 93세의 나이로 사망했다고 한다. 미시시피 버닝은 1964년 미시시피 주에 아프리카계 미국인(이하 흑인)의 참정권을 알리고자 방문한 인권 운동가 3명이 백인 우월주의 비밀 결사 단체 쿠클럭스클랜(Ku Klux Klan, KKK)에 의해 살해당한 사건이다. 앨런 파커(Alan Parker) 감독의 영화 은 당시 사
Intro최근에 나온 알엔비(R&B) 앨범 중에서 가장 큰 이슈는 역시 키스 스웨트(Keith Sweat)의 [Playing For Keeps]였다. 데뷔 이래로 지금까지 그의 열혈 팬을 자처하고 있었고, 테디 라일리(Teddy Riley)와 함께 ‘뉴 잭 스윙(New Jack Swing)의 선구자’로 명성을 크게 얻은 인물이라서 기댓값을 높게 매길 만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정도의 기대는 안 하는 게 나았다. 그건 마치 백인 알엔비 음악인에게 배타적인 옛 소울(Soul) 마니아의 태도처럼, 향수를 향한 물색없
Intro몇 해 전 비제이 더 시카고 키드(BJ the Chicago Kid, 이하 비제이)의 “Turnin’ Me Up” 뮤직비디오를 보며 쏠쏠한 재미를 맛본 기억이 있다. 소파에 누워 노래하는 비제이의 모습은, 과거 마빈 게이(Marvin Gaye)의 “I Want You” 리허설 장면을 떠오르게 한다. 분명히 이것은 위대한 음악인 마빈 게이를 향한 헌정이었다. 결국, 청각으로만 느꼈던 쾌감이 시각으로 번져 들불처럼 타오르고 말았다.비제이는 그해에 데뷔 앨범 [In My Mind (2016)]으로 ‘그래미 시상식(The G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