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이은지 칼럼니스트】몇 해 전부터 봄철마다 ‘황사’라는 불청객을 맞는 것이 연례행사가 되었다. 이 불편한 손님은 이제 미세먼지도 모자라 입자 크기가 머리카락 지름의 30분의 1밖에 안 되는 초미세먼지까지 대동하고 한반도를 두루 훑으며 그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과거를 반추해보면 몰라보게 달라진 환경 속에서 사람들이 황사 마스크를 쓰고 다니고, 몸 속 먼지를 씻어낸다는 명분하에 돼지고기를 먹고, 공기청정기를 틀어대는 것이 그리 놀랍지도 않게 되었다.하지만 황사 먼지처럼 촘촘하게 일상으로 쳐들어오는 것들에 대해 철벽방어만
【투데이신문 이은지 칼럼니스트】1938년 DC코믹스에서 태어난 슈퍼맨은 멸망 직전의 외계 행성 크립톤에서 미국 캔자스 주에 불시착한 로켓 속에 타고 있던 꼬마아이였다. 아이는 어느 선량한 부부에게 거둬들여져 소박한 중산층 청년으로 성장한다. 그는 평소에는 데일리 플래닛의 신문기자로 평범한 삶을 영위하다가도 도시와 외계의 악당이 등장하면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여 이들을 소탕한다.그는 자신과 하등 상관 없는 불의에 맞서 정의를 수호하는 정의의 심판자이다. 사실 도시의 범죄자를 처리하는 일은 도시의 경찰이 맡아야 하는 일이며, 경찰의 의무
【투데이신문 이은지 칼럼니스트】요즘 TV를 들여다보면 미식시대가 따로 없다. 맛집들을 찾아다니며 먹방을 연출하는 부터 촌구석에서 하루 온종일 밥 해먹는 것으로 소일하는 , 매주 선정된 몇 식당들을 놓고 품평회를 벌이는 에 이르기까지, 바야흐로 일차적인 욕구의 전성기다. 미각에 대해서 뭐 그리 할 말이 많을까 싶지만, 곰곰이 따지고 보면 미각만큼이나 주관적이고 무궁무진한 감각도 없다. ‘맛Geschmack’이라는 단어에는 ‘취향’이라는 의미가 필연적으로 들어 있다. 이는 우리말의 ‘입맛대로 하다’
【투데이신문 이은지 칼럼니스트】얼마 전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에서 인생이 바둑에 비유되었듯이, 서양에서는 체스가 삶과 세상에 대한 비유로 즐겨 사용된다. 이에 즉물적으로 화답하는 책이 다. 는 슈테판 츠바이크가 1942년 2월 약물 과다복용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마지막으로 남긴 유작이다. 그는 숨을 거두기 불과 며칠 전에 이 작품을 완성하였으며, 작가의 각별한 애정이 담긴 ‘이야기 형식의 유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1881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유대인 대부르주아의 아들로 태어난 츠바이크는 젊
【투데이신문 이은지 칼럼니스트】빚 권하는 사회에서 우리 모두는 빚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빚은 어린아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만국민의 그림자가 되어 몸집을 불리고, 대물림되고, 인류 최후의 날까지 번영할 것처럼 보인다. 빚은 개인의 심신을 옥죄며 그 자유의지마저 한낱 꼭두각시로 만들어버린다. 나는 지난 몇 년 간 학자금 대출금을 갚느라 줄어드는 통장잔고에 나의 자존감을 투사하며 살아온 바 있다. 그런데 기적처럼 원금상환이 끝나고 드디어 매월 20일 미동도 않는 통장잔고를 마주하면서 왠지 모를 불안이 엄습하는 기이한 체험을 했다. 빚
【투데이신문 이은지 칼럼니스트】한 여자가 휴식을 취하러 지인의 산장에 놀러갔다가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거대하고 투명한 벽 속에 꼼짝없이 갇히게 된다. 벽 바깥의 모든 생명들은 폼페이의 유적처럼 굳은 채 죽어버리고, 그녀는 주위에 남은 개와 소, 고양이 등과 함께 산중에서 홀로 생존을 모색하게 된다. 오스트리아 여성작가 마를렌 하우스호퍼의 은 1963년 출간 당시에는 빛을 보지 못하다가, 1980년대 독일에서 가상의 핵전쟁 이야기가 방영되며 핵에 관한 공포가 팽배하던 중 재출간되면서 베스트셀러가 된다. 2012년에는 줄리안 푈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