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무렵의 3년쯤을 중국 베이징에서 보냈다. 학생이자 동시에 이곳저곳의 한국어 강사였던 나는 그중 한곳인 인민대학교 유학생 기숙사에 머물고 있었는데 방학이 되면 가끔 마작 모임을 열었다.딱 지금 이맘때쯤이었다. 많은 유학생들이 고국...
종교와 정치와 연예와 교육을 단 한 사람이 총괄하던 시대를 우리는 제정일치 시대라고 부른다. 제사장인 단군할아버지는 종교인, 정치인, 선생님, 연예인의 역할을 당신 혼자서 모두 책임져야했다. 그러니까 단군 할아버지는 오바마 전 대통령...
입시철을 맞아, 나의 고3 겨울로 잠시 되돌아가볼까 한다. 몸도 마음도 몹시 추웠던, 처음으로 운명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았던 30년 전 그때로.1986년 겨울, 점쟁이는 ‘이 아이가 사람을 몰고 다니는 운이라 어디에 원서를 넣어...
세상 여자들이 선호하는 두 종류의 남자가 있다.교회 오빠(종교의 종류, 유무와 상관없이)그리고 나쁜 남자.교회 오빠 스타일인 남자들은 다정하고 섬세하다. 여성의 입장에서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그 남성이 사기 치는 것만 아니라면, 원래...
2011년 가을부터 7년째 탈북민 인터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매주 한 분씩 만났으니 이 땅에 뿌리내린 3만 탈북민 중 1%가 넘는 분을 만나본 셈이다. 북한의 인권실태에 관한 한, 가장 많이 코끼리 다리를 더듬어본 맹인 중 하...
J가 정말 오랜만에 나를 찾아왔다.방송사 아카데미 수업에서 선생과 학생으로 만난 인연을 이어 서로 친구처럼 지냈던 J. 다들 그렇듯 사는 게 바쁘다보니 서로의 삶에서 조연급이던 처음의 배역은 엑스트라로 내려앉았다가 카메오가 되었다가....
가난한 신혼부부가 있었다.둘은 한 달간 국내에서 신혼여행을 했다. 사이판이나 괌으로 떠날 돈이면 한 달쯤 국내를 떠돌 수 있었다. 마침 둘 다 백수였고 신혼집은 옹색하기 짝이 없었다. 둘은 되도록 천천히 현실로 돌아오고 싶었다. 자동...
내가 최초로 읽은 미스터리 멜로물은 안데르센의 동화 이다.극 중 눈사람은 어쩐 일인지 난로를 사랑한다. 제 생명마저도 녹여버릴 치명적 매력에 반한 걸까?읽는 내내 궁금했다. 바보 같이 왜 하필 난로람?페이스북에 친구 진석이가 올린 사...
노래방 엔딩 곡이 언제나 인 친구가 있다.아, 그 노래! 하고 반색하는 분이라면 당신은 60년대에서 70년대에 태어난 사람일 게다. 그리고 이 노래가 ‘고무신을 꺾어 신었음 직한’ 옛 여친을 오랜 시간이 흐른 후 우연히 마주친 한 남...
지난 회 제목인 은 왠지 더 쓸 얘기가 있을 것 같아 II편에 대한 구상이 전혀 없었는데도 굳이 I이라고 꼬리를 붙여두었다.역시...동양인 특유의 선견지명 ‘내 그럴 줄 알았지’의 능력이 나에게도 있었음이 곧 입증되었다. 속편의 주...
아주 오래 전, 그러니까 내가 20대 중반일 즈음이었다. 라디오를 듣는데 양인자 선생님의 인터뷰가 흘러나왔다. 김희갑 양인자 부부는 대한민국 가요사에 없어서는 안 될 분들이지만 가요프로그램에서 직접 만날 일은 흔치 않았기에 귀를 쫑긋...
현재 지구상 70억 인구 중, 사랑에 막 빠져들어 달콤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이 더 많을까, 아니면 실연의 상처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허우적대는 사람이 더 많을까?위 질문은 이 칼럼의 독자 확보를 위해 꼭 알아야만 하는 주제다....
Y는 어느 날 대학 선후배들과의 술자리에서 자기 부인 얘기를 하며 함박웃음을 짓는 선배를 바라보다 상념에 빠졌다.“은행 다니는 우리 마누라는 매일 가계부를 쓰는데 10원짜리 하나까지 다 맞아야만 잠자리에 들어. 사람이 어떻게 그러지?...
S는 를 보다 펑펑 울었다. ‘숨겨진 영웅들’이란 뜻을 가진 이 영화는 소련과의 우주 전쟁에서 밀리고 있던 1960년대 미국 NASA를 배경으로, 인종 차별 속에서도 자신들의 꿈을 지켜낸 흑인 여성 수학자들의 이야기다. 아마도 이 영...
박인환의 시 을 처음 접했던 십대 소녀 시절, 나는 이 마지막 구절을 납득하기 힘들었다. 당시의 내 뇌는 너무나 탱글탱글하여 사랑했던 그 사람의 이름을 잊는다는 것이 불가능한 일로 보였다. 뇌의 한 부분을 칼로 도려낸대도 그의 이름 ...
서른 즈음, 같은 제목을 가진 책 두 권을 읽게 되었다.한 권은 동양의학과 양의를 동시에 공부한 한 의사 선생님의 책이었고, 또 한권은 요시모토 바나나라는 일본 유명 소설가의 단편집이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몸은...
여배우 김수미를 좋아하는가? 글쎄... 호불호가 있을 수 있다. 나로 말하면 호도 불호도 아니고 그냥 그 중간 어딘가 쯤이다. 그러나 의 ‘일용엄니’는 다르다. 나는 일용엄니를 존경한다. 아니, 광팬에 가깝다. 오로지 딱 한 회차의 ...
연재를 시작하며 모든 것은 P의 한마디에서 비롯되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사장님을 좋아한대.” 뭐, 그럴 수도 있다. 아름다운 30대 후반의 이혼녀가 자기가 다니는 직장의 상사를 짝사랑할 수도 있다. 그 사람이 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