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이종우 칼럼니스트】 임진왜란(壬辰倭亂, 1592-1598)은 단순히 조선이 일본의 침략을 당한 전쟁이 아닌 동아시아의 정치 지형을 바꾼 국제적인 전쟁이었다. 임진왜란이 일어났던 시기 이슬람과 명(明)이 가장 강성한 문화권이었는데, 조선은 명과 사대(事大)의 관계를 맺으면서도 자주권을 유지했음을 감안하면 당시 조선도 세계적인 강국 중 하나였다. 이러한 강국이었던 조선을 전국시대를 끝맺고 포르투갈의 신무기를 도입했던 일본이 침략했고 조선을 누란의 위기에 빠뜨릴 정도였다. 조선과 일본 사이의 전쟁에 16세기 세계의 양강 중
【투데이신문 이종우 칼럼니스트】 한국은 군인들에 의한 정변(政變)이 많이 일어난 나라다. 현대사에서 박정희의 5.16 군사정변, 전두환을 필두로 한 신군부의 12.12 군사정변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이것을 한국사 전체로 확대하면 더 많은 사례를 찾을 수 있다. 조선 왕조의 성립은 성리학을 익힌 신진사대부가 신흥 무인 세력과 결탁해 생긴 왕조로 군인인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이 결정적이었기 때문에 무인들의 정변에 의해 수립된 왕조라고 규정할 수 있다. 그리고 고려 중기에 있었던 무신정변(1170)도 군인에 의한 정변의 대표적인
【투데이신문 이종우 칼럼니스트】 조선이 개국한 뒤 조선의 개국이 왕위 찬탈이라고 판단한 일부 고려의 신진사대부들은 조선의 조정에 출사(出仕)하지 않고 초야에 묻혀서 학문을 연마하고 후학들을 양성했다. 고려말 신진사대부들은 고려 말 중국에서 유입된 신유학인 성리학을 받아들였고, 이것을 사상적 기반으로 몰락하고 있던 고려 왕조를 다시 일으키려고 했다. 그러나 고려를 완전히 갈아엎고 새로운 왕조가 생겨야 한다는 일부의 신진사대부가 또다시 갈라졌다. 정몽주(鄭夢周, 1337~1392), 이색(李穡, 1328~1396), 길재(吉再, 135
【투데이신문 이종우 칼럼니스트】 올해는 6.10민주항쟁 35주년이었다. 대통령이었던 박정희씨가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총에 살해됐던 10.26사건, 그 이후 전두환을 중심으로 한 신군부의 12.12군사쿠데타, 이에 저항한 시민들을 학살한 5.18광주민주화운동 등 현대사의 굵직굵직한 사건이 모두 6.10민주항쟁의 근본적 원인이었다. 무엇보다도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쿠데타로 집권한 신군부의 독재였다. 각종 노동탄압, 공안조작, 삼청교육대 등의 공포정치로 정권을 유지하던 신군부 독재정권은 권인숙 성고문 사건 등 각종 인권유린을 일으키더니,
【투데이신문 이종우 칼럼니스트】 박근혜씨를 대통령직에서 탄핵하는 과정에서 “‘적폐 청산’이라는 시민의 염원”을 받아 안고 출범한 문재인 정권은 집권 초반 적폐 세력의 수사와 사법처리를 비롯한 적폐 청산에 집중했다. 특히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의 회담을 빠르게 개최해 묵은 적폐인 남북 대립의 개선을 위한 한 걸음을 내딛었다. 수차례 진행된 남북정상회담은 남북 정상이 당면 현안의 논의를 위해 “언제든” 만날 수 있고, 휴전선이 얼마나 의미 없는 경계선인지 보여줬다. 그 외에도 문재인 정권은 경제, 외교, 사회문화 부분에서 다양한 정책을
【투데이신문 이종우 칼럼니스트】 지난 회차 칼럼에서 필자는 문재인정권 기간 동안 한국 사회의 적폐가 청산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어쩌면 일제강점기부터 시작된 것일지도 모르는 적폐는 시민들이 박근혜씨를 대통령직에서 탄핵함으로써 청산의 필요성이 전면에 드러났다. 그러나 이 모든 적폐는 “사람”이 문제였고, 사람의 인식과 사고를 인위적으로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문재인 정권 동안 제도의 개혁을 시도했으나, 사람이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제도의 개혁은 번번이 가로막히고, 그 결과는 시민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그런데 한국사에
【투데이신문 이종우 칼럼니스트】 또 하나의 정권이 저물었다. 이번 회차 지면을 작성하는 5월 10일부터 윤석열 당선자가 당선자 신분에서 대통령이 되고, 문재인 대통령은 전대통령으로 신분이 바뀌었다.지난주부터 칼럼을 준비하면서 필자의 마음은 매우 좋지 않았다. 한국종교사를 연구하는 연구자이자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로서 윤석열 정부의 공직 후보자들을 둘러싼 의혹들이 필자를 매우 불쾌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각종 부모 찬스, 박사 학위 논문 심사의 장소(속칭 “방석집”이었다는 주장이 있다), 총장 시절 학생을 향한 무례한 행
윤석열 당선자가 대통령에 취임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윤석열 당선자는 “공정과 상식”이라는 명제를 전면에 내세웠고, 이 명제가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여서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런데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돼 당선자 신분이 된 후 새 정부를 꾸리는 과정에서 각종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이로 인해 윤석열 당선자가 후보 시절 내세웠던 ‘이게 윤석열 당선자가 후보 시절에 말한 공정과 상식이냐?’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다.문재인 정권에서 조국 전 법무부장관 딸의 의학전문대학원 부정 입학 의혹, 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투데이신문 이종우 칼럼니스트】 윤석열 당선자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대통령직 인수가 한창이다. 국무총리 후보자가 내정됐고, 별다른 일이 없다면 약 한 달 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당선자와 인수위의 현 정부인 문재인 정부와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경쟁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고문을 향한 정치 보복설이 돌고 있다. 고 노무현 전대통령의 “논두렁 시계 조작 사건”을 연상시키는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의 고가 옷 장식품 논란, 산업자원부 인사 관련 수사의 3년 만의 재개, 경기도 법인카드 관련 수사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투데이신문 이종우 칼럼니스트】 최근에 윤석열 당선자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가 추진하고 있는 청와대의 국방부 이전이 사람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지난 20일 윤석열 당선자는 청와대를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했고, 이에 대해 많은 전문가와 국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특히, 윤석열 당선인에 대한 지지가 대통령 선거 당시 윤석열 당선자의 경쟁자였던 이재명 전 후보에 비해 훨씬 높았던 지역인 용산구 주민들조차 반대하고 있다. 국민 속으로 한 걸음 더 가까이 가겠다는 취지라는 말도 보안과 상명하복, 통제가 생명인 국
【투데이신문 이종우 칼럼니스트】 제20대 대통령선거가 막을 내렸다. 이번 대통령선거는 역대 대통령선거와 다른 여러 가지 이슈가 있었다. 윤석열 당선자는 문재인 정권의 검찰총장 출신으로 야당에 입당, 정치입문을 대통령으로 하게 됐다. 특히, 검찰총장은 대통령에 도전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을 깨고 최초로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됐다. 이재명 전 후보는 민주당 역사상 많은 표를 얻었고, 낙선했지만 0.73%라는 역대 최소 득표율 차이로 낙선했다.이번 대통령선거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대통령 후보의 배우자가 전혀 언론에 드러나지 않았다는 것
【투데이신문 이종우 칼럼니스트】 한국의 천주교의 수용 과정은 다른 나라와 다른 독특한 특징이 나타난다. 한국 천주교에서는 이 특징을 천주교의 자율적 수용, 교리의 한국적 이용, 신앙의 자발적 실천1)으로 요약한다. 그리고 이러한 한국 천주교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사람 중 하나가 바로 광암 이벽 광암(曠菴, 李檗, 1754-1758)이다.이벽은 영조 30년(1754) 경주 이씨 집안에서 태어났다. 경주 이씨 집안은 오성과 한음 중 오성부원군으로 유명한 백사 이항복(白沙 李恒福, 1556-1618), 구한말 조선 최대의 부자였지만 전
【투데이신문 이종우 칼럼니스트】 순조 1년(1801) 10월, 황사영이라는 천주교 신자가 조선 조정에 의해 추포됐다. 천주교 신자가 많은 박해를 받던 와중에 천주교 신자였던 황사영이 제천의 배론이라는 곳에 숨어있다가 발각된 것이다. 그런데 황사영이 체포되는 과정에서 명주천에 작성한 편지, 즉 백서가 발견됐다.그 내용은 조선 조정에게는 충격적이었다. 황사영 백서에는 정조 9년(1785) 이후 조선 천주교의 상황과 “신유교옥”의 상세한 내용이 적혀있었다.(참고로 “신유교옥”은 보통 “신유박해”라고 부른다. “박해”는 천주교를 피해자로
【투데이신문 이종우 칼럼니스트】 산사(山寺)에서의 생활을 뒤로 하고 다시 세속으로 돌아온 후, 이이는 다른 성리학자와 다름없이 성리학에서 이단(異端)으로 간주한 다른 사상과 종교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그러나, 이이의 행보 자체는 굉장히 합리적이고 현실적이었다.이이는 관직에 오른 이후 승승장구했다. 이전에 본 지면에서 언급했듯이, 이이는 구도장원공이라고 일컬어질 정도로 뛰어난 두뇌와 학문 습득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날 나란히 지폐 도면을 장식하고 있는 이이와 이황(李滉, 1501-1570)을 비교하면, 두
【투데이신문 이종우 칼럼니스트】 이전의 지면1)을 통해 율곡 이이가 불교에 심취했던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이이는 어머니인 사임당 신씨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 새어머니와의 갈등, 그리고 자신의 철학적 문제인 기(氣)를 기르고 마음에 의해 몸을 자유자재로 주재(主宰)하려는 뜻으로 금강산으로의 출가를 감행했다. 그 기간은 단 1년. 그리고 이이는 다시 유학자로 돌아왔다.이이가 불교에 심취했던 나이는 이이가 19세가 되었을 때고, 환속(還俗)한 나이는 20세다. “환속”이라는 용어를 쓰는 것이 망설여질 정도로, 이이의 승려 생활은 확실
【투데이신문 이종우 칼럼니스트】 2022년은 정치의 시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거대 양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부터 시작된 정치의 계절은 거대 양당 후보 지지율의 등락에 따라 많은 논란을 양산하고 있다. 그리고, 아마도 “정치의 시간”은 내년 전국동시지방선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선거의 여파가 이어지고, 바로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실시되기 때문이다.다시 이번 대통령선거로 돌아가면, 이번 대통령선거의 거대 양당 후보는 비호감과 싸우고 있다.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이번 대통령선거만큼 차선(次善)을 선택하는 선거는 없었다고 입
2021년이 저물고 있다. 다사다난(多事多難)이라는 표현을 매년 써서 지겨울 법도 한데, 이 말만큼 잘 맞는 표현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의 삶이 그렇다. 난관을 이겨내고, 작은 일에 기쁨을 느끼며, 일상을 재조명하는 것이 생존이라는 의미다. 역사가 되어가고 있는 2021년을 정리하며, 2021년의 키워드를 소개하겠다.2020년도 그랬지만, 2021년도 코로나19로 점철됐다. 2020년 초에도 팬데믹 종료 직전까지 갔다가 한 종교에서의 집단 감염으로 확산되더니, 2021년에도 단계적 일상회복으로의 변화를 시
【투데이신문 이종우 칼럼니스트】 이번 대통령 선거 국면에서 두드러지는 모습 중 하나는 거대 양당이 모두 분열된 모습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여당의 경우 이재명 후보가 “매타버스”라는 이름으로 매주 버스를 타고 지역을 방문하는 등 고군분투하고 있는데, 호남지역에 방문했을 때 경선의 경쟁자였던 이낙연 전 대표가 지원을 오지 않았다는 것이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국민의힘은 더 심했다. 김종인의 선거대책위원장 인선을 놓고 당내에서 갈등을 벌이더니, 이준석 당 대표자가 소위 “패싱” 당했다는 것에 항의하며 연락을 끊고 부산, 순천, 울산
【투데이신문 이종우 칼럼니스트】 전두환이 지난 23일 사망했다. 그의 사망 소식이 속보로 전해진 당일, 온라인에서는 축제 분위기가 연출됐다. 배달 어플리케이션에서는 그의 별명인 “문어”로 만든 요리가 갑자기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SNS에는 오늘 문어숙회에 축하주라도 먹어야겠다는 사람들이 많았다.그런데 전두환의 사망 소식을 듣고 내가 가장 처음 느낀 감정은 “분노”였다. 5.18 광주민주화 운동 당시 그가 헬리콥터 기관총 사격 명령을 했는지 여부도 밝혀지지 않았고,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 명예훼손 소송도 끝나지 않았으며,
【투데이신문 이종우 칼럼니스트】 지난 11월 1일 안철수 전 의원이 대통령 출마를 선언했다. 2012년 중도하차, 2017년 출마 후 득표율 3위를 기록하며 낙선한 이후 세 번째 출마다.간선제로 치러졌던 대통령선거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대선마다 진보-보수로 분류되는 거대 양당의 대결 국면이 펼쳐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다고 거대 양당의 후보만 나오는 것도 아니었다. 대통령 후보로 출마해 거대 양당의 독식을 비판하며 진보-보수와 같은 정치적 성향을 표방하지 않는 후보가 나와서 유권자의 주목을 받는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후보들을 통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