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재욱 칼럼니스트】“선비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죽고, 여자는 자신을 좋아하는 남자를 위해 화장을 한다.”중국 전국시대의 협객 예양(豫讓)이 주군의 복수를 다짐하며 했던 말이다. 예양은 각각 ‘범씨’, ‘지씨’, ‘중항씨’ 이렇게 세 명을 주군으로 섬겼다. 이들 셋은 모두 조양자(趙襄子)에게 죽임을 당했다. 예양은 마지막으로 섬겼던 지백(智伯)의 원수를 갚기로 마음먹었다.예양은 죄수로 위장하여 조양자의 궁궐에 잠입해서 변소에 흙을 바르는 일을 하면서 조양자의 목숨을 노렸지만, 사로잡혔다. 조양자는 예양의 충성심을
【투데이신문 김재욱 칼럼니스트】며칠 전 10살 먹은 아이가 썼다는 글이 화제가 됐다. 학원에 가기 싫은 마음을 시로 표현한 글이었다.‘학원에 가고 싶지 않을 땐 이렇게 엄마를 씹어 먹어 삶아 먹고 구워 먹어 눈깔을 파먹어 이빨을 다 뽑아버려 머리채를 쥐어뜯어 살코기로 만들어 떠먹어 눈물을 흘리면 핥아먹어 심장은 맨 마지막에 먹어 가장 고통스럽게’내용도 내용이려니와 섬뜩한 그림이 옆에 붙어 있으니 굉장히 무서웠다. 이 글은 지난 달 출간된 동시집 『솔로강아지』에 수록되어 있었고, 위의 글이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반향을 일으키자 출판사에
【투데이신문 김재욱 칼럼니스트】정확히 1년 전이었습니다. 배가 거꾸로 뒤집혀 학생들이 죽을 지경이 되자 몸소 진도체육관을 방문하셨습니다. 서울에서 진도까지 그 먼 거리를 달려와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일국의 대통령이 행차를 하셨는데 일개 미개한 국민 따위는 죽을 지경이 되지 않았으면 당연히 달려와서 인사를 하는 게 옳았습니다. 목포에서 치료를 받는 환자라고 해서 대통령의 백성이 아닌 것은 아니지요. 그걸 두고 대통령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저로선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구조하지 못하면 모두 옷 벗을 각오를 하라’는 옥음(玉音)을
【투데이신문 김재욱 칼럼니스트】자식이 있는 부모한테 “당신의 자식이 죽었다면 어떨 것 같은가?”하고 묻는다면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크게 한 소리 들을지도 모른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지만,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에 거부감이 든다. 혹시 말이 씨가 될까봐 두렵기도 하다. 실은 나부터 그런 생각이 든다. 두려움 또는 슬픔의 감정을 느끼기도 전에 귀를 막아 버리고 싶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자식을 먼저 떠나보내는 부모들이 꽤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래서 한 번쯤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그처럼 불행한 일을 당한 사람을 보고 슬퍼하
【투데이신문 김재욱 칼럼니스트】“선배가 문자 보냈는데 답을 안 해? 이런 XX.”“죄송합니다. 선배님.”“우리가 이러니까 기분 나쁘지? 그럼 너희들도 선배 되면 우리처럼 해.”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한 딸아이의 전언을 대화체로 옮겨 보았다. 대학에서만 그러는 줄 알았더니 고등학교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선생님들은 아시냐?”“선생님들이 모르니까 그러겠지. 전통이 있는 동아리일수록 그런 게 더 심하대.”“다른 학생들은 뭐라고 해?”“다들 싫어해. 그리고 언니들은 그런 동아리에 왜 들어가는지 모르겠다고 하더라고.”“너희 동기들은 그
【투데이신문 김재욱 칼럼니스트】홍사덕 전 한나라당 의원이 상임의장으로 있던 민족화해범국민협의회(이하 민화협) 회원 김기종씨가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를 피습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 사건을 두고 미국 측은 ‘피습’으로 우리나라 정부는 ‘테러’로 규정했다. 테러로 규정했으니 그에 합당한 조치가 취해지는 건 당연한 일, 박근혜 대통령은 김기종씨의 행위를 ‘한미동맹에 대한 공격’이라 말했고, 이에 따라 검찰은 김기종씨의 배후를 밝히겠다며 특별수사팀을 꾸렸다.피해 당사자인 미국에선 그간 우리 정부와 여당에서 무슨 일만 벌어지면 입버릇처럼
【투데이신문 김재욱 칼럼니스트】설날이 지나면 본격적으로 을미년이 시작된다. 독자 여러분 댁내에 만복이 깃들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아울러 소박한 나의 소망을 말해 보고자 한다.국민의 생사가 경각에 놓였는데 몇 시간 동안 자리를 비우고도 그 잘못을 모르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물론 그 전에 위험한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무슨 일만 벌어지면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기보다 실무자 몇 사람만 문책하는 관행을 없앴으면 한다. 아직 대법원 판결이 남았으나 본연의 임무를 망각하고, 대선에 불법으로 개입한 일이 만천하에
【투데이신문 김재욱 칼럼니스트】나는 90학번이다. 내가 대학에 다닐 땐 속된 말로 ‘학번이 깡패’라는 말이 공공연히 인정되었다. 재수를 했든 삼수를 했든 같은 해에 대학에 입학하면 ‘말을 까야’했고, 나이 어린 선배한테는 말을 높여야 했다. 학교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학교의 선후배 관계는 대체로 저랬던 것으로 기억한다. 재수한 동기한테 ‘형’이라고 불렀다가 선배한테 한 소리 들었던 적도 있다. 결국 지금은 그 동기와 ‘말을 까고’ 친구로 지내고 있다.한 살이 많은 것도 많은 것이고, 같은 생활이라 할지라도 먼저 경험한 사람
【투데이신문 김재욱 칼럼니스트】“사람들은 이렇습니다. 부모가 애써 농사를 짓는데도 그 자식들은 농사의 어려움을 모르고 안일하게 생각하며, 상스런 말을 하며 헛된 생각을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 부모를 업신여겨 ‘옛날 사람들은 들은 것도 없고 아는 것도 없다’고 합니다.”위정자는 우선 ‘농사의 어려움’이나 ‘백성의 고단함’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야 나라를 ‘안일함이 없이’ 운영할 수 있다. 저 말은 중국 고대의 역사를 기록해 놓은 『서경(書經)』의 「무일(無逸)」편에 나온다. 상공업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던 옛날엔 농업이 백
【투데이신문 김재욱 칼럼니스트】영화를 보지 않아도 이야기 전개를 알 수 있을 만큼 영화 ‘국제시장’은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국제시장’ 속에는 흥남철수를 시작으로 파독광부, 월남전 파병, 이산가족 찾기 등 세대를 아우르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러다보니 당시를 살았던 분들은 옛날을 떠올리며 상념에 젖으며, 그 시절을 겪지 못한 젊은이들은 ‘저 때는 저랬구나’ 하면서 신기해한다. 이것으로 끝나면 좋으련만 적지 않은 수의 어른들이 ‘우린 이렇게 고생했어. 너희들이 이렇게 사는 건 박정희 대통령 덕분이야’라고 하면서 갈등이 시작된다.
【투데이신문 김재욱 칼럼니스트】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눈물을 흘리면서 “죄송합니다”를 연발하던 조현아 씨, “자식교육 잘못시켜 죄송하다”고 하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과 덕분에 며칠 간 화제가 되었던 ‘땅콩회항’사건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 했다. 그들의 사과를 보면서 ‘그래도 사람이 무섭기는 한가 보다’고 생각했지만, 한편으로 ‘평생 남의 위에 군림하던 버릇이 하루아침에 고쳐질 리가 없다’고 여겼다. 이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그들은 ‘갑’의 자리로 돌아갈 것이고, 갑에게 분개했던 수많은 ‘을’들 역시 갑에게 억압받
【투데이신문 김재욱 칼럼니스트】십상시(十常侍)는 중국 후한 말기 영제(靈帝) 시절에 활동했던 열 명의 내시들이다. 이들은 영제의 주변에 인의 장막을 치고 국정을 좌지우지했다. 황제의 일상생활을 보살피는 일만 해야 할 내시들이 국정에까지 관여하자 뜻있는 신하들은 황제에게 여러 차례 십상시를 물리쳐야 한다고 진언했다. 그럴 때마다 황제는 ‘십상시는 충신들이다’고 하면서 대신들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당시 전국엔 황건적이 기세를 떨치고 있었다. 보고를 받은 영제는 신하들을 놔두고 십상시한테 의견을 물었다.“황건적은 소규모의 도적떼일 뿐입
【투데이신문 김재욱 칼럼니스트】선희는 조심스레 마트 안으로 들어선다. 함께 만나기로 한 옛 동료들과 눈짓을 주고받으며 계산대 근처로 간다. 평생 남들 앞에서 말 한마디 해보지 못했기에 입을 떼기가 쉽지 않다. 모기만한 목소리로 ‘여러분’을 불러 본다.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자, 선희는 어디에서 용기가 생겼는지 안내데스크에 꽂혀 있는 마이크를 집어 들고 소리 지른다.“우리를 투명 인간 취급하지 말아 주세요. 우리를 사람으로 대접해 주세요.”마트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여성들의 삶과 투쟁을 다룬 영화 “카트”가 상영관 축소를 언급할 만
【투데이신문 김재욱 칼럼니스트】얼마 전 입주민의 인격모독에 항의해 분신을 시도했던 압구정 신현대아파트 경비원 이만수 씨가 끝내 일어나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민주노총 서울본부 등 시민단체에서는 입주자 대표회의의 진심어린 사과를 촉구하는 한편 “소위 지도층 인사들이 반성하고 정부는 근로기준법조차 적용되지 않는 열악한 노동 현실에 대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아파트 주민들과 ‘지도층’ 인사들은 이런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은 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고 이만수 씨의 분향소가 차려진 입주자대표회의 사무실엔 조문객
【투데이신문 김재욱 칼럼니스트】몇 년 전 우리 집에서 반상회가 열렸다. 처음으로 이사 온 집에서 반상회를 하는 게 이 아파트의 전통이라고 했다. 아무래도 반상회엔 아주머니들이 다수 참여하다 보니, 남자인 나는 멀찌감치 떨어져서 듣기만 했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이번에 새로 온 경비 있잖아. 어떻게 생각해? 현관 근처에서 담배나 피우고 일을 잘 안 하는 것 같은데?”이 아파트에 오래 산 아주머니였다. 반장이 대답했다.“아, 그래요? 그건 좀 그런데……. 저는 괜찮은 것 같은데요. 아저
【투데이신문 김재욱 칼럼니스트】국민메신저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카카오톡의 대화내용이 사찰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를 두고 다음카카오측에서는 대화의 내용이 ‘법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개인정보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고 하며 일견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 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며 많은 이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카카오톡 사찰이 밝혀지고 며칠 있지 않아 이에 항의하는 150만의 유저들이 텔레그램 메신저로 빠져나갔을 때 황급히 사과문을 게재하던 모습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그 어떤 이유로든 국가기관이 개인의 사적 영역을 넘보는 일은 정당화
【투데이신문 김재욱 칼럼니스트】“순천에는 국립 순천대가 있습니다. 그런데 순천엔 이 학교 출신 국회의원이 한 명도 없어요. 저는 지역구 의원이 아니지만, 이 학교 개교 이래 최초로 국회의원이 되었습니다.”“예. 의원님이 ‘순천대를 빛낸 동문’으로 선정되었다는 소식 본 적 있어요.”“이거 문제 아닌가요? 지역을 잘 아는 사람이 국회의원이 되어야 하는데 대부분 서울에서 명문대를 나오고 거기에서 오래 살던 사람이 공천을 받아 내려옵니다. 순천이 고향이라고 해도 젊은 시절을 외지에서 보낸 사람이 어떻게 정치를 잘 할 수 있겠습니까.”“우리
【투데이신문 김재욱 칼럼니스트】옛날에는 나라에 큰 사고가 나면 왕이 스스로 반성하며 모든 책임을 자기가 짊어지려 했다. 동시에 사고의 원인을 찾으려는 노력을 기울였고, 신하들에게 대책을 강구하라고 명령했다. 1628년(인조 6년) 인조는 여러 신하들에게 이렇게 말했다.“임금이 덕을 잃으면 하늘이 재앙을 내리고 교화가 행해지지 않으면 백성들이 국법을 범하는 법이다. 그 이치는 매우 분명하니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나는 형편없는 사람인데 외람되게도 신민(臣民)의 위에 군림한 지 어언 6년이 되었다. 그런데 볼 만한 일은 하나도
【투데이신문 김재욱 칼럼니스트】며칠 전, 지인과 만나서 술 한잔했다. 시간이 늦어서 택시를 탔다. 라디오 뉴스에 새누리당과 세월호 유족들이 만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늙수그레한 기사아저씨가 한 마디 툭 던진다.“민주당 때문에 국회법도 통과가 안 돼요. 만날 발목만 잡으니까…….”“민주당 때문이 아니라 새누리당 때문이죠.”“세월호 사건도 그래요. 새누리당이 유족 만난다잖아요. 민주당은 아무 것도 안 하고…….”“민주당이 무능한 건 사실인데요. 그나마 유족들이 단식을 하고, 문재인
【투데이신문 김재욱 칼럼니스트】수사권 기소권이 포함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해 김영오씨는 40일 동안 단식투쟁을 전개했다. 자신을 해치는 방법으로 의사를 표현하는 방식의 시비여부를 떠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김영오씨에게 특별법은 자신의 목숨과 바꿀 만큼 소중한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러함에도 새누리당과 보수언론에서는 김영오씨의 출신을 문제 삼거나 유족들이 더 나은 보상을 받기 위해 생떼를 부린다는 식으로 여론을 호도하여 김영오씨와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원하는 수많은 시민들의 목소리를 고립시켜 버렸고, 지금도 그런 비인간적인 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