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종현 칼럼니스트】 직박구리가 찾아오는 시간이 당겨졌다. 이들은 매일 동녘이 푸르러질 때 집 앞에 날아와 먹이를 찾는다. 직박구리 특유의 수다스러운 소리가 좀 더 일찍 들렸다는 건, 그만큼 아침이 당겨졌고 봄이 다가왔다는...
【투데이신문 김종현 칼럼니스트】 미래에 인류가 멸망하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마침 아주 먼 은하계에 생명수가 흐르는 행성이 발견된다. 사람들은 각자의 우주선으로 선단을 꾸려 장거리 우주여행에 나선다. 한시가 급하니 다 같이 최고 속도...
【투데이신문 김종현 칼럼니스트】 벌건 등짝을 겹겹이 포갠 채 네모난 패들이 엎드려 있다. 녀석들이 어떤 그림을 감추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신중한 손길로 맨 위의 한 장을 집는다. 엄지와 검지만으로 빠르고 맵시 좋게 뒤집는다. 바닥에...
【투데이신문 김종현 칼럼니스트】 현대사회에 갑작스레 떨어진 원시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원시 틴에이저(Encino man. 1992)’라는 미국 영화가 있다. 빙하기의 원시인이 동굴 속에 갇혀 냉동 됐다가 현대에 발견되고 ...
【투데이신문 김종현 칼럼니스트】 2016년. 단 1년 사이에 상상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종류의 정치사회적 사건이 일어났다.봄이 오기 전엔 국회에서 역대 최장시간 필리버스터가 있었고, 겨울엔 도심에서 역대 최대 인원이 참여한 시위가 ...
【투데이신문 김종현 칼럼니스트】 “거기 나가면 젊은 애들한테 욕먹는 거 아닌가 몰라.” 아버지는 지난 대선 때 박근혜를 찍었다. 그리고 얼마 전에 광화문 광장의 대통령 퇴진 촉구 집회에 참여했다.일흔을 넘긴 노인은 추운 밤 내내 홀로...
【투데이신문 김종현 칼럼니스트】 주말 예능 프로그램 '복면가왕'에는 복면을 쓴 가수들이 나와 오직 노래 실력만으로 우열을 가린다. 이 프로그램은 참가자의 얼굴을 가림으로써 외모, 출신, 유명세 등 평가에 영향을 주는...
【투데이신문 김종현 칼럼니스트】 리어왕의 곁엔 늘 광대가 있었다. 몰락한 왕이 되어 광야를 헤매던 비참한 순간에도 광대는 항상 함께 했다. 그는 언제 어디서나 리어의 괴팍함을 비꼬았다.17세기 초에 지어진 셰익스피어의 유명한 희곡 ‘...
【투데이신문 김종현 칼럼니스트】어떤 사회적 논란은 ‘상식을 다루는 방식’을 살피는 것만으로도 본질을 알 수 있다. 때론 복잡한 사실 관계가 본질을 가리기도 한다. 백남기씨 사망사건 논란이 그렇다. 이 사건과 관련해 다양한 법리적·의학...
【투데이신문 김종현 칼럼니스트】대통령의 기이한 언어습관이 대중에게 소비되는 방식을 보며 씻김굿을 떠올린다. 그의 말투에 대한 시민사회의 갑갑증에서 멸절했던 근대의 넋이 한판 굿에 불려오는 걸 본다.근대는 사상과 종교의 자유가 확산되면...
【투데이신문 김종현 칼럼니스트】구글은 국제자본시장에서 사업적으로 빛나는 일대기를 써가는 중이다. 알파고를 개발한 하사비스는 자신의 연구를 지속하기 위해 천문학적 금액의 인수 계약서에 사인 했다. 이세돌은 그의 촌스러운 헤어스타일이 모...
【투데이신문 김종현 칼럼니스트】마음이 복잡하게 충돌하면 표정도 뒤섞인다. 근래 세월호 청문회에서 답변하는 정부 측 증인들의 얼굴이 그렇다. 애처로운 처지가 보이는 사람도, 잘못 없다 항변하려는 사람도 비슷한 표정을 자주 보여준다. 그...
【투데이신문 김종현 칼럼니스트】지하철 안. 한산한 실내에 앉아 가는데 경로석 쪽이 시끄럽다. 머리 허연 사람들 서넛이 뭔가 목소리가 높아져 있다. 대충 들리는 목소리는 육이오 때 포탄이 머리 위로 날아다녔고, 철원이 정말 추웠으며, ...
【투데이신문 김종현 칼럼니스트】어떻게 먹을 것인가. 인류가 수렵과 채집을 하던 때부터 내려온 고민이다.숲에서 빈 손으로 돌아오면 어제 남긴 부실한 먹거리를 부족민들이 나눠 먹어야 한다. 이 때 누군가가 재료를 한 데 끓여 양분을 우려...
【투데이신문 김종현 칼럼니스트】고양이와 함께 살았었다. 우리는 서로 이야기가 잘 통했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매일 원룸에서 부둥켜 안고 살다 보니 어느새 귀가 트인 것이다. 녀석의 이름은 마르스(Mars).마르스는 ‘니야아...
【투데이신문 김종현 칼럼니스트】언론의 시선과는 달리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의 갈등은 지금 반드시 필요한 과정, 전혀 부정적이지 않은 현상이다. 정청래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회의 석상에서 주승용 최고위원에게 강경한 발언을 한 이후,...
【투데이신문 김종현 칼럼니스트】개흙 보다 쓰고 바닷물 보다 짠 날들을 삼킨다. 4월 16일은 다시 왔으나 흐르는 며칠이 생미역 씹는 것 보다 아리다. 나는 세월호 희생자들이 마지막에 들이켰을 절망을 가늠 할 수 없어, 생환을 고대했던...
【투데이신문 김종현 칼럼니스트】사람은 억울하다거나 진실을 죽음으로 밝히겠다는 의지를 본질 삼아 자살하지 않는다. 눈앞에 있는 세상을 스스로 등지는 것은 모종의 결심이 아니라 자존감의 형해화에 기인한다. 무기력의 부피를 전신의 피부로 ...
【투데이신문 김종현 칼럼니스트】어지럽혀진 글투를 바르게 돌려 놓는다는 뜻의 문체반정(文體反正).18세기말 정조는 당시 중국으로부터 들어와 새롭게 유행하던 문체를 문제 삼았다. 민간에 전해지는 이야기를 엮은 패관소설들이 경박하니 전통적...
【투데이신문 김종현 칼럼니스트】소문과 실제가 섞인 이야기는 매혹적이다. 13세기 말, 낯선 오리엔트 문화는 마르코 폴로에 의해 좀 더 신비롭게 각색되었다. 지중해의 자연환경이 신들의 훼방으로 그려져야만 오디세우스가 운명에 맞선 영웅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