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우 ▸철학박사▸서울대학교 연구원

금광교(金光敎), 창가학회(創價學會), 천리교(天理敎)라는 것들이 있다. 어떤 것은 많이 알려진 명칭이고, 어떤 것은 독자들에게 생소한 말일 수도 있다. 모두 일본에서 전래된 종교들의 이름이며, 이 종교들은 현재도 우리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들이다. 이러한 종교들에는 부정적인 의미를 담을 경우 ‘왜색종교(倭色宗敎)’라는 명칭을 붙인다. 여기서 왜색(倭色)이라는 말은 일반적으로 일본의 문화나 생활양식을 띠고 있는 색조를 말한다. 일본의 영향을 받았거나 일본에서 전래된 것들에는 보통 이 용어가 앞에 붙으면서 뒤의 단어를 수식하곤 한다. 왜색문화가 가장 대표적인 단어일 것이다.

일본종교들은 우리나라에 많은 것을 남겼다. 구한말과 일제강점기 초기에 일본의 불교는 일제의 우리나라에 대한 식민지 침탈에 문화적 첨병의 역할을 했다. 일본 불교는 조선 말기까지 승려들의 도성출입이 금지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그 도성출입금지를 해제할 것을 고종에게 건의하였다. 이것이 받아들여지면서, 그 당시 일본 불교계가 우리나라 불교계에게 큰 은혜를 베푼 것처럼 보일 수 있었다. 이후 같은 종교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일본의 불교계는 우리나라 불교와 적극적으로 친근감을 내비쳤고, 우리나라 불교계에서도 일본에 시찰단을 보내기도 하였다. 그리고 일제의 대한제국 강제 병합 이후, 조선총독부에 의해 ‘사찰령’이라는 것이 내려지면서 우리나라 불교와 일본 불교와의 통합을 시도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일본 불교계에 의한 우리나라 불교의 일본 불교화는 해방 이후 우리나라 불교계 내부의 대립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과거 비구승과 기혼승(기혼승을 인정하고 있는 대한불교태고종에서 부정적 의미를 담고 있는 ‘대처승’이라는 용어 대신 이 용어를 사용할 것을 요구했었다.) 사이의 대립 속에서 불교계 안에서의 갈등이 있었다. 결국 이승만이 ‘대처승은 왜색문화다.’라고 함으로서, 국가 권력에 의해 종교 안의 문제가 강제 정리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하였다. 즉 종교의 문제에 국가 권력이 개입하는 사례를 남긴 것이다.

유교의 경우에도 일본의 영향을 받았다는 주장에서 자유롭지 않다. 『한겨레』 2004년 5월 3일자 기사에서는 당시 열렸던 비판철학회 주최 학술대회에서 다루어진 주제인 ‘황도유교(皇道儒敎) 비판’을 소개하였다. 내용을 살펴보면, 조선의 정통 유학이 일제 식민강점기 시절 일왕의 통치이데올로기를 합리화하는 황도유교로 변질됐으며, 해방 이후에도 황도유교의 영향을 받은 학풍이 역대 독재정권의 극우반공 정책을 이념적으로 뒷받침하는 도구로 전락해왔다는 비판이다. 이것 역시 일제강점기를 전후한 시기에 일본의 영향을 받은 유교가 해방 이후 우리나라의 사회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이다.

이와 같이 소위 ‘왜색종교’나 일제강점기 일본에 의한 종교계에 대한 침탈은 현대 우리나라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우리나라와 일본 사이의 깊은 감정의 골은 종교에서도 발견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본의 종교들은 일본의 군국주의 역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학술대회나 공개석상에서 ‘평화’를 강조하기도 한다. 이에 대하여 외부에서 보는 시선은 일부에서는 개선의 여지가 있는 모습이라고도 보지만, 대부분은 ‘군국주의 역사에 대한 반성이 없는 원폭 피해자 코스프레’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최근 경색된 한일 관계, 그리고 과거 종교사를 보았을 때, 결국 일본 정부 차원에서 과거 전범국가였던 역사에 대한 제대로 된 반성과 완벽한 청산, 그리고 이것에 대한 장기간의 지속적인 교육이 선행되어야 주변 국가와의 공조와 경쟁을 병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국가의 잘못된 정책이 애꿎은 종교의 영역에까지 피해를 입힐 것이다. 왜색종교라는 이유로 박정희정권 때 창가학회의 포교가 금지되었던 것은 대표적인 사례이다. 일본 종교계 역시도 헷갈리는 행보가 아닌, 평화와 행복을 추구하는 종교다운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그 사례로 창가학회의 경우 일본 군국주의 정권이 정책의 편의를 위해 펼친 종교정책인 신도(神道) 중심의 종교 통합에 반대했다가 탄압을 받기도 하였다. 그런데 최근 자민당과 연립정권을 구성했면서도, ‘집단적 자위권 발동’ 문제로 인해 자민당과 대립하고 있는 공명당(창가학회에서 비롯된 일본 정당이다.)의 모습도 보인다. 물론 우리나라 현대사에서의 한일관계와 일부 수구세력의 모습을 고려한다면, 우리나라의 발언권도 상당히 위축될 것이다.

※이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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