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에 출두하는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왼쪽)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이수형 기자】 검찰은 탈세 및 횡령·배임, 비자금 의혹 등을 받고 있는 조석래(78) 효성그룹 회장을 10일 검찰에 소환해 집중 추궁 중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윤대진)는 이날 오전 9시44분께 조 회장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소환해 역외탈세, 계열사 자금 횡령·배임, 비자금 조성, 국외재산도피, 위장계열사 내부 거래 의혹 등을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또 조 회장이 그룹 경영 지배권을 행사하는 총수로서 조직적인 불법 행위를 지시하거나 묵인했는지, 세무당국 신고누락과 관련된 보고를 받았는지, 장·차남의 회삿돈 횡령을 묵인했는지 등을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은 이날 중앙지검 청사 앞에서 '법인세 탈루 의혹과 양도소득세 탈루 혐의를 인정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성실히 조사 받겠다"고 짧게 대한 뒤 조사실로 들어갔다.

조 회장은 고혈압과 심장 부정맥 증상 악화로 지난 10월30일 서울대병원 일반특실에 입원해 보름 만에 퇴원했으나, 지난 5일 부정맥 증세로 서울대병원 암병동 특실에 다시 입원했다. 조 회장은 전날 병세가 호전되자 주치의 소견과 변호인단 의견 등을 종합해 소환에 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밤 늦게까지 조 회장을 조사한 뒤 장·차남과 다른 임직원들의 진술내용 등을 비교 검토한 결과를 토대로 재소환 또는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한편 효성그룹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해외 사업에서 대규모 적자가 발생하자 10여년에 걸쳐 계열사의 매출이나 이익 규모를 축소 처리하는 등 1조원대 분식회계를 통해 법인세 수천억원을 탈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 회장 일가는 1990년대부터 보유주식을 타인 명의로 관리하는 등 1천억원이 넘는 차명재산을 운용하며 양도세를 내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그룹 계열사인 효성캐피탈에 오너 일가에 대한 불법 대출을 지시한 의혹도 사고 있다.

검찰은 조 회장이 해외 페이퍼컴퍼니나 특수목적법인, 홍콩·싱가포르 등 현지 법인을 동원해 회사 자금을 횡령하거나 역외 탈세를 한 것으로 보고, 해외 법인과 페이퍼컴퍼니에서 불법 외환거래나 국외재산을 은닉했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또 검찰은 조 회장이 임직원 250여명 명의로 주식을 보유하거나 임원에게 지급한 상여금의 일부를 되돌려 받는 등 수백개의 차명계좌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세탁한 게 아닌지 추적 중에 있다.

검찰은 조 회장 일가가 계열사인 효성캐피탈을 '사금고'처럼 이용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효성캐피탈은 2004년부터 올해까지 조 회장의 세 아들에게 모두 4152억원을 대출해주는 등 오너 일가와 임원, 계열사 등에 모두 1조2341억원을 대출해 준 사실이 밝혀졌다. 장남 조현준(45) 사장에게 가장 많은 1766억원을 대출해준 것을 비롯, 차남 조현문(44) 전 부사장과 삼남 조현상(42) 부사장에게 각각 1394억여원, 990억여원을 대출해줬다.

총수 일가의 재산관리에 깊이 관여한 효성그룹의 고모 상무와 최모 상무도 효성캐피탈에서 714억여원을 대출받았으며 대출금이 조 회장 일가의 금융계좌로 유입된 정황이 드러난 바 있다.

반면 효성그룹 측은 검찰조사에서 탈세 등 일부 혐의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오너 일가의 사익보다는 기업 활동 과정에서 경영상 불가피한 조치임을 강조해 왔다.

앞서 서울지방국세청은 지난 9월 말 효성그룹에 대한 세무조사에서 1조원 이상 분식회계와 3651억원 규모의 탈세 혐의 등으로 조 회장과 일부 경영진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조 회장을 2009년 4월 한차례 소환한 바 있으나 일부 경영진만 기소한 채 조 회장은 사법처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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