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성 CP 발행·판매 배경 등 추궁...현재현 회장 내주 소환 검토

▲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이수형 기자】 동양그룹의 사기성 회사채· 기업어음(CP) 발행 및 법정관리 신청 의혹 등을 수사 중인 검찰이 핵심 인물을 잇따라 소환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여환섭)는 정진석(56) 전 동양증권 사장과 김철(39) 전 동양네트워크 사장 등 2명을 지난 9일 각각 소환 조사했다고 10일 밝혔다.

정 전 사장은 동양투자신탁운용 대표이사 부사장, 동양그룹 전략기획본부장, 동양자산운용 대표이사 등을 거친 그룹 내 재무관리에 있어 중심축이다. 현재현 회장의 아내인 이혜경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정 전 사장은 전략기획본부장 재임시절 CP와 채권을 각각 205%, 147%로 급증시켜 동양사태를 초래한 것으로 지목받고 있다.

검찰은 정 전 사장을 상대로 경영상태가 부실한 계열사의 기업어음을 발행·판매한 경위, 현재현 회장의 직접적인 지시·보고 여부 등을 중점적으로 추궁했다.

검찰은 이들을 상대로 동양그룹이 계열사 회사채나 CP를 발행하면서 채무 변제가 어렵다는 점을 알고 있었는지, 개인 투자자들에게 투자 정보를 충분히 제공했는지, 오너 일가가 지배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CP 발행을 계획한 건 아닌지 등을 추궁했다.

검찰은 그룹 주력사인 ㈜동양이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티와이석세스'라는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법정관리를 앞둔 동양시멘트 주식을 담보로 자산담보부 기업어음(ABCP) 1568억원 상당을 발행·판매함으로써 투자자에게 손실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부실한 재무구조를 숨기고 경영실적을 부풀리거나 분식회계, 허위 공시 등을 통해 어음 발행을 강행한 것으로 보고 수사팀은 그룹 차원의 조직적인 개입이나 위법성 여부를 중점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이와 관련, 동양증권은 지난 7~9월 ㈜동양뿐만 아니라 다른 계열사의 기업어음(4132억원), 회사채(1391억원) 등 모두 5523억원 상당을 집중적으로 팔아 치웠다.

이 기간은 금융당국이 계열사 발행 투기등급 어음 등의 판매를 규제하는 관련법률 시행을 유예한 시점과 일치해 동양그룹 측이 사기성 어음을 발행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현재 ㈜동양,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 동양네트웍스, 동양시멘트 등 계열사 5곳은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받고 있는 상태다.

검찰은 이와 함께 김 전 사장이 동양네트웍크 매각 계획을 발표하면서 자금력이 충분한 것처럼 허위공시를 띄워 CP발행에 활용했는지도 들여다보고 있다.

검찰은 전날 김 전 사장을 상대로 실제 기업을 매각할 의사나 계획이 있었는지, CP 발행실적을 높이기 위해 허위 공시를 지시했는지 여부 등을 추궁했다.

이밖에 동양그룹은 계열사인 동양파이낸셜대부 통해 지난해 초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1년6개월간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 등 자금난을 겪는 부실 계열사에 1조5000억원 상당을 불법지원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검찰은 동양파이낸셜대부의 전·현직 대표 2명도 조사했다.

동양그룹은 또 지난 8월과 9월 동양시멘트를 담보로 ABCP를 발행할 당시 삼척화력발전소 매각설을 시장에 흘려 동양파워 CP판매에 이용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검찰은 주요 경영진과 임원들에 대한 조사를 마치는 대로 이달 중순께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을 직접 소환해 법정관리를 앞두고 CP발행을 강행한 배경 등을 추궁할 방침이다.

앞서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현 회장 등을 사기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데 이어 동양그룹 5개 계열사 경영진 39명을 추가 고발했고, 동양증권 노동조합도 현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이에 검찰은 ㈜동양과 동양증권, 동양네트웍스, 동양파이낸셜대부, 동양시멘트 등 계열사 10여곳과 현 회장을 포함한 경영진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하는 등 강제 수사를 해왔다.

한편 최근 금융감독원은 정 전 사장이 동양그룹의 기업회생절차를 앞두고 임직원들에게 사기성 CP 판매를 독려한 정황을 포착, 검찰에 관련 정보를 통보했다.

검찰은 그룹 고위 전·현직 임원들에 대한 조사가 일단락되는 대로 이르면 다음 주께 현재현(64) 회장을 소환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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