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확인없이 포털에 자사 비방글 차단 요청...남양유업, “비난글, 동서식품 소행” 주장

【투데이신문 이수형 기자】남양유업이 자사 제품에 대해 의혹과 논란을 제기한 인터넷 글들을 일방적으로 차단하고 나서 비난여론이 일고 있다. 특히 남양유업 측은 사실관계 확인도 없이 경쟁사인 동서식품의 비방글이기 때문에 차단했다고 주장하고 나서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올 초 대리점에‘밀어내기’등 불공정 행위로 갑의 횡포를 부려 여론의 뭇매를 맞은 남양유업이 이번에는 건전한 논쟁을 제기하고 있는 블로그 글을 차단하고 나서는 등 누리꾼들을 대상으로 갑의 횡포를 부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도서출판 예문당은 최근 자사의 공식 블로그에 남양유업의 프렌치 카페 누보의 인산염 논란에 관한 글을 게재했다.

예문당 측은 해당글에서 “카제인나트륨 대신 무지방을 넣었다는 프렌치카페를 출시한 남양유업이 이번에는 커피믹스에 인산염을 뺐다는‘프렌치카페 누보’를 출시했다”며 “지난번에는 카제인나트륨 광고로 카제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주더니 이번엔 인산염이냐”고 지적했다.

예문당은 자사에서 출간된 <진짜 식품첨가물 이야기>의 내용을 인용하며 “나트륨이나 칼슘에 비해 인지도가 떨어지지만 인은 우리 몸에서 나트륨, 칼슘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이 쓰이는 미네랄”이라며 “나트륨, 칼슘이 몸에서 많이 필요로 하는 이유는 기능보다는 소모가 많이 되기 때문인데, 기능만 따지자면 인은 우리 몸에서 가장 많은 기능을 하는 미네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천연물에 워낙 많이 존재해 우리가 섭취하는 인의 95% 이상이 천연식품을 통해 섭취되고, 인산염 등 첨가물의 형태로 섭취하는 양은 5% 이하라서 가공식품의 모든 인산을 제거해도 우리의 인 섭취량은 별 차이가 없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예문당은 “인은 우리 몸에서 매우 소중한 미네랄로 실제 첨가물보다는 식품으로 섭취하는 양이 대부분이다”며 “그런데 이런 식으로 식품회사가 첨가물이니 나쁘니까 뺀다는 식의 인상을 주는 마케팅을 펼치는 것은 그리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인산염을 커피믹스에 첨가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pH조정제로서 pH를 높임으로서 단백질을 활성화시켜 지방을 잘 녹게 하기 위해서다”며 “이를 보고 유화제의 역할을 한다고 하는 분들이 있기도 한데 이는 인산염 자체의 기능이라기보다 인산염으로 인해 활성화된 단백질이 지방을 잘 감싸 유화가 일어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내용의 글은 순식간에 누리꾼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고, 트위터 등에서 157회 이상 공유됐다. 그러나 남양유업 측이 명예훼손을 이유로 해당글을 신고해 현재 삭제된 상태다. 이후에도 예문당이 식품첨가물과 관련된 내용을 게재했지만 또다시 차단당했다.

예문당 측은 남양유업의 대응에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예문당 관계자는 “믹스커피 30잔 이상 먹어야 인산염 섭취에 문제가 생기는데 남양유업은 소비자들을 호도하는 광고를 하고 있다”며 “이에 대해 지적하고 관련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 것을 일방적으로 문제 삼으며 관련 글을 삭제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예문당 뿐만 아니라 유명 블로거들도 인산염과 관련된 논란에 대한 글을 게재한 뒤 남양유업 측으로부터 명예훼손으로 게시글을 삭제당했다.

예문당 관계자는 “남양유업이 자사 제품에 대한 다소 부정적인 소비자들의 글에 대해서 반박 자료나 공식 입장을 통해 소비자들과 소통하기보다는 일방적인 게시글을 차단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며 “정보통신보호법상 요청자가 요청하면 언제든지 게시글이 삭제될 수 있다는 것을 악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남양유업 대응이 누리꾼들 사이에서 비난이 일자 남양유업 측은 예문당 측에 일방적인 게시글을 차단한 것에 대해 사과했다.

이와 관련 남양유업 측은 “동서식품의 비방글을 차단한 것”이라는 다소 황당한 입장을 내놓았다.

남양유업 홍보실 관계자는 “인의 섭취를 줄이는 게 좋다는 학자들의 의견을 듣고 내놓은 제품이다”며 “동서식품에서 우리 제품을 비방하기 위해 최근들어이러한 글들을 많이 게재했기 때문에 명예훼손으로 차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예문당 출판사의 블로그와 다른 유명블로그의 글을 차단한 것에 대해 남양유업이 사과한 사실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그 또한 동서식품의 비방글로 빚어진 일일 것”이라며 “관련내용 확인 후 연락을 주겠다”고 답했지만 결국 연락이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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