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형
▸ 팟캐스트 <이이제이> 진행자
▸ 저서 <와주테이의 박쥐들> <김대중vs김영삼> <왕의 서재> 등 다수

【투데이신문 이동형 칼럼니스트】 얼마 전 있었던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의 폭력사태를 보며 많은 이들은 87년에 있었던 “통일민주당창당방해사건”, 이른바 용팔이 사건을 떠올렸다. 같은 당 소속의 노회찬 마저 “이번 폭력사태는 그걸(용팔이 사건)능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발언을 했을 정도다. 타도의 대상이었던 군부정치의 패악 질을 지금 진보정치에서 하고 있으니 “극과 극은 통한다.”는 세간의 이야기가 단지 비아냥거림만은 아닌듯하여 씁쓸함을 금할 길이 없다.
 
뭇사람들이 이번 사건에서 용팔이 사건을 떠올렸던 것은 이번 폭력사태가 여러모로 용팔이 사건과 닮았기 때문이다. 용팔이 사건이란 전두환 정권이 김대중, 김영삼의 통일민주당창당을 깡패들을 동원해서 물리력으로 방해한 사건이다. 신민당의 이민우와 이철승이 내각제 지지의사를 밝히자 대통령직선제개헌을 주장하던 김대중과 김영삼은 이에 반발, 신민당을 탈당하고 통일민주당을 창당하였다. 이에 안기부의 장세동은 신민당의 중진의원이었던 이택돈, 이택희 에게 5억 원을 주며 창당을 방해하라고 지시했고, 장세동의 사주를 받은 이들은 신민당총무부국장 이용구에게 이용구는 다시 깡패인 전주파 두목 용팔이, 김용남 에게 창당방해를 지시한 것이다. 이로써 전국에 걸쳐 이루어졌던 통일민주당지구당창당식은 “각목쇼”로 변질되어버렸다.

그러나 이 사건의 주요인물중 법의 단죄를 받은 사람은 용팔이 김용남이 유일했다. (YS정권이 들어서고 재조사 후 관련인물 구속) 특히 이들을 사주하여 실질적으로 움직이게 했던 장세동은 혐의조차 받지 않았었다.

그럼, 지금의 통합진보당사태는 어떤가?
 
중앙위원회 현장에서 있었던 끊임없는 필리버스터, 그리고 욕설과 폭력을 휘둘렀던 전위대는 당권파의 일반평당원과 대학생당원들이었다. 당권파는 배후설을 강력 부인하고 있지만 평당원과 대학생들이 윗선의 지시 없이 독자적으로 이런 큰일을 저지를 수 있었을까? 그들이 자발적으로 이런 일을 저질렀다면 그건 20여 년 전의 용팔이 패거리들이 “나라와 신민당의 발전을 위해 독자적으로 한 일이었다.”고 주장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는 것이다.

당권파 참관인들은 “강행처리반대”라는 피켓을 미리 준비해서 왔고 끊임없이 “불법중앙위 중단하라” 라는 구호를 외쳐댔다. 이들이 외치는 구호 때문에 처음부터 회의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들이 구호를 중단했을 때는 당권파 위원들이 발언했을 때뿐이었다. 이뿐인가? 당권파지도부들은 중앙위원회 회의 시작 전, 약속이라도 한 듯이 회의장을 이탈했다. 이정희는 회의 시작 전 짤막한 사퇴문을 읽고 회의장을 빠져나갔으며 장원섭 사무총장은 자기의 권한을 위임했다. 이석기 당선자는 아예 회의장에 모습을 드러내지도 않았고 김재연 당선자는 폭력사태 때 대학생 뒤로 숨었다. 이들이 이렇게 모습을 감춘 것은 “우리는 책임에서 자유로워졌으니 마음껏 회의를 방해하라.” 라는 신호가 아니고 무엇인가? 용팔이 사태 때 장세동이 뒤로 숨은 것과 무엇이 다른가 말이다.

일련의 사태 전개과정이 이럴진대 배후의 지시가 없었다고 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태도이다. 이것이 진정 진보가 추구하는 민주주의의 가치인가? 욕하면서 배운다고 타도를 외치던 군사정권과 어찌 이리도 닮았는지 기가 찰 노릇이다.

이번폭력사태가 용팔이 사건과 닮은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당시 대부분의 언론과 국민들은 용팔이 사건을 야권의 내부분열이라고 생각했고 그 비판은 고스란히 야권에 부담이 되었다. 지금은 어떤가? 보수언론들은 신이 나서 연일 이번 통합진보당 폭력사태를 민주주의의 폭거로 규정하며 대서특필하고 있고 국민들은 야권을 비난하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게 까지 진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사건의 당사자인 당권파의 이석기와 김재연은 여전히 “나는 문제없어”를 외치고 있다.
 
이석기, 김재연은 “결자해지”의 정신으로 사태를 수습해야 한다. 20여 년 전의 장세동이 되고 싶지 않다면 지금이라도 통 큰 결단을 하라!
국회의원 자리가 그렇게 탐나는가? 권력이라는 달콤한 열매가 민주주의와 민중의 삶보다도 중요한 것인가? 이렇게 계속자리에 연연한다면 당신들이 과거에 했던 노동운동과 학생운동까지도 매도되고 말 것이다. 

이석기! 당신이 없어도 다른 훌륭한 진보정치인이 당신의 자리를 메울 것이다. 그러니 아무 걱정 말고 권력의 끈을 내려놓으라.
 
김재연! 이것이 당신이 말하던 새로운 정치인가? 사퇴를 거부하고 지금과 같이 시간끌기의 얄팍한 수만 보인다면 과거 당신이 모교동지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총련의장으로 출마한 것은 당신의 권력욕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될 수밖에 없음을 자각해야 할 것이다. 당권파의 얼굴마담은 이정희 하나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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