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미선
▶ 스토글 대표이사
▶ 경찰교육원 외래교수 / 교보문고 독서코칭 전문강사 / 아동문학가
【투데이신문 윤미선 칼럼니스트】얼마 전 고려대생 주현우 씨가 교정에 붙인 ‘안녕하십니까’라는 제목의 손글씨 대자보에 호응하는 학생과 시민들의 관심이 뜨겁다. 토론회가 열리고 여기저기서 동참하는 대학들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 최근 들어 대학가에서 존재감이 사라졌던 대자보 하나가 이처럼 뜨거운 호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우리사회가 마주한 현실에 대해 공감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보통 대자보는 ‘~합시다’라고 하는 데 주현우씨는 일상 언어인 ‘안녕하십니까’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주씨는 손으로 쓴 두 장의 대자보에서 자신의 마음속을 울리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그 이야기 속에는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들에 대해 말하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과 위기의식을 질문을 통해 묻고 있다.

필자는 주씨가 생각하고 있는 문제가 우리의 문제이고 같은 처지라는 동질감이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질문 속에 ‘당신은 괜찮으신가요?’ ‘당신도 한 번 생각해 보세요.’ 공감의 대화를 상대에게 보내고 있다.

대화는 관심에서부터 시작된다. 관심은 상대방에게 다가가려는 마음의 표시이다. 관심에는 상대방이 자신을 마음에 들어 하는지 안 들어 하는지 궁금함도 포함된다. 남에게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상대의 입장에서 보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나만의 관심에서 상대방을 이끌려는 오류를 범한다. 
 
옛날에 한 임금이 진귀하게 생긴 바다새를 보고 너무 맘에 들어 궁궐에서 키우기로 했다. 임금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고기 음식을 주고 밤이면 침대를 마련해 비단이불을 덮어주며 깊은 관심을 갖고 애지중지했다. 하지만 이 새는 임금이 주는 음식도 먹지 않고 비단 이불을 덮어주면 날개를 심하게 파닥거리며 잠을 자지 않았다. 결국 이 새는 사흘 만에 죽고 말았다.
 
임금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은 새도 좋아할 거라는 자기중심적인 생각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임금은 새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알아보기보다는 ‘내가 좋으니까 너도 좋을 것이다.’는 나만의 관심으로 대했던 것이다.
 
남녀간의 사랑에서도 이기적인 면을 볼 수 있다. ‘사랑하니까 너를 구속하는 것이다.’ ‘너는 나만 바라봐야해.’ 이러한 태도는 결국 헤어지거나 다툼이 잦아 상대에 대한 신뢰성을 떨어트리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대화에서 상대방에게 호감을 줘 좋은 관계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먼저 관심을 갖고 상대방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이다. 관심을 갖기 위해서는 서로의 공통점을 찾는 것이다. 외모, 의상, 취미, 사회적인 이슈 등 어떤 것이든 좋다. 일단 공통점이 발견되면 연대감이 형성되면서 대화가 활발히 전개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상대가 관심 있는 것을 이야기 하면 분위기가 좋아진다. 관심은 대화를 통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대화를 하기 전에 자신의 적극적인 제스처에 의해서도 전해진다. 
 
좀 오래된 이야기만 어느 신문기사의 내용이 화두가 된 적이 있다. 입사원서를 낸 사람이 면접시험이 있던 하루 전 날 그 회사 직원 500여명에게 사탕을 나누어주었다는 기사였다. 그는 회사에 입사하고픈 열망을 사탕을 나누어주면서 직원과 임원들에게 커뮤니케이션을 한 것이다. 물론 합격은 당연한 것이었다. 
 
평소 친구들에게 상냥하고 어른들에게는 예의가 깍듯한 A양이 있다. A양은 치기공과를 졸업하고 취직을 하였는데 수도권에서 규모가 꽤 큰 기공소였다. 규모가 큰 만큼 전문기술자도 많고 일도 많았다. 밤 10시 넘어서까지 근무해야하는 힘든 근무 조건이지만 A양은 훌륭한 기공기술을 배우기 위해 토요일에도 일이 있으면 나가고 궂은 일에 솔선수범하면서 늘 웃는 얼굴로 사람들을 대했다.
 
하지만 선배들은 기술 노하우를 가르쳐주지 않고 잔심부름만 시킬 뿐이었다. 자신도 기술을 배워 좋은 이를 만드는 기술자가 되고 싶은데 언제까지 잔심부름만 하고 있어야 하는지 마음이 심란했다. ‘규모가 큰 회사여서 그런가. 기술을 배우려면 작은 회사가 더 좋지 않을까?’ 이러한 고민에 쌓여 있을 때 하나의 계기가 A양의 상황을 반전시켰다. 스승의 날이었다. A양은 자신의 성품대로 직장 선배들을 자신의 스승이라고 생각하고 꽃을 준비해서 선배들과 사장님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 주었다. 그 이후로 선배들의 태도가 달라졌다. 서로 A양에게 기술을 가르쳐주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A양은 지금 정식 기공사로써 월급도 많이 올랐고 후배들도 들어와 행복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위의 사례에서 보듯 관심은 말뿐만이 아니라 처세술과도 관계가 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쁨도 다 저한테서 나온다’는 옛말이 있듯이 상대의 기분을 좋게 하는 처세술이야말로 관계형성을 하는 큰 경쟁력이다.
  
결국, 남에게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자신을 상대방의 입장에 놓는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내 얘기보다는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자세를 먼저 갖춰야 한다.
 
또한 관심은 눈빛에서부터 나타난다. 상대방의 눈빛을 그윽이 바라보며 대화를 해보라. 시선을 잡는 것은 마음을 잡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갖는다. 가벼운 스킨십을 해보라. 신체접촉은 어깨, 손등, 팔꿈치를 가볍게 터치하는 방법으로 호감을 표시한다. 우리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기분이 나쁘거나 화가 나는 것은 상대방의 태도에 의해 불만을 품게 되는 경우이다. 대화를 할 때 자신에게 전혀 신경을 쓰지 않다고 느낄 때 기분이 나쁘게 되는 것이다. 
 
공감의 뜻을 표하라. ‘내가 네 입장이었다면 너하고 똑같은 기분이었을 거야.’ 라는 말은 상대방의 기분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추임새를 적절히 넣어주는 것도 효과적인 대화를 이끄는 비결이다. 물론 과한 제스처는 오히려 거북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도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무런 지식도 없이 남의 말을 잘 들어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런 상대의 관심을 알아내기 위해 다방면의 지식을 쌓아야 한다. 지식이 있어야 의사소통이 잘 이뤄진다. 
 
말을 잘 하고 싶거든, 먼저 상대에 대한 관심을 갖고 평소 다방면의 지식을 쌓는 노력을 하자.
 

필자 소개 (윤미선)
스토글(스피치, 토론, 글·논술) 대표이사인 윤미선은 경찰교육원 외래교수이자 교보문고 독서코칭 전문강사, 아동문학가로 활동하고 있다. 10여 년간 전국 곳곳에 있는 기업, 학교, 관공서 등에서 스피치 관련 강의를 했다. 국내 최초로 스피치, 토론, 글쓰기 연계 프로그램을 개발했으며, 태권스피치 교재를 만들어 태권도 관장, 사범, 학부모, 학생들에게 전파했다. 스피치와 토론 시 특성화사업 강사 과정을 총괄 지휘했으며 전국 최초로 실버 감성 스피치를 개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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