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가요계 섹시 열풍...하나의 콘셉트 vs 이슈몰이에 불과

   
▲ 달샤벳(왼쪽 위), 레인보우 블랙(왼쪽 아래), 걸스데이 유라(오른쪽) ⓒ뉴시스
【투데이신문 한규혜 기자】2014년, 가요계는 여전히 섹시열풍으로 뜨겁다. 지난해 섹시함으로 주목받았던 걸그룹들은 더욱 농도 짙은 노출과 퍼포먼스로 돌아왔다.
 
‘걸스데이’, ‘달샤벳’, ‘레인보우’ 등 섹시 콘셉트로 인기몰이를 한 대표적인 세 팀도 올해 더욱 강력해졌다. 이들 세 팀은 ‘은근한 섹시’(걸스데이), ‘세련되고 여성스러움’(달샤벳), ‘관능적이고 품격 있는’(레인보우) 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며 ‘우아한 섹시’를 내세웠다.
 
걸스데이는 지난해 ‘기대해’라는 곡으로 활동 당시 멜빵을 풀며 웨이브를 타는 춤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이달 3일 발매한 ‘섬싱(Something)’의 저력 또한 엄청났다. ‘섬싱’은 발매 하루 만에 멜론과 엠넷 등 주요 음원차트에서 상위권에 랭크됐다. 걸스데이의 세 번째 미니앨범인 ‘섬싱’의 프로듀서 팀 ‘이단옆차기’(박장근, 마이키) 측은 ‘섬싱’으로 1998년 엄정화(45)의 ‘초대’, 2000년 박지윤(32)의 ‘성인식’ 등 그간의 섹시 계보를 이을 것이라며 강한 자심감을 내비쳤다.
 
‘섬싱’ 도입부에서 걸스데이는 바닥에 엎드려 엉덩이를 들어다 놨다 하면서 섹시함을 강조하고 있다. 의상은 몸매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실루엣으로, 배꼽과 팔 등을 드러낸 상의와 중국 전통 의상 치파오처럼 옆트임이 인상적인 긴 치마를 입었다. 특히 이 치마를 손으로 들춰 올리고 반복적으로 허벅지를 훑어 내리는 등 섹시한 안무를 선보이고 있다. 걸스데이 리더 소진(28)은 “‘섬싱’의 무대를 통해 은근하지만 강한 섹시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면서 “우리만의 은근한 섹시함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 걸스데이 ⓒ뉴시스
달샤벳 역시 걸스데이와 함께 지난해 ‘섹시함’으로 급부상했다. 지난해 ‘내 다리를 봐’라는 가사와 함께 두르고 있는 치마를 날개처럼 양 옆으로 펼치는 춤으로 유명세를 탔다. 신사동 호랭이(31)와 손잡고 이달 8일 내놓은 미니앨범 ‘BBB(Big Baby Baby)’ 또한 섹시 콘셉트이다. 달샤벳의 매니지먼트사인 해피페이스엔터테인먼스 측은 “이번 앨범 최고의 변신은 의상”이라며 “바디 컨셔스(Body Conscious)룩으로 상의는 재킷, 하의는 긴 팬츠로 노출이 없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이어 “몸에 붙는 실루엣으로 세련되고 여성스러운 이미지를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바디 컨셔스룩이란 말그대로 신체에 꼭 맞게 입어 몸의 실루엣을 그대로 드러낸 룩을 나타내는 말이다. 몸의 실루엣을 여과없이 드러내기 때문에 섹시함을 표현하기 위해 많이 입는 룩 중 하나다. 또한 달샤벳의 여섯 멤버는 좁은 욕조 안에 들어가 여러 포즈를 취한 사진도 화제가 됐다.
 
‘레인보우’ 역시 섹시 유닛그룹 ‘레인보우 블랙’이 이달 말 출격한다. ‘19금’ 섹시를 메인 콘셉트로 삼았다. 매니지먼트사 DSP미디어는 “레인보우 픽시가 보여주지 않은 관능적이고 품격 있는 섹시함을 보일 것”이라고 소개했다. 2009년 ‘가십 걸’로 데뷔했으며 2010년 경괘하고 시원시원한 리듬의 섹시 안무를 결합한 댄스곡 ‘A’로 섹시함을 인정받았다. 2011년에는 ‘발랄함’을 콘셉트로 첫 번째 프로젝트 유닛 ‘레인보우 픽시(Pixie)’를 선보인바 있다. 6일부터 4일간 레인보우 블랙은 유튜브 채널에서 ‘홀 보디 스캐닝(Whole Body Scanning)’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통해 4명의 멤버를 차례로 공개하고 있다. 영상 속에서 레인보우 블랙 멤버 한명이 누워있고, 여자 신음소리가 섞인 배경음악에 발끝부터 머리까지 도촬(도둑촬영)하듯 찍어 흡사 야동(야한 동영상)을 보는 듯하다.  
 
그밖에 지난해 ‘흔들려’로 섹시 걸그룹 대열에 합류한 AOA도 떠오르는 신예다. 이달 9일 자정 AOA 페이스북에서는 오는 16일 발매되는 AOA의 다섯 번째 싱글 ‘짧은 치마’의 콘셉트 사진 2장이 공개됐다. 사진 속 7명의 멤버들은 속살이 비치는 검은 스타킹과 킬힐을 신고 다리를 고며 각선미를 뽐내고 있다. 팬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AOA의 신곡은 10일 자정 공개되는 뮤직비디오 티저 1편을 통해 한 꺼풀 베일을 벗을 예정이다. 
 
   
▲ 마돈나, 비욘세, 리아나 (왼쪽부터) ⓒ뉴시스
해외의 섹시 열풍은 어떨까. 미국 슈퍼스타 마돈나(56), 리아나(26), 비욘세(33) 등의 노출과 섹시함은 국내 걸그룹 이상이다. 그러나 탄탄한 음악성을 바탕으로 깔고 있다. 뛰어난 가창력으로 섹시함을 떼어낼 수 없는 노래에 맞춰 춤을 춘다. 진정한 섹시함은 당당한 태도라는 것을 시원스러운 가창력이 기본이 된 거침없는 무대 매너로 입증한다. 국내 걸그룹들이 뛰어난 외모와 춤에 비해 부족한 가창력이 계속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것과 달리 해외 스타들은 기본 실력을 바탕으로 대중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단기간에 음악성을 끌어올리는 것은 힘들다보니 걸그룹들은 우선 쉽게, 또는 강하게 팀의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섹시함에 매달리게 된다는 분석이다. 걸그룹들이 몸과 가슴을 드러내고 섹시함을 보여주기 위해 혈안이 된 것은 원초적인 자극이 단기간에 주목받는 가장 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섹시’는 남성 팬들을 주축으로 삼는 걸그룹이 팬덤에 어필하기 위해 자주 쓰이는 요소 중 하나다. 자극성을 추구하는 ‘셀시, 노출’은 단시간에 논란을 생산해 이슈몰이에 성공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단번에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아야 생존할 수 있는 가요 홍보 마케팅의 특성상 가요시장은 더욱 노골적으로 말초신경을 자극해 왔다.
 
이러한 ‘섹시 콘셉트’을 내세운 걸그룹들에 대한 시선은 그리 곱지만은 않다. 누리꾼들은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과 트위터 등을 통해 과도한 노출이 청소년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가족들이 함께 걸그룹의 무대를 시청하는데 있어 민망함을 느낀다는 반응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학생 양모(25)씨는 “이제 섹시 콘셉트는 지겹기까지 하다”며 “요즘 우리나라 가요계가 미쳐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러한 가요계의 섹시열풍에 대해 걸스데이 소속사 드림티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섹시) 열풍을 불게끔 하려한 것은 아니다”며 “콘셉트 중 하나일 뿐이다. 다른 회사들도 다양하게 섹시 콘셉트를 가지고 나오다 보니 열풍처럼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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