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적인 내 여자친구는 별에서 온 예니콜!

   
▲ 전지현 ⓒ뉴시스
【투데이신문 김두희 기자】2001년 ‘그녀’가 말했다. “견우야, 미안해. 나도 어쩔 수 없는 여자인가봐.” 시간이 흐르고 흘러 2014년 ‘천송이’가 외쳤다. “진짜 날 몰라? 외계인이야?” 이 역할의 주인공은 영원한 스타, 배우 전지현이다.
 
그는 최근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SBS 수목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대한민국의 최고 한류스타인 천송이 역할을 맡아 매끄러운 연기력으로 드라마에 힘을 불어넣고 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인기가 가장 잘 드러나는 부분은 역시 시청률이다. 첫 방송부터 시청률이 15.6%로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하면서 시작했고 4회에서는 무려 20%를 넘기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 드라마 소재에서 잠깐 표절시비에 휘말리기는 했으나 제작진 측은 이에 대해 절대 표절은 있을 수 없다는 분명한 입장과 대본이 언제 어떻게 진행됐는지를 명백히 밝히면서 논란은 잠잠해졌고 판타지와 로맨스를 적절하게 섞은 내용이 흡입력이 있다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아무리 대본이 좋고 감독의 연출이 뛰어나더라도 배우들의 연기력이 떨어지고 배역에 대한 완벽한 이해가 부족해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그러나 역시 전지현은 달랐다. 전지현이라는 파급력은 강했고 상대배우인 김수현과도 잘 어우러지며 최고의 결과를 내놓고 있다. 외적인 면에서는 2001년 ‘엽기적인 그녀’에 출연했을 때만큼 10년 훨씬 지났음에도 젊고 아름답다. 내적인 점에서는 연기 스펙트럼이 더욱 넓어지고, 이번 작품에서 연기력에 물이 올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전지현의 화려한 재기는 예상됐던 것이다. 2010년 오랜 시간 둥지를 틀었던 소속사 싸이더스를 떠나 1인 소속사를 차린 전지현은 그 뒤로 처음 만났던 ‘도둑들’에서부터 호평을 받기 시작했다. 뚜렷한 단독 주연 없이 김혜수, 이정재 등 개성있는 배우들이 포진해있던 영화에서 단연 돋보이던 배우는 ‘예니콜’역의 전지현이었다. 본인이 예쁜 것을 너무 잘 알고 새까맣고 몸에 밀착되는 가죽옷을 입은 채 줄을 타는 역할의 ‘예니콜’은 전지현에게 꼭 맞는 옷과 같은 역할이었다. 그 뒤로 ‘베를린’에서는 그 전 역할들과 사뭇 다른 ‘련정희’역을 맡았지만 한석규, 하정우, 류승범처럼 굵직한 연기를 하는 배우들 사이에서 차분하게 역할을 소화했다. 
 
그러나 전지현은 오랜 슬럼프를 겪은 배우였다. 13년 전, ‘엽기적인 그녀’의 엄청난 성공 이후 고정된 이미지를 탈피하려던 것처럼 2003년 공포영화 ‘4인용 식탁’을 선택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그 뒤로 공백 없이 꾸준히 활동했지만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2004)’, ‘데이지(2006), ‘슈퍼맨이었던 사나이(2008)’ 등의 국내영화도, ‘블러드(2009)’, ‘설화와 비밀의 부채(2011)’ 와 같은 해외에서 촬영했던 영화도 관객을 끌어모으지 못했다. 그저 CF스타로 머물며 왕년에 잘 나갔던 스타로 이미지가 굳어질 수도 있었다.
 
전지현의 연기실력이 부족해 영화가 성공하지 못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신들린 연기력은 아니었지만 어떤 배우와 호흡을 맞춰도 튀는 일 없이 작품을 이끌어나갔다. 이른바 ‘발연기’는 아니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전지현을 가라앉게 했을까? 그저 그는 최선을 다했지만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었을 뿐이었다. 대중이 바라는 전지현의 모습은 1999년 마이젯 프린터 CF에서 섹시하고 발랄하게 춤을 추던 이미지, ‘엽기적인 그녀’에서의 엽기걸 정도였다. 특히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는 2시간짜리 전지현 CF라는 오명을 얻었다. 어떤 배우나 그렇겠지만 전지현은 작품성과 전지현에게 꼭 맞는 배역 이 두가지가 모두 필요했던 것이다.
 
전지현이 싸이더스와 결별을 한 후, 오히려 전지현은 화려한 재기를 위한 시동을 걸었다.  ‘도둑들(2012)’은 그런 면에서 전지현의 필모그래피에 있어서 독특하다. 두드러지는 주연의 역할로 홀로 또는 둘이 작품을 이끌어 나가야되는 영화가 아닌 여러 명이 주연을 맡아 각자의 개성을 융합해야만 하는 작품. 많은 선배 배우들 사이에서 묻힐 수도 있었던 전지현은 ‘예니콜’을 통해 아직도 여전히 ‘전지현은 전지현’임을 여실히 나타냈다. 또한 7살 차이가 나는 김수현과 좋은 호흡을 보여주기도 했고 이번 ‘별에서 온 그대’에서도 다시 한 번 손을 잡았다.
 
오랜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한 그는 예전의 신비주의는 버린 채 자신의 모습과 가까운 ‘천송이’를 연기하며 더욱 물 오른 연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시청자들도 ‘천송이’로 돌아온 전지현을 반기고 있고 그것은 드라마의 높은 시청률로 나타난다. 
 
CF에서의 예쁜 이미지에 갇혀 나오지 못할 것 같았던 그는 신비주의를 깨고 이제 시청자들과 소통하며 더욱 더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전지현의 2014년 행보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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