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경찬 문화 칼럼니스트】뮤지컬 ‘아사가’는 영국을 대표하는 추리소설 여류작가 ‘아가사 크리스티(Agatha Christie)’의 1926년 12월에 있었던11일간의 실종사건을 다루고 있다.  

한국관객에게 ‘아가사 크리스티(Agatha Christie)’는 생소한 일물일 수 도 있다. 하지만 ‘오리엔트 특급 살인’,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ABC살인’, ‘쥐덪’ 등의 작품은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누구나 한번쯤은 읽어보았을 작품이다.
 
셰익스피어와 성경 다음으로 책이 많이 팔린 작가. 100개가 넘는 언어로 번역되어 전세계에 40억 부 넘는 판매고를 올린 작가. 1971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으로부터 데임(기사)작위를 받은 작가. 이 모든 수식어가 ‘아가사 리스티(Agatha Christie)를 지칭하는 것이다. 
 
뮤지컬의 시작은 1953년 ‘아가사 크리스티’에게 한 장의 편지가 도착하면서 극이 시작된다. 그 편지를 보낸 사람은 ‘레이몬드’. 지금은 변변찮은 작가로 신문에 투고하는 일을 하고 있고 있다. 그는 27년 전 ‘아가사 크리스티’을 만난 적이 있다. 그때 당시 그의 나이17살. 그는 그녀와 같은 마을에 살고 있었다. 하지만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어떤 추억이 있는지는 기억하지 못한다. 알면 알수록 그는 악몽에 시달린다.
 
27년 전 ‘아가사 크리스티(Agatha Christie)의 11일간의 실종사건은 ‘레이몬드’와 ‘아가사 크리스티’ 단 둘만의 비밀이야기처럼 시작된다. 
 
   
 
이 극의 연출을 맡은 김태형 연출가는 “아가사의 실종과정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추리 형식을 빌어 이야기하지만, 완벽한 추리물보다는 창작자로서의 고뇌와 고통을 극복하는 과정을 주로 다룬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살인을 다룬다는 것이 아가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초점을 맞추고 겉으로 드러내는 의미로서의 장점”이 있다며 “아가사의 내면을 따라가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는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작품에서 ‘아가사 크리스티’는 좀 더 자극적인 작품을 쓰라는 편집장과 독자들의 바램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주변의 사람들의 대한 염증(厭症)을 느낀다. ‘아가사’는 왜 사람들이 자신의 소설이 살인을 다루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궁금해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여기서 아가사의 좀 더 깊숙한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작가로서의 괴로움. 극 속에서는 다이달로스의 미로가 나온다. 그녀의 말처럼 작품을 쓰는 것은 미로 속에 들어가 괴물(미노타우로스)을 무찌르고 출구로 나와야 한다고 말한다. 이 속에서는 많은 이야기를 내포(內包)하고 있다. 현실과 내면에 부딪치는 힘든 싸움을 이겨야겠다는 ’아가사 크리스티’의 자기 최면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다.
 
프리셋[PRESET]무대는 미로의 입구처럼 꾸며져 있다가 극이 시작되면 조형물이 펼쳐지면서 공간의 변화를 준다. 제한적일 수 밖에 없는 공간은 영상을 통해서 극복하였으며 사실적인 세트와 소품은 당시 유럽의 저택을 보여주는 것 같다. 의상 또한 멀티적인 캐릭터를 소화해야 하는 장면에서 각각의 캐릭터가 잘 보일 수 있도록 했다.
 
음악은 아쉬움이 남았다. 솔로들의 노래가 귓가에 오랫동안 맴돌았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한 점과 음악의 장르의 다양성이 좀 더 보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다양한 소재와 스토리텔링으로 관객들의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은 분명 감사한 일이다. 다만 인물들간의 갈등보다는 단순히 ‘아가사 크리스티’의 내면적인 부분에만 포커스를 맞춘 것은 아닌지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창작초연이라는 점과 뛰어난 소재 선택은 앞으로 뮤지컬 ‘아가사’에 기대심을 높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아가사>는 2월 23일(일)까지 서울 동국대 이해랑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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