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경찬 문화 칼럼니스트】연극 ‘사라와 제니퍼’는 전통 느와르 스릴러 연극이다.  
 
장르와 제목에서 주는 뉘앙스만으로도 이 작품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과연 ‘사라와 제니퍼’가 담고자 한 이야기는 무엇일까.
 
무대는 동두천 기지촌에 있는 허름한 클럽. 이곳에 건물주인 황학수와 그의 친구 김주명이 있다. 그들의 외모에서 느껴지는 연륜만큼 이 곳 클럽도 수많은 사연과 사건들을 머금고 있는 듯 하다.
 
연극의 시작은 이곳 ‘메드맥스’라 불렸던 클럽에서 시작된다.
 
과거 화려했던 추억의 장소 ‘메드맥스’ 하지만 지금은 동두천의 미군들이 빠져나가고 황량함마저 맴돈다.이 곳에 사라와 제니퍼가 들이 닥친다. 사라의 손에는 권총이 들려있다. 생각지도 못한 그녀의 등장에 김주명의 계획은 어긋나기 시작한다.
 
‘메드맥스’을 찾아온 사람들은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온 한 마리의 불나방이다.
 
시간은 흘러 찾는 사람들은 달라졌지만 그 곳에 찾아오는 사람들의 욕망은 같다. 서로의 욕망을 관철 시키기 위해 그들은 속이고 또 속이고 죽인다.
 
총이라는 소품은 이러한 욕망을 충족시켜나가기 위한 가장 효과적이고 폭력적인 수단이다. 뿐만 아니라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 올리는 촉매가 된다.
 
사라의 분노는 총이라는 오브제로 그녀의 분노가 어디로부터 왔으며 누구에게로 향하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총은 인물간의 갈등을 고조시킨다. 총소리 또한 관객에게 극의 긴장감을 극대화 시키는 중요한 요소이다.  
 
‘사라와 제니퍼’의 현대사의 아픔과 상처를 제대로 끊어내지 못한 시대의 현실을 그대로 드러낸 작품이다.전쟁은 사라졌지만 그로 생긴 파편들이 사회 전반에 박혀 아직도 신음하고 있는 전 세대의 이야기이다.
 
현재 6· 25전쟁부터 2010년까지 통계에 의하면 혼혈인으로 태어난 아이의 수가 150만 명을 넘어섰다. 극 중에 제니퍼도 그 중에 한 명이다. 아버지는 흑인이고 어머니는 한국인이다.
 
그녀는 혼혈인으로 한국에 사는 것이 얼마나 차별 받고 힘든지 그녀가 부르는 ‘Summertime’의 노래로 함축돼 극중에서 말하고 있다. 
 
연극은 어두운 주제를 가지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그것을 풀어나가는 과정까지 어렵고 힘들지는 않다. 블랙코미디로 아프고 힘든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어서 보는 동안 풍자도 곳곳에 깔려있다. 재미있게 웃다 보면 가슴 한 곳이 시린 연극 ‘사라와 제니퍼’이다.
 
다만, 음향문제로 스피커에서 나오는 노이즈와 극중에 김주명과 부동산중개업자 송실장의 라이브 연주는 아쉬움에 남는다. 
 
연극 ‘사라와 제니퍼’, 그 속에 클럽 ‘매드맥스’에 들어서면 대한민국의 그림자를 볼 수 있다.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에서 오는 19일(일)까지 무대에 올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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