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형 칼럼니스트
▸팟캐스트 <이이제이> 진행자
▸저서 <와주테이의 박쥐들> <김대중vs김영삼> <왕의 서재>등 다수

【투데이신문 이동형 칼럼니스트】겨울 스포츠의 최고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동계올림픽의 개막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우리나라는 전통의 메달 밭 쇼트트랙과 세계 신기록 보유자인 이상화, 디펜딩 챔피언 모태범, 이승훈 3총사가 버티고 있는 스피드스케이팅, “여제” 김연아가 있는 피겨 스케이팅에서 최소 금메달 4개 이상을 따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2006년 토리노 올림픽과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금메달 6개를 따낸 것을 생각했을 때는 목표가 상당히 낮아진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렇게 목표치가 낮아진 데에는 분명 쇼트트랙의 부진이 있기 때문이다. 2010년 밴쿠버 대회 때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피겨스케이팅 경기에서 골고루 메달을 딴 것과는 달리 2006년 대회 때의 금메달 6개는 모두 쇼트트랙에서 건진 것이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쇼트트랙 강국이었던 것이다. 이런 우리나라가 이제 쇼트트랙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을지도 의심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이것은 누구의 책임인가? 선수들의 기량이 떨어져서 일까? 그들이 자신들의 선배보다 훈련을 게을리 해서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지도자들의 능력이 모자라서인가? 그렇지 않다. 이 모든 책임은 100% 빙상협회에 있다.  

  자기 밥그릇 싸움 한다고 한체대(한국체육대학)와 비한체대간의 파벌싸움을 일으키고 그 여파로 선수들은 같은 대표 팀 소속임에도 불구하고 따로 훈련을 해야 했다. 국제대회에 나가 우리 선수들끼리 진로를 방해하는 한심한 추태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뿐인가? 선수단내에 폭력다툼이 일어나고 왕따 사건이 발생했으며 스포츠의 기본정신을 무시한 승부조작에 이은 “담합시합”까지 일어났다. 실력이 아닌 파벌로 선수를 선발하다 보니 그때부터 세계대회에 나가기만 하면 메달을 휩쓸었던 우리 쇼트트랙은 하향세를 그리기 시작한다. 가장 뛰어난 기량을 갖춘 선수를 내보내도 쇼트트랙 신흥강국인 중국과 캐나다 선수들의 맹 견제를 받을 텐데 밥그릇싸움이나 하고 있었으니 성적이 떨어지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세계 최고 선수였던 안현수가 파벌싸움을 견디지 못하고 러시아로 귀화한 것도 그런 면에서 봤을 땐 일각 이해가 가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이 모든 문제의 원인인 협회는 아무런 책임도지지 않고 있다. 책임은 고사하고 열심히 훈련하는 선수들의 사기를 꺾는 행동도 서슴없이 벌이고 있다. 그 한 예가 바로 이번에 터진 성추행전력을 가진 코치를 쇼트트랙 여자 대표 팀 코치에 임명한 사건이다. 
 
  지난해 여름 한국체대 코치였던 A씨는 자신이 지도하던 쇼트트랙 여자선수를 자신의 오피스텔로 불러 강제로 키스를 하고 가슴을 만지는 등의 성폭력을 저질렀다. 사건이 알려지자 A코치는 자취를 감추었으나 협회 내에서의 진상조사와 징계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 사실만으로도 비난을 받아야 할 연맹 이었으나 더 황당한 짓을 저지르니 바로 문제의 그 코치를 대표 팀 코치로 선임한 것이다. A코치를 대표 팀 코치에 선임할 수 있었던 이유에는 당연 “파벌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A코치의 스승이 빙상협회내의 최대의 파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제자의 잘못을 부덕의 소치로 느끼고 도의적인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 앞장서서 사건을 덮으려고 하고 피해자를 기만하는 일들이 버젓이 일어나는 곳이 바로 빙상협회라는 곳이다. 이런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고 여론의 비난이 일자 빙상연맹은 “해당 코치는 태릉선수촌에서 퇴촌시켰으며 상벌위원회에서 이를 철저히 조사해 조치를 취하겠다.” 는 입장을 밝혔지만 상벌위원회에서 벌어질 자체조사를 믿고 기다릴 빙상인은 아무도 없다.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을 누가 믿겠는가 말이다.
 
  이렇게 기본이 무너지고 합리적 생각과 상식이 설 자리가 없는데 어떻게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말인가? 연맹은 선수를 보호하고 해당 스포츠를 발전시키며 어린선수를 육성하고 해당 종목이 국민전반에 퍼질 수 있게끔 가교 역할을 하라고 존재하는 곳이다. 자리보전을 위한 파벌싸움, 이권과 제 식구 감싸기, 그로인한 선수들의 끊임없는 희생만 강요한다면 대한민국 쇼트트랙의 미래는 없다. 스포츠 정신이 무엇인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어떤 것을 먼저 가르쳐야 할지를 연맹고위관계자들은 생각해야 할 것이다. 우선시 되어야 하는 것은 성적보다는 인성이고 그 인성이 안 된 사람들은 지도자 자리에 있으면 안 되는 것이다. 능력이 안 된다면 오늘이라도 어울리지 않는 자리에서 내려오길 바란다. 능력 안 되는 사람이 잊지 말아야 할 자리에 있는 것은 정치권 하나로만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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