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기봉 정상

올해 첫 산행지를 관악산으로 정했다. 지하철 4호선 사당역 4번출구에서 오전 9:30분에 일들과 만나기로 하고 전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 6시에 일어나 배낭을 꾸리는데 시간이 좀 걸린다. 봄, 여름,가을철 산행은 준비물이 많지 않아 금방 배낭을 꾸릴 수 있는데, 겨울철 산행은 준비물이 많은 관계로 시간이 조금 더 소요된다. 겨울철 산행의 필수인 아이젠, 따듯한 물을 마실 수 있는 보온병, 따듯한 밥을 먹을 수 있는 보온밥통, 쉴 때나 식사 시 필요한 패딩과 무릎담요, 하산 시 필요한 스틱, 의자 등을 챙기다 보니 시간이 금방 간다.

서둘러 버스를 타고 사당역으로 향하는데 하늘이 온통 잿빛이다. 약속장소로 도착하니 내가 제일 늦은 것 같다. 서로 안부 인사를 나누고 관음사 방향으로 출발했다. 오늘의 산행코스는 사당역에서 출발, 관음사 → 국기봉 → 연주암을 거쳐 과천향교로 내려오는 코스로 짧은 시간에 능선에 올라 서울과 과천, 시흥, 안양 등을 조망하고 약간의 암릉구간도 맛볼 수 있는 아기자기한 코스이다.

 

출발할 때 잿빛이던 하늘이 어느새 눈발이 조금씩 날리기 시작한다. 관음사 일주문 앞에 도착하니 덥혀진 체온이 땀으로 배출된다. 잠시 산행을 멈추고 겉옷을 벗어 배낭에 집어넣고 물 한 모금 마신다.

여기서 겨울철 산행에 주의할 점으로 체온조절에 대해 알아본다. 옷에 땀이 밴 채로 계속 산행을 한다면 쉴 때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추운날씨에 땀에 젖은 채로 쉬게 된다면 땀이 바로 얼음기둥 역할을 하여 체온저하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겨울철 산행 시에는 조금 더우면 옷을 벗고 추우면 다시 입고하는 동작을 반복하는 게 좋다. 또한 가급적이면 면으로 된 속옷은 피하고 기능성 속옷을 입기를 권한다. 면 재질의 옷은 땀을 날리는 게 아니라 땀을 흡수하기 때문에 산행에서는 피하는 게 좋다.

관음사를 지나 국기봉으로 향할 때 쯤 눈보라가 마구 몰아쳤다. 얼굴에 닿아 녹아내리는 눈은 기분을 상쾌하게 한다. 국기봉에 오를 때 약간의 암릉구간이 나타난다. 살짝 덮여 있는 눈 때문에 조금 미끄럽다. 조심스럽게 올라가는데 잠시 행렬이 멈춘다. 위를 올려다보니 한 여성이 조금 힘들어하는 게 보인다. 암릉구간에서는 급하고 빨리 가는 건 좋지 않다. 조금 늦더라도 손으로 잡을 곳과 발로 디딜 곳을 확실하게 확보하고 움직이는 것이 정석이다. 그리고 자신이 없다면 일행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국기봉 정상에 오르니 비록 시계(視界)는 좋지 않았지만 서울시가 한눈에 들어온다. 목을 축이고 곶감 한조각 등을 서로 나누어 먹는다. 간혹 산을 오르다 보면 물병 하나만 달랑 들고 올라가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짧은 코스의 등산이라 하더라도 배낭과 물, 간식 등은 꼭 챙겨 가는 게 좋다. 배낭은 산행 시 필요한 장비, 간식 등을 넣는 기능도 있지만, 넘어 졌을 때 배낭이 먼저 지면이나 바위에 닿기 때문에 머리 등을 보호하는 기능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물과 간식이 필요한 이유는 몸은 계속 움직이면 칼로리가 소모되기 때문에 중간 중간에 보충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국기봉을 지나 연주암 가까이 갈 즈음에 점심을 먹기로 했다. 식사장소로는 해가 들고 바람을 막아주는 곳으로 자리를 잡았다. 자리를 펴고 각자 준비한 식사거리를 꺼내는데 종류가 다양하다. 컵라면, 따듯한 스프, 밥, 김밥, 밥찬 등이 자리에 깔리니 흡사 뷔페에 온 것 같다. 식사를 마치고 연주암을 오르는데 추운 날씨에도 사람들이 붐빈다. 관악산은 접근성이 좋고 서울, 과천, 안양 등에 걸쳐 있다 보니 등산객들이 항시 많은 것 같다.

관악산에 관한 상식 하나. 현재 등산객들로 넘쳐나는 관악산도 1965년경에는 6.25전쟁, 산불, 무분별한 땔깜채취 등으로 황폐한 산이었다. 그러나 70~80년대 산림녹화사업으로 14년에 걸쳐 100억그루의 나무를 심은 결과 현재의 모습을 되찾은 것이다.

연주암을 거쳐 과천향교로 내려오니 시간은 대략 4시간정도 소요된 것 같다. 경마공원역 부근의 진흙구이 오리집에서 식사를 마치고 산행을 마무리 했다.

이번에 함께한 산악회는 KARPOS 산악회로 계절마다 색다른 이벤트 산행(야영, 비박, 암벽, 캠핑 등)을 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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