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시장 공략·창조경제 협력‧코리아세일즈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인도·스위스 국빈방문과 다보스포럼 참석 등 7박9일의 해외순방을 마친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3일 귀국했다. 이번 순방은 취임 2년차 첫 외교일정으로서 ‘창조경제 홍보’와 ‘코리아세일즈 외교’에 실질적인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새해 국정운영의 틀을 '경제혁신 3개년 계획'으로 제시한 박 대통령은 이번 순방을 국내 경제 회복과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발판으로 삼겠다는 강한 의지로 인도의 내수시장 공략, 스위스와의 창조경제 협력, 다보스포럼에서의 코리아세일즈 등 3색(色) '세일즈외교'를 무난하게 펼친 것으로 평가받았다. 박 대통령의 이번 순방 성과를 정리해 보았다.

▲ 인도 만모한 싱 국무총리와 악수하는 박 대통령/사진제공=뉴시스

◇ 한-인도 CEPA 개선‧국내기업 현지진출 기반마련

인도에서 펼친 박 대통령의 세일즈외교는 12억 인구의 거대한 내수시장과 2017년까지 1조 달러 투자계획이 세워진 인프라 시장을 겨냥해 우리 기업의 원활한 현지 진출 기반을 마련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대표적인 성과로는 지난 16일 만모한 싱(Manmohan Singh) 인도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한-인도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의 조속한 개선에 합의한 것이다. 양국간 CEPA는 이번 합의를 통해 일-인도 CEPA 수분으로 자유화율(관세철폐율) 확대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한-인도 CEPA의 자유화율은 75%로 90%에 달하는 일-인도 CEPA의 자유화율보다 현저히 낮아 우리기업이 일본 기업에 비해 불리하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다.

인도측은 그동안 무역적자에 대한 우려로 CEPA 개선에 소극적 입장이었지만 박 대통령의 이번 순방을 계기로 자유화율 개선 필요성에 공감하고 상품뿐만 아니라 투자·서비스 전반을 포괄하는 개선작업을 조속히 완료키로 합의했다.

이중과세방지 협약 등 조세 조약 개정에 합의, 인도 진출 우리 기업의 과세부담을 완화해 12억 인구의 내수시장에 투자 및 진출을 활성화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현재는 인도 정부가 한국기업을 상대로 세무조사를 해도 상호합의절차가 없어 인도측이 세무문제에 대한 협의를 일방적으로 거부할 수 있지만 개정된 조약은 불합리한 과세에 대해 양국 간에 상호 합의하는 절차를 밟도록 했다.

또 해운소득에 대한 원천지국 면세를 10%에서 100%로 확대하고 이자·사용료 소득에 대한 세율은 15%에서 10%로 낮춰 우리 투자자가 인도에서 납부하는 원천징수세액이 감소하게 됐다.

자금력 부족으로 인도 내 건설 수주실적이 매년 감소 중인 우리 기업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인프라 분야에서 적극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한 점도 인도 방문의 주요 성과 중 하나다.

우리나라 수출입은행은 인도 인프라 전문금융기관(IIFCL)과 인프라 진출지원 MOU를 체결했으며 인도 최대 국영상업은행인 SBI와는 2억달러 규모의 신용공여한도를 설정, 우리 기업의 현지진출에 금융지원을 제공키로 했다.

인도는 외환·기업·신한은행 등 우리나라 은행들의 현지 지점 설립 인가에 대해 긍정적인 검토도 약속했으며 2017년까지 88GW 용량의 발전설비 증설 계획과 관련한 우리 기업들의 전력사업 참여도 요청했다.

현지 진출 기업의 ‘가시뽑기’로 기대를 모았던 포스코의 '오디샤주(州) 제철소' 프로젝트와 관련해서는 환경인허가 취득과 오디샤 주 정부의 부지인계 뿐만 아니라 광산탐사권 해결에 대한 인도 정부의 약속도 확보해 실질적 해결 국면에 진입했다고 청와대는 평가했다.

아울러 양국은 우리나라 미래창조과학부와 인도 과학기술청 간에 5년간 1000만달러 규모의 산·학·연 공동연구 MOU를 체결했으며 항공편 증설을 위한 항공협정 개정과 인도 내 한국전용공단 조성, 양국 CEO 20명씩이 참여하는 '한·인도 기업 상설 협의체' 신설 등도 약속했다.

지난 17일에는 쌍용자동차의 대주주인 마힌드라 그룹의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으로부터 향후 4년간 신제품 개발과 고용 증대 등을 위해 1조원 규모로 쌍용차에 투자할 계획과 이를 통해 쌍용차의 미국 진출에 나서겠다는 확답을 들은 것도 대표적인 성과 중 하나다.

하지만 순방 전 박 대통령이 강한 세일즈 의지를 피력했던 인도와의 원전분야 협력은 가시적인 성과를 얻지 못했다.

▲ 스위스 국빈만찬에 참석한 박 대통령 /사진제공=뉴시스

◇ 스위스와 창조경제 협력강화
     대북정책 지지‧공조 확보

두 번째 방문국인 스위스에서의 대표적인 성과는 박 대통령과 디디에 부르크할터 스위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체결된 ‘글로벌 기술인력양성 MOU’이다. 대형 인프라 건설 계약 체결 등 굵직한 성과는 없었지만 사회보장협정 및 직업교육관련 양해각서(MOU) 12건을 체결함으로써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기반을 다졌다는 게 청와대의 자평이다.

1인당 GDP가 8만달러에 이르는 스위스는 소비수준은 높지만 인구가 800만명에 불과해 내수시장 규모는 작은 편이지만, 대신 2013년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정밀기계·화학·바이오 등 첨단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했다. 또 30%대에 불과한 낮은 대학진학률에도 불구하고 선취업·후교육 시스템을 도입해 세계 최고의 기술자를 양성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은 높은 경쟁력 유지의 원천인 스위스식 직업교육시스템을 우리 교육의 장점과 결합해 시너지 창출을 모색하고 첨단 과학기술 분야의 교류를 넓히는 등 창조경제 협력 강화에 주력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우리나라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은 박 대통령의 순방을 계기로 스위스 엔지니어링협회와 인력양성 MOU를 체결했다. 주한 스위스 기업에 근무할 마이스터고 졸업자 중에서 매년 20명을 대상으로 1년은 국내에서, 또 1년은 스위스에서 교육·훈련을 시켜 국내에 취업시키는 시스템이다.

박 대통령은 교육생 7000명, 교원 600명 규모의 스위스 최대 전문기술학교인 베른 상공업직업학교 방문을 통해 스위스의 인력양성 교육과 훈련시스템을 현장에서 직접 확인키도 했다. 박 대통령은 창조경제의 관건이 창의적 인재라는 점에서 스위스가 갖고 있는 직업교육 분야의 강점에 주목하고 있으며 우리 교육의 높은 학업성취도와 융합해 미래형 인재 육성에 활용한다는 복안이다.

창조경제의 밑거름이 되는 과학분야에서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스위스 재료과학기술연수소의 기술사업화 및 공동연구 MOU가,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스위스 로잔공대간 기술사업화 및 대학 창업 협력 MOU가 각각 체결됐다.

교역 및 투자 확대와 관련해서는 양국 근로자들의 부담 경감을 위한 사회보장협정이 체결됐다. 협정은 양국에 파견된 근로자에 대한 연금보험료와 기업의 고용보험료 납부를 최초 6년간 면제하며 이후에는 양국간 합의로 연장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스위스 기업 대부분이 해외 진출을 추진중인 점을 감안해 양국 기업의 제3국 진출을 지원하고 투자부담을 경감하는 금융협력도 추진된다.

양국은 한국 무역보험공사와 스위스 수출보험공사간 체결된 수출 재보험 협력 MOU를 통해 각국 기업이 개별로 추진하는 제3국 수출 및 해외투자에 대한 공동 금융지원을 약속했다. 양국 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해외 프로젝트에 대해 재보험을 통한 프로젝트 금융도 공동지원해 나가기로 했다.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스위스 의약품청 간에는 치료용 제품에 대한 정보 교환과 의약품 안전관리 분야의 전문 인력 교류 등을 약속한 MOU가 체결됐다. 스위스는 노바티스, 로슈 등 세계적인 제약회사를 보유한 제약산업 선도국으로서 의약분야의 협력이 유용하다는 게 청와대의 판단이다.

두 번째 성과로는 북한과의 채널을 유지하고 있는 스위스로부터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평화 협력 구상 등 우리의 대북 정책에 대한 지지를 확보한 것이다. 특히 부르크할터 대통령으로부터 북핵 반대와 6자회담 재개에 관한 적극적 지원 의사를 도출해내는 한편 인도적 지원을 통해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데 일조하겠다는 등 대북공조를 끌어냈다.

▲ 다보스포럼에서 개막연설 중인 박근혜 대통령 /사진제공=뉴시스

◇ 다보스포럼서 ‘코리아세일즈’

이후 스위스 다보스로 이동해 21∼22일 제44차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다보스포럼) 관련 일정에 참석한 박 대통령은 '한국의 밤' 행사 참석과 포럼 개막연설, 글로벌 기업 대표 접견 등을 통해 '코리아 세일즈'에 주력했다.

박 대통령은 마지막 순방일정으로 참석한 제44차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 일명 다보스포럼에서 전세계 100여개국의 정‧재계 및 학계 리더 2천580여명에게 '코리아세일즈'를 위한 국가 차원의 IR 활동에 나섰다. 다보스포럼은 매년 1월 세계 각국의 정상들과 재계, 학자들이 모여 그 해의 글로벌 현안과 과제를 논의하는 장이다.

이번 다보스포럼에서 박 대통령은 '창조경제와 기업가 정신'을 주제로 첫 번째 전체세션 개막 기조연설에 나서 우리 경제의 혁신과 재도약을 이루기 위한 창조경제 비전과 추진전략을 국제사회에 소개했다. 박 대통령은 "지금 세계가 안고 있는 저성장과 실업, 소득불균형이란 세 가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며 창조경제 구현을 위한 길에 세계 각국이 동참해 줄 것도 제안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세계 정·재계 지도자들을 향해 "지속가능하며 포용적인 성장을 달성하는 원동력은 기업가정신 밖에 없다"며 '기업가 정신 고양'을 '다보스 컨센서스(Davos Consensus)'로 제시하기도 했다.

연설 뒤 클라우스 슈밥 WEF 회장과의 질의응답에서는 북한 문제와 관련한 질문에 "통일은 한국에만 대박이 아니라 동북아 주변국 모두에게도 대박이 될 수 있다"며 북한 발 리스크에 따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진정시키는 노력도 보여줬다.

또 폴 제이콥스 퀄컴 회장, 칼리드 알 팔레 사우디 아람코 총재, 조 카이저 지멘스 회장 등 세계 주요 기업의 CEO와의 면담을 통해 우리나라의 경제·투자 환경을 적극 홍보하고 투자확대를 권유하는 왕성한 세일즈 활동에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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