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숲속, 하늘을 지붕 삼아...

 

우리나라 양대 명절중 하나인 설날이 지나갔다. 명절 때마다 겪는 귀성‧귀경길 교통체증이 즐거운 명절날 가장 큰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설날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이번 설날엔 오전에 차례를 마치고 한국등산학교 후배와 가까운 곳에서 야영을 하기로 했다.

처음엔 가평 연인산을 야영지로 생각했으나 자칫 교통체증에 시달릴 거 같아, 가까운 삼성산으로 향했다. 여기서 잠깐 야영에 대해 설명하고 넘어가자.

야영은 다른 말로는 비박이라고도 하는데, 우리말이 아니다. 비박은 독일어(Biwak)와 프랑스어(Bivouac)로는 야영을 뜻하며, 우리나라와 미국 등에서는 텐트 없이 밤을 지내는 것을 의미한다. 텐트를 사용하지 않는 노영은 최소의 편의와 최대의 자연활동을 통해 자연과 더 가깝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비박을 하면 2~3kg 정도의 텐트 무게를 줄일 수 있어 운행을 신속하게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체력소모를 줄일 수 있어 일거양득일 수 있다. 약간의 불편은 감수하더라도 최소의 휴대품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는 것이 산행의 기교이다. '1kg을 줄이면 그 만큼 더 움직일 수 있다'는 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짐무게로 인한 체력소모를 줄이기 위해 텐트 없이 의도적으로 비박을 하는 경우가 많다.

 

비박에 필요한 용구는 침낭, 침낭커버, 매트리스, 타프(Tarp:방수가림막) 등이 필요하며, 타프가 없을 경우는 비닐포로 대응할 있다. 이밖에도 간이텐트라 할 수 있는 비비색(bivy sacks)이나 해먹(hammock)도 비박 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최근에 보급되고 있는 침낭커버나 비비색은 소재가 고어텍스로 만들어져 가볍고 방수성도 우수하다.

비박을 하기에 좋은 장소는 자연동굴, 큰 나무 밑, 바위 아래, 낙엽이 쌓인 곳이 좋다. 또한 습기가 없고 건조한 장소로 바람을 피할 수 있는 장소라면 더욱 훌륭한 비박장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삼성산에서의 비박은 아직 겨울이라 타프를 치고 매트에 침낭을 쓰기에는 기온이 낮아서 텐트를 휴대하기로 했다. 보통 1~2인용 텐트는 무게가 2kg를 넘지 않아야 휴대하기에 좋다.

가지고갈 내용물을 챙겨 보았다. 배낭(70ℓ급), 텐트, 타프, 매트, 그라운드시트(텐트 바닥용), 코펠, 버너, 부탄개스, 버너바람막이, 휴대용 테이블, 의자, 랜턴, 휴대용 후라이팬, 국자, 수저, 양념통, 국물요리 재료, 전(구정에 만든), 식수(3ℓ)등 챙기고 보니 많다.

 

필요한 짐을 챙겨 관악역으로 가는 지하철을 탔다. 아뿔싸~~ 설날 귀성객들로 지하철 안은 흡사 콩나물시루 같았다. 평소보다 큰 배낭을 메고 많은 사람들 틈을 비집고 들어가려니 고역이다. 겨우 자리를 잡고 이동하는데 걸리는 20분이 1시간 같았다. 불과 7정거장을 가는데 말이다.(집이 1호선 성균관대역 부근임). 관악역에서 후배와 만나 간단한 장을 보고 택시로 삼막사 주차장까지 이동했다. 짐이 무거운 관계로 짧게 이동하기 위해서다. 주차장에서 비박할 장소로 이동은 대략 20분, 먼저 짐을 내리고 텐트를 칠 자리를 정리(돌이나 이물질 제거)하고 그라운드시트(바닥과 텐트의 습기이동 차단용)를 깔고 텐트를 설치했다. 그리고 취사에 필요한 도구 외에는 모두 텐트 안에 수납했다. 미리 잠자리에 필요한 매트를 깔고 침낭커버를 씌운 침낭도 텐트 안에 넣었다.

 

휴대용 테이블에 버너와 프라이팬을 올려 준비해간 전을 데웠다. 가져간 소주 한잔을 곁들이니 살포시 주위가 어둑어둑 해진다. 식사를 마무리하고 텐트 안으로 이동, 잠자리에 들었다. 고요한 숲속이라 그런지 바스락 거리는 소리, 새소리, 물소리 등 아주 자그마한 소리도 귀에 쏘옥 들어온다. 뒤척거리다 보니 어느덧 새벽6시다. 1~2시간 더 침낭 속에서 꾸물거리다 오전 8시경 일어났다. 준비해간 국거리재료로 어묵탕을 준비했다. 겨울철에는 얼큰하게 끓인 어묵탕과 따끈하게 데운 정종은 궁합이 환상이다. 특히 추운 날에 독한 술 한 잔 보다 따듯하게 데운 정종은 추운 몸을 녹이는 데 더 할 나위 없이 좋다. 어묵을 건져 먹고 남은 국물에 준비해간 밥과 김치를 넣어서 끓여 먹으니, 위는 더 들어갈 곳이 없단다.

 

 

비가 내릴 거라는 전날의 일기예보가 생각나 짐 정리에 들어간다. 풀어진 짐을 다시 정리하고 꾸리는 일이 시간이 더 든다. 먹을거리와 물이 줄어들어 배낭은 어제보다 조금 가볍다. 하산해서 관악역에 도착하니 오전 11시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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