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원석 칼럼니스트
· 연세대학교 신학 전공
· 중앙대학교 문화이론 박사과정 중
· 저서 <거대한 사기극> <인문학으로 자기계발서 읽기>

【투데이신문 이원석 칼럼니스트】최근 인문 대세는 단연 강신주 선생이다. 도올 김용옥 이후로 이 정도로 인기를 모으는 경우는 처음일 게다. 원래 그는 연세대학교 철학과에서 2003년에 “莊子哲學에서의 소통(通)의 논리 : 『莊子』<내편>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철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정통 철학자이다. 하지만 지금 그의 포지션은 누가 뭐라 해도 대중 인문학자이다. 다시 말해서 대학 강단에서의 학적 강의와 논문 작성이 아니라, 교양 시장에서의 서적 집필과 대중 강연이 그의 본업이라는 뜻이다.  

인터넷 서점에서 확인할 수 있는, 현재 판매 중인 그의 단행본이 무려 30여 권이 넘는다. 절판된 것들과 공동 집필한 것들은 제외하고 그렇다. 특히 경향신문에 연재했던 칼럼을 묶은 <감정수업>은 가장 화제가 되고 있다. 이것은 스피노자가 <에티카>에서 제시하는 48가지 감정을 현대적으로 해설한 것이다. 또한 2012년 당시에 줄이고 줄인 것이 주당 15회 강연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루 평균 2.5회에 해당하니 일단 그 체력이 놀랍다. 또한 원래 딴지일보 팟캐스트, <김어준의 색다른 상담소>에 출연하던 강연하던 그가 이제 텔레비전으로 진출했다.
 
인문계의 어른돌, 강신주
 
일단 강신주는 SBS 지식나눔 콘서트, ‘아이러브 인’에서 정기적으로 강연했다. 지금도 화면에서 종종 볼 수 있다. 나아가 예능 프로에도 등장한다. <나 혼자 산다>에 등장하여 1박 2일 워크샵에 온 무지개 멤버들에게 미니 특강도 했다. 문제의 사료 발언은 여기에서 나온 것이다. 급기야 최근에는 <힐링캠프>에도 출연했다. 그가 얼마나 핫한 존재인 지를 드러내는 것이다. 심지어 여기에서 그는 고민을 토로하고, 해법을 제공받는 방식이 아니라 힐링캠프의 기본 컨셉트를 부정하고, 외려 그가 힐링 토크를 주도했다. 
 
이제 그는 인문계의 아이돌, 아니 어른돌(?)이 되었다. 사실상 연예인에 다름 아닌 것이다. <힐링캠프>에 그가 나오고 나서 그의 책 판매량이 급증했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의 경우, 2월 3일 밤의 <힐링캠프> 방송 이후 5배나 증가했다고 한다. 평시에도 적지 않게 팔리는 베스트셀러 작가인데도 불구하고, 다시금 매상이 확 올라간 것이다. 또한 2월 4일 하루 동안 온오프라인 교보문고에서 2000부가 판매되었다고 한다. 할 수 있겠다. 이 또한 평소 대비 4.2배가 증가했다고 하니 실로 경이로운 실적이다. 
 
사료와 냉장고, 그리고 노숙자
 
그러나 강신주는 요새 그의 유명세로 인해 비싼값을 치르고 있다. 모두가 설화(舌禍) 혹은 필화(筆禍) 사건이다. 그것이 과연 그의 잘못이냐는 논외로 치더라도 일단 그가 단초를 제공했다는 것은 부인하기가 어렵다. 일단 그의 발언은 돌직구다. 돌려 말하는 것이 없다는 것보다도 특정한 하나의 입장을 독자 혹은 청중 앞에 강력하게 들이민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나 혼자 산다> 13회에서의 사료 발언이다. 무지개 워크샵에 와서 미니 강연을 통해 식사와 사료의 차이를 말한다. 그 특유의 돌직구 발언은 화제가 되었다. 
이후에 강신주는 화제를 모았다. 가령 그가 경향신문 칼럼(“철학자 강신주의 비상경보기”)에서 “인간다운 삶을 가로막는 괴물, 냉장고”에서 냉장고를 버리라고 촉구했던 것이 그 좋은 예다. 자본주의에 저항하는 방식이 고작 냉장고를 버리는 거냐며 많은 비판이 쏟아졌다. 물론 그의 의도는 좋은 것이었을 테지만, “냉장고의 폐기, 혹은 냉장고 용량 축소! 여기가 바로 로도스다. 여기서 뛰어내릴 수 있는가!”라고 마무리짓는다면 읽는 이로서는 당혹스러운 면이 없지 않다. 덕분에 냉장고를 버려 유통기한 지난 음식 드셨냐는 비아냥도 들어야 했다.
 
더욱이 이후에 <감정수업>으로 묶여 나온 경향신문 칼럼(“강신주의 감정 수업”), “수치심은 정신이 살아있다는 증거”에서 그는 “자존심을 느낀다면 어떻게 노숙자로 살아갈 수 있겠는가?”라며 노숙자의 수치심 결여를 비판했다. 노숙자들이 수치심을 느껴야 “타인의 시선을 의식할 뿐만 아니라 동시에 자신의 행동마저 강하게 반성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거기에서 노숙자들을 양산하는 사회 구조가 져야할 몫을 그들의 책임으로 돌린 것으로 읽히니 적잖은 이들이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물론 그의 원의도가 그러했다고 보지는 않는다). 
 
문제는 대중이다
 
하지만 더 많은 대중들에게는 강신주가 던지는 돌직구 발언들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이미 지적하였듯이 그는 현재 대중 인문학 진영의 슈퍼스타라는 것과 무관하지는 않을 게다. 스스로는 멘토 대신에 꼰대를 자처하지만, 대중은 그를 멘토로 인정하고 있다. 이제 종교계의 대표 멘토는 법륜이, 인문계의 대표 멘토는 강신주라고 봐도 무방하다. 물론 둘 다 내공이 있고, 진정성이 있으며, 사회 문제에 대해 무심하지 않다. 그러나 대중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고 있으며, 대중의 반응에 적극적으로 휘말려들었다. 이들은 이제 자기계발 진영의 선두 주자다. 
 
물론 강신주는 스스로를 멘토로 제시하지 않을뿐더러 힐링에 대해서도 비판한다. 그리고 비판에 대한 강신주의 문제제기는 동의한다. 옳다. 그러나 그가 내놓은 대체재 또한 이상하다. 내가 보기에 강신주의 주력 상품은 인문교양이라기보다 독설화법이다. 물론 그의 철학적 내공을 부인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대중에게 먹히는 것은 <다상담>에서의 돌직구 화법이다. 그는 질문자를 코너로 몰아붙인다. 욕설도 주저하지 않는다. 그의 독한 화법은 기본적으로 <언니의 독설>로 유명한 김미경과 다를 바가 없다. 
 
독설이 그리운가? 독설을 듣고, 꾸중을 받아 격려를 받고 동기부여된다? 이건 노예에 다름 아니다. 김미경이 문제가 아니다. 강신주도 문제가 아니다. 외려 그들에 열광하는 대중들이 진짜 문제이다. 강신주는 선사 마냥 대중들에게 죽비를 내리치고 있다. 이건 일종의 종교집회다. 대학로 벙커1원에서 진행되었던 다상담 마지막 강연은 저녁 7:30으로부터 시작되어 익일 새벽 4:15까지 진행되었다고 한다. 주말도 아니고, 목요일이었는데도 불구하고 200여 명이 넘는 청중들의 대다수가 자리를 끝까지 지켰다고 한다. 그 독설에 매료된 것이다. 
 
다시 문제는 우리 사회다
 
그런데 강신주의 팬을 살펴보면, 연령대로는 40대가 높고, 성별로는 여성이 많다. 알라딘 측에 따르면, 구매자 평균 연령은 <힐링캠프> 이전 지난 한달 평균이 40.5세였고, 방송직후에 39.4세로 감소했다. 30대 독자가 늘어난 탓이다. 헌데 그 30대 신규 독자의 대부분이 여성이라고 한다. 원래 남녀비중이 35:65였는데, 방송 후에 32.7:62.3으로 외려 늘어나게 된 것도 바로 30대 여성의 반향 때문이다. <힐링캠프>에서의 강연에 곧바로 반응한 이들이 바로 그들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강신주의 강연에 오는 참석자의 70%가 여성이라고 한다. 여초(女超) 현상 자체는 인문 특유의 현상일 수도 있지만, <힐링캠프>의 방영 이후로 늘어난 독자가 대체로 여성이라는 것은 강신주 특유의 돌직구에 주로 매력을 느끼는 이들이 누군지를 보여준다. 아마도 이 사회 속에서 더 큰 짐을 지는 이들이 여성이라는 의미일 게다. 그렇다면, 이제 다시 문제는 우리 사회라고 봐야 한다. 무엇보다 여성이 이 사회의 불균형한 상황에서 짐을 더 지고 있다. 즉 우리 사회가 여성에게 불리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는 뜻이다. 
 
그러한 구조는 결국 사회 성원들을 수동적으로 만든다. 즉 우리 사회는 그 구성원들을 노예로 만들고 있다. 그들이 지쳐서 힐링을 찾든, 독설을 찾든 마찬가지다. 그러한 결과가 멘토를 찾는 청춘들이며, 인문에 열광하는 여성들일 게다. 그런 의미에서 강신주를 비판할 일이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그 화법에 그다지 동의하지 않으나 그것은 그의 개성일 수 있다. 또한 누구에겐가는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허나 그를 스타로 만드는 것은 우리 사회가 병들었다는 뜻이다. 이 사회가 달라지지 않는 한 또 다른 멘토, 치료자, 독설가가 나타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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