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월 20~25일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가질 것에 합의한 지 하루 만에 북한이 '최고존엄' 비방과 한미합동군사연습(키 리졸브KR)의 중지를 촉구하며 '이산가족 상봉 합의이행 재고'를 시사해 상봉행사가 예정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조마조마한 상태다.

지난 2월 6일 북한은 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 성명을 통해 "적십자 실무접촉이 열리던 5일 미국의 B-52전략폭격기가 서해 직도에서 훈련을 가졌다"며 “전쟁으로 인해 생겨난 흩어진 가족친척 상봉행사를 위험천만한 핵전쟁 연습마당에서 치른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고 상봉 백지화 의사를 내비쳤다. 상봉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가슴을 쓸어내리는 순간이었다.

일단 남북은 지난 2월 6일 오후 상봉자 명단을 교환한데 이어 다음날인 7일 오전 이산상봉 행사에 사용될 현지 시설을 점검할 우리 측 실무점검단이 동해선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금강산으로 떠났다. 그리고 북한은 현재까지 키 리졸브를 비판하며 이산상봉 행사를 취소할 수 있다는 식의 메시지를 추가로 표명하지 않고 있다.

김의도 통일부 대변인은 7일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이산상봉문제를 한미 군사훈련 등과 연계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재차 보내오지 않았는가'는 질문에 “어제 거의 10시 지나서까지 연장근무를 했는데, 우리 측 불참자 명단을 통보하고 업무가 종료됐다”며 “오늘 오전 9시에 근무하며 교환하거나 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특히 “어제 북한에서 (이산상봉 )불참자 명단을 통보하면서 우리 명단을 급하게 요구했기 때문에 어제 오후 늦게까지 건강검진도 실시하고 상봉의사를 재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북측의 태도 돌변으로 이산상봉 행사가 무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잠시 내려놓았다. 하지만 무산 가능성을 전면 배제할 수는 없다. 우리 군이 이번 주말쯤 키리졸브 연습과 독수리(FE) 훈련 일정을 북한에 통보할 예정이어서 마음을 놓기 이르다.

군 관계자는 8일 "통상적으로 키리졸브 연습과 독수리 훈련을 실시하기 전 북한과 중국 등에 훈련 일정을 통보한다"면서 "이번 주말쯤 북한에 훈련 일정을 통보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군에 따르면 지휘소(CPX) 훈련으로 가상 훈련인 키리졸브 연습은 이달 말 시작돼 약 2주간 실시되며, 실제 한미 전력이 한반도에 전개되는 실기동훈련(FTX)인 독수리 연습은 3월 초에 본격화해 4월 중하순까지 이어진다.

정확한 훈련 일정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산가족 상봉일인 20일~25일과 키리졸브 연습 날짜가 일부 겹칠 수도 있는 것으로 국방부 관계자는 전했다.

북한이 키리졸브 연습 등 한미군사훈련과 이산상봉 행사 취소를 연계하며 우리 측을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에 실제로 훈련 일정을 공식 통보하는 이번 주말쯤 북한의 반응에 따라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실제 열릴지 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북측의 속내에 대해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지난달 16일 제안한 상호 비방 중지 등을 골자로 한 '중대 제안'에 대해 진정성을 과시하는 동시에 한미훈련 중단 요구라는 압박 카드로 반대급부 챙기기를 극대화하려는 뜻으로 분석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은 추가로 예정된 적십자 실무접촉에서는 쌀·비료 등 인도적 지원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북한은 실무접촉을 장관급 회담 등으로 격상시켜 금강산관광 회담 재개 등을 노리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대한적십자사와 현대아산 및 협력사 관계자 등 모두 66명으로 구성된 우리 측 시설 점검단은 7일 오전 차량 27대를 타고 방북했다. 남북은 이날 오후 판문점 연락채널을 통해 상봉단 명단을 남측 85명, 북측 95명으로 교환했다. 우리 측 상봉단은 지난해(무산된) 추석 상봉단 96명 중에서 돌아가시거나 건강상의 문제가 악화돼서 부득이하게 참석을 못하게 된 11명이 제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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