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북한전문가 정창현 국민대 교수 ②

   
 

◎북한, 붕괴 가능성 크지 않아
◎북핵은 정세와 관련된 문제…자주권을 요구하는 것
◎정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충실해야
◎북핵문제, 6자회담 틀에서 이뤄져야
◎통일은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야

【투데이신문 한규혜 기자】남북은 지난 5일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남북적십자 실무접촉에서 오는 20일부터 25일까지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갖기로 합의했다. 

키리졸브 미한 군사합동훈련이 2월 말에 예정돼 있어 정부는 이를 감안해 이산가족 상봉을 당초 17일부터 22일까지로 제의했고, 북측은 이에 20일을 제안해 통일부는 이를 수용했다고 전해졌다.
 
또 한국 중소기업 중앙회에서 지난 4일 제2개성공단 후보지로 남포와 해주를 꼽은 지 하루 만에 북한은 남포 지역이 투자에 좋은 교통 여건을 갖고 있다며 개발을 위해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북한은 돌연 입장을 바꿔 상봉 행사 합의를 이행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혀 남북 관계의 화해 무드가 또 다시 수그러드는 분위기다. 
 
이처럼 예상하기 어려운 북한의 태도와 도발 가능성, 북핵 문제 등 불안한 상황 속에서 남한은 안보 혹은 군사정비에 중점을 둘 것인지,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와 같은 북한과의 관계개선에 중점을 둘 것인지에 고민에 휩싸였다. 
 
북한전문가 정창현 국민대 교수는 “북핵 등 북한의 도발적 행보는 자주권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정 교수는 “이제 통일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며 “상호간에 경제공동체를 긴밀히 하고 사람 간에 사회문화교류를 꾸준히 하는 등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과정으로써의 통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투데이신문>은 지난호에 이어 정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북핵문제’, ‘북한의 도발가능성’을 짚어보고 더 나아가 ‘통일’에 어떻게 접근해야 좋을지에 대한 제언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다음은 정 교수와의 일문일답.
 
Q. 북한의 북핵문제, 한반도의 위기인가.
 
-북핵은 정세와 관련된 문제이다. 2013년도 핵실험은 굳이 할 필요가 없었지만 정세 때문에 하게 됐다고 본다. 2012년 12월 12일 위성 발사에 대해 유엔안보리가 제재를 가하자 북은 2013년 2월 11일 당중앙위원회 정치국회의를 개최하고 ‘조국의 안전과 나라의 자주권을 수호하기 위한 강도 높은 전면대결전을 벌리자’고 발표한 뒤 다음날 3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북한은 “위성을 쏘는 건 우리의 자주권이다. 다른 모든 나라가 위성을 쏘는데 왜 우리한테만 제재를 가하느냐”는 것이다. “이는 자주권 침해이다. 이렇게 나오면 우리도 반발할 것이다”라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북한에게 가장 강력한 반발수단은 ‘핵실험’이었고 바로 단행했다.
 
작년처럼 큰 위기가 오지 않는다면 당장은 북한이 핵실험을 할 수 없다. 중국이 강력히 핵실험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민군 총정치국장 최룡해가 계속해서“비핵화는 우리의 목표이며 여전히 비핵화는 김일성주석의 유훈이다”라고 얘기하는 것 또한 그 근거가 될 수 있다.
 
Q. 장성택 숙청으로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높아진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도발은 어려울 것으로 본다. 장성택 숙청으로 불안정성이 높아져 급변사태가 일어날 수 있으므로 키 리졸브 훈련을 강화하고 더 공개적으로 해야 된다는 주장이 나오는데 이렇게 되면 그에 따라 북한 측에서도 위협을 느껴 강한 반발을 한다. 상대적인 것이다.
 
그러나 앞선 얘기에서 전제가 틀렸다. 북한의 불안정성이 높아진 것이 아니다. 오히려 북한의 혼선이 정리된 것이다. 예를 들어 “경영문제는 내각에 다 전달하고 북중관계는 최룡해가 전담한다”는 식으로 말이다. 북한이 작년에 중국에 장성택 대신 최룡해를 보냄으로써 앞으로 북중관계를 맡는 것은 장성택이 아니라 최룡해라는 의미를 이미 전달했다. 중국에서도 최룡해가 온 것에 대해 이게 무슨 의미냐는 분석이 많았다. 중국에서 장성택에게 뭔가 문제가 생겼을 것이라고 논의됐다.
 
장성택 사건으로 일정하게 장성택과 라인을 대고 있던 기업가나 당원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더 이상 난 누구 라인이라 말하지 않는다. 기다려봐서 국가에서 관리체제를 하나로 확정해 말해주면 그쪽에만 줄을 대면되니까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오히려 투명성이 높아진 측면이 있다.
 
Q. 북한이 붕괴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우리는 북한체제를 너무 약하게 본다. “우리보다 GNP(Growth National Products,국민총생산액)가 20분의 1이다”라고 하는데, 우리도 7, 80년도의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그냥 그렇게 살았다. 마찬가지이다. 중요한건 북쪽의 경제가 북한입장에선 조금씩 나아진다는 것. “900달러에서 950달러 된 것이 무슨 차이인가. 배급400g받는 것에서 450g으로 늘었다고? 그래도 최소한 600g줘야 되는데 부족한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지만 그러나 받는 입장에선 50g이라도 늘은 것이다. 사람이 일년, 이년 지나가면서 살림살이가 하나씩 늘면 내일에 대한 희망 생긴다. 90년대의 우리나라에는 그런 게 없었다. 그야말로 당장 먹고사는 게 힘들었었다. 그게 숨은 논리인 것이다. 그러니 북한이 3개년, 5개년, 10개년 계획을 할 수 있는 것이다.
 
Q. 그렇다면 붕괴 이야기 계속해서 나오는 이유는 무엇인가.
 
-종편 같은 프로에서 북한으로 언론플레이를 하는 면이 있다. 종편에서 김정일 2주기 추도식을 하루 종일 틀었다. 북한의 불안정성을 확대 방영하고, “북한이 불안정하니까 곧 무너질 것이다”라는 희망적 사고를 전하는 것이다. 물론 이런 메시지가 시청률을 높이는 측면은 있을 것이다.
 
   
▲ 김정은 ⓒ뉴시스
Q. 신년인사에서 박 대통령의 “통일은 대박”이 연일 화제가 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한반도가 작년과 같은 긴장구조로 가면 안 되고 통일의 기반을 구축해야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북한주민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 중요해 대북 인도적 정책을 늘려가겠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그런 이유이다. 또 “올해가 아니면 남북관계 진전시킬 수 있는 가능성 별로 없다”고 언급하며 올해 남북관계를 구체적으로 추진해가기 위해 보수진영에게 일정하게 방어를 하기도 했다. 보수진영에 “내가 북한과 대화하는 것은 북한이 위험하니까 관리하는 차원이다”라고 안도시킨 것이다.
 
남북관계는 지자체선거가 끝난 이후가 주목되고 있다. 지자체선거는 정치적 성사기 때문에 그게 지나고 나서 구체적으로 남북관계의 방향이 성립되고 진전이 이뤄질 것이다. 가능성으로 보면 이산가족상봉이나 금강산 관광재개회담도 열릴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박근혜 대통령이 요구하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라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보다는 일관성이 있다. 또한 북미관계에 치중하지 않고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함께 논의돼야만 상당히 진전된다. 그렇게 되어야 박근혜 대통령이 임기 내에 남북정상회담 가능할 것이다. 대통령은 작년 11월 달 공식취임 후 처음 정상회담을 언급했다. 그것은 북쪽에 계속적으로 정상회담의지가 있느냐에 대한 간접적 화답이었다.
 
Q. 그렇다면 앞으로 정부는 북한관계를 어떤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보는가.
 
-박근혜 정부가 북한문제에 성공적으로 접근하려면 북한문제와 북핵문제를 분리해야 된다고 본다. 중국은 이를 정확히 분리하고 있다. “북한은 비핵화 해야 된다. 그러나 북한이 붕괴하는 것을 원치 않고 그럴 가능성도 크지 않다”며 “북핵문제는 6자회담에서 논의하면 되는 거고, 북한문제는 꾸준히 서로 교류할 것이다”라는 입장을 유지한다. 북핵문제는 6자회담이라는 틀이 있는 것이다. 핵문제는 기본적으로 북미관계를 통해 발생한 것이다. 미국이 북한의 핵에 대해 제동을 걸면서 시작된 북한과 미국간의 문제이기 때문에 “북한 측에서 먼저 비핵화 되어야 남북관계 논의될 수 있다” 이건 하나마나한 얘기다. 철천지원수 집안이 타협하는 이야기를 자세히 보면 알 수 있다.
 
북한이 핵문제를 논의하지 않겠다고 하면 남북대화는 할 수 없다. 물론 맞는 얘기다. 그런데 북한이 6자회담에서 비핵화 논의하겠다고 하는데 우리가 왜 그걸 굳이 끄집어내 복잡하게 만드는가. 우리도 6자회담에 이미 포함되어 있는데 말이다. 거기서 미국, 일본, 중국을 설득해서 노선을 확실히 하고 그걸 촉진하기 위해 남북 간 경합하는 것이다. 북쪽에서 “남북관계가 끊어지면 우리에게 피해가 크다”는 생각이 들면 자연스레 핵문제도 줄여가고 그에 따라 남북관계도 좋아지고 선순환 될 수 있는 것이다. 남북관계 진전되면 비핵화 논의가 한 단계 진전하고, 비핵화가 진전되면서 남북관계가 진전되는 식으로 말이다. 이명박 정권 때는 이것이 거꾸로 돼서 악화됐다.
 
이러한 진행은 한반도 프로세스에 그대로 있다. 한반도 프로세스에서 프로세스 1, 2단계까지는 핵문제 논의하지 않고, 3단계부터 비핵화 논의하기로 명시돼 있다. 아직 한반도 프로세스 1단계도 안 되고 있는데 비핵화 논의하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다. 박근혜 정부는 한반도 프로세스에 충실해야 한다. 비핵화문제는 6자 회담 재개 쪽에 초점을 맞추고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1, 2단계를 적극적으로 해야 된다. 그래야 그것이 비핵화회담에 긍정적 역할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박근혜 정부 5년 안에 비핵화문제 풀 수 없다. 그것은 우리에게 굉장히 큰 재앙이다.
 
Q. 통일은 아직 먼 얘기인 것인가. 통일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
 
-무력통일, 흡수통일 등 여러 가지 담론들이 많지만 통일의 패러다임을 바꿔야한다고 생각한다. 먼저 북한이 단기적으로 붕괴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장성택 사건으로 김정은 체제는 공고히 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고 그것에 맞게끔 정책을 갖고 가야한다.
 
붕괴되길 바라란다는 것은 사과가 떨어지길 바라며 넋 놓고 기다리는 것이나 똑같다. 이미 이명박 정권 때 실패한 정책이다. 꾸준한 교류를 통한 남북관계 회복, 박근혜 대통령이 얘기하는 ‘실크로드익스프레스, DMZ 평화공원, 남북 경영사업 경제공동체’ 등의 이러한 구상들이 얘기되고 있다.
 
우리는 통일을 과정으로써의 통일, 사실상의 통일의 담론으로 바라봐야 한다.
 
Q. ‘과정으로써의 통일’이란 무엇인가
 
-통일은 어느 날 갑자기 이뤄지는 게 아니라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야한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공식 통일 방안인 “한민족 공동체 통일 방안”과도 같다. 상호간에 경제공동체를 긴밀히 하고 사람 간에 사회문화교류를 꾸준히 해서 서로간의 차이를 많이 좁힌 다음에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통일을 말한다. 오고 가고, 투자하고, 일방적으로 퍼주기가 아니라 개발 형식으로 통일이 추구돼야 한다.
 
이러한 시각 하에서 대북 정책을 펼 때 훨씬 장기적 관점에서 하나하나 필요한 부분들을 해나갈 수 있다. 한 단계씩 진전해가며 총리회담도 하고 국회회담도 하고 정상회담도 하면서 하나하나 이런 과정을 밟아나가다 보면 어느새 통일이 되어 있는, 그러한 자연스러운 흐름에 따른 통일이 되어야 한다.
 
자연스럽게, 그렇기 때문에 완전한 통일까지는 몇 세대가 흘러야할 것이다. 남북이 떨어져 지낸 것이 어느새 70년이다. 그러한 것들을 극복하는 것이 상당히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Q. 덧붙이는 말.
 
-북한사회의 경제에 대해 아까 조금씩이라도 나아지고 있다고 말했는데, 긍정적인 것은 남과 북이 서로 간에 대화할 수 있는 요소들이 많아진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북한에 휴대폰이 없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휴대폰이 250대 이상 보급됐다. 과거 북한에 대규모 스키장 없었지만 현재 대규모 스키장이 개장했고, 과거에 북한에 슈퍼마켓 없었지만 지금은 굉장히 많이 건설되고 있다. 또 과거 북한 사람들에게 인라인 스케이트를 탄다는 것이 대단히 생소했지만 지금은 대중화 됐다.
 
우리가 통상적으로 이런 게 북한에 있을까 생각하는 것들이 실제로 생각보다 많다는 것이다. 남과 북이 만나더라도 이제는 공통의 소제를 갖고 많은 얘기를 할 수 있게 됐다. 예전같으면 기자가 취재하러 갔으면 황당한 답변을 많이 받았을 것이다. 예를 들어 옛날에 콜라에 대해 물어봤다면 “미 제국주의의 천병인 음료수를 우리가 왜 마십니까”이런 반응이 나왔다. 하지만 요새는 “대중적인 측면에서 먹어봤는데 톡 쏘는 맛이 특별하더이다.” 라는 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요새는 “햄버거가게 생겼다던데 맛이 어떠한가” 라든지 치킨버거나 후라이드 치킨, 혹은 콜라 맛이 어떻다는 등의 이런 얘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북한에서 일어나고 있는 세세한 모습들에 대해 좀 더 세밀하게 볼 필요가 있다. 잘 모르니까 “왜 그럴까, 정말 그럴까”이런 의문들을 가져야 한다. 우리가 70년대 용평스키장 만들 때, 주민들이 이용할 것이라 생각하고 만들었는가? 아니다. 그러나 지금은 대중화됐다. 건설 같은 경우도 북한이 장기적인 측면을 생각하고 추진하는 것이다. 민생을 안 챙긴다고 하지만 그런 것들과 주민들이 필요한 부분들이 동시에 가고 있다. 북쪽이 상징적 구조물과 함께 생활 속에서 느끼는 경제력, 삶의 안위가 같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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