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시스
고법, 쌍용차 해고 무효 판결 내려
“정리해고, 긴박한 경영상 필요 요건 불충족”
 
지난 2009년 6월 쌍용자동차 대량해고로 인해 사측으로부터 해고당한 노동자들이 드디어 5년 만에 해고 무효 판결을 받았다.
 
서울고법 민사2부(부장판사 조해현)는 7일 해직 노동자 노모씨 등 153명이 쌍용차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뒤집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또한 2명을 제외한 나머지 해고자들에게 임금액 중 일부인 100만원을 지급하도록 명령했다.
 
재판부는 쌍용자동차의 정리해고가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와 ‘해고 회피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당시 쌍용차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었던 사실은 인정할 수 있지만 구조적이고 계속적인 위기 상황이었는지는 분명치 않다”며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이 있었다고 보기힘들다”고 판시했다.
 
특히 인원삭감의 근거 중 하나로 제시된 보고서에는 신차종의 미래현금 흐름이 전부 누락되고 구 차종 판매량이 과소하게 계상되는 등 2008년 유형자산손상차손이 부풀려 계산됐다고 지적했다.
 
또한 재판부는 “사측이 희망퇴직을 신청받는 등 해고회피를 위해 일정한 노력을 한 점은 인정되지만 이를 위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자동차 판매 부진과 유동성 악화로 자금난에 빠진 쌍용차는 2008년 12월 모든 공장에서 필수 근무자를 제외한 일시 휴업에 들어갔다.
 
이듬해 2월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쌍용차는 2달 뒤 총 인원의 36%에 해당하는 2646명을 감축한다는 내용의 경영정상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반발한 노조는 공장을 점거하고 총파업에 돌입했지만 사측은 직장폐쇄를 내렸다.
 
결국 1666명이 희망퇴직이라는 명목으로 회사를 떠났으며, 나머지 980명은 정리해고 됐다.
 
이후에도 계속해서 노사는 극심한 대립을 벌이다 같은 해 8월 노사합의를 통해 정리해고된 980명 중 459명은 무급휴직, 353명은 희망퇴직, 3명은 영업직 전환으로 처리하는 데 동의했다.
 
이를 전후로 해고 노동자와 가족들, 복직한 노동자들은 극심한 스트레스와 생활고 등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심근경색 등의 병으로 사망하는 일이 빈번히 발생하기도 했다.
 
끝까지 사측과 대립한 165명 중 153명은 2010년“사측의 정리해고에 당한 사유가 없다”며 서울남부지법
에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유동성 위기 등으로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사측이 경영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해고를 한 것은 부당하지 않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판결을 마친 조 부장판사는 “재판은 승패를 가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평화를 이루는 과정이 돼야 한다”며 “(이사건으로) 우리 각자의 몫을 성찰하는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절차적으로는 대법원의 판단만 남아있는데 마지막 인내의 시간이 그리 길지 않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민주노총∙참여연대 “늦었지만 당연한 판결”
 
민주노총과 참여연대도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에 대한 해고무효 판결을 환영하고 나섰다.
 
민주노총은 “늦었지만 당연한 판결”이라며 “쌍용차 회사는 대법원 상고를 통해 시간을 끌 것으로 예상되지만 더 이상 법적 다툼으로 시간을 끌 것이 아니라 이들을 즉각 원직복귀 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2009년 쌍용자동차 대량 정리해고는 회계조작 의혹과 24명의 죽음, 대한문 분향소를 둘러싼 경찰과
행정당국의 부당한 탄압 등 사회적인 문제가 돼 왔다”며“이번 서울고법의판결을 적극 환영한다”고 말했다.
 
또 “그동안 힘든 투쟁을 벌여온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조합원들과 특히 지금도 구속중인 김정우 지부장에게 위로와 격려를 보낸다”면서 “외롭게 생을 마감한 24명의 조합원과 그 가족들에게 다시 한 번 애도의 인사를 전한다”고 덧붙였다.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는 “해고자들이 5년 만에 일터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며 “이번 판결을 환영하며 오랜동안 이어진 사회적 갈등을해소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판결로 그동안 쌍용자동차 사측이 정리해고의 정당한 이유라고 제시하는 여러 가지 회계 상 증거들의 설득력에도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차후 쌍용자동차 정리해고의 정당성에 대해서 명확하게 밝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건은 사측의 필요에 따라 단행될 수 있는 대량해고, 노사합의 불이행, 사측과 정부가 노동자에게 제기한 손해배상과 가압류, 대한문에서 이어졌던 경찰의 공권력 남용 등 우리 사회에 많은 질문과 과제를 던졌다”며 “정리해고의 부당함이 인정된 이번 판결을 계기로 온 사회가 다시 한 번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총, 무효 판결로 기업 경영활동 위축 및 노노갈등 예상
 
이처럼 노동계가 쌍용차의 정리해고 무효 판결에 대해 환영하고 나선 가운데 한국경영자협회(경총)은“이
번 판결로 기업들의 유연한 인력운용과 경영활동이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경총은 쌍용차 정리해고 무효 판결에 대한 논평을 통해“서울 고등법원이 쌍용차 정리해고의 정당성 요건을 자의적으로 엄격하게 해석했다”며 “정리해고와 관련한 소모적인 정치∙사회적 갈등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경총은 “고등법원은 쌍용차가 당시휴업과 임금 동결 및 상여금 삭감, 복리후생 중단, 희망퇴직, 전직지원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정리해고를 회피하기 위해 노력을 다했지만 이를 부족하다고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경총은 “원고인 해고자 측이 쌍용차가 자사의 부동산과 공장 등 유형자산을 저평가해 정리해고의 정당성을 주장했다며 유형자산 손상차손과다계상 여부를 확인하는 특별감정절차를 신청했다”면서“특별감정을 맡은 서울대 회계학과 교수는‘사측이 자사의 유형자산을 저평가하지 않았다’라는 취지의 감정보고서를 제출했지만 고등법원은 특별한 이유 없이 감정 결과를 재판에 반영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경총은 또 “쌍용차는 과거 극심한노사갈등으로 한 차례 큰 위기를 겪었지만, 최근 노사협력을 통해 법정관리를 졸업하고 경영정상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번 판결로 노사갈등의 재연은 물론 노노갈등까지 예상돼 쌍용차의 경영정상화에 악영향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