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182 경찰민원콜센터

나라 경제를 살린 콜센터
그리스와 함께 포르투갈은 유럽 재정위기의 진원지로 꼽혔다. 포르투갈은 인구가 1000만여 명이며, 실업률은 18%, 청년 실업률은 42%를 웃돌았다. 포르투갈은 1986년 당시 EU에 가입하면서 경기후진국이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 노력해왔다. 공무원 5만여 명을 구조조정하고 연금도 20%나 삭감했지만 실업률은 계속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1년, 유럽연합으로부터 780억유로 상당의 구제 금융을 받았으나 경기 회복의 조짐이 당최 보이지 않자, 국민의 반감은 높아졌다.


2013년 7월. 포르투갈에서 일자리가 넘쳐나는 곳이 있다는 뉴스를 들을 수 있었다. 미국 공영라디오방송 NPR은 글로벌 회사들이 포르투갈을 콜센터 기지로 활용하면서 이 분야에서 수천 명의 일자리가 마련됐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텔레퍼포먼스 포르투갈은 사업규모가 두 배로 커졌다.


세계 아웃소싱 시장의 중심지는 인도와 중국이었다. 하지만 이들 국가의 임금이 상승하면서 서구 기업들은 인건비가 더 저렴한 국가를 찾아 나섰다. 특히 유럽 기업들은 포르투갈로 발걸음을 돌렸다. 포르투갈은 유로화를 쓰기 때문에 유럽 기업들의 경우 환율 리스크가 없었다. 또한 포르투갈에는 여러 유럽 언어에 능통한 인력이 넘쳐나며, 평균급여가 775달러로 임금도 유럽 최저 수준이며, 불가리아, 아일랜드, 폴란드 등과 시차가 거의 없기에 실시간 고객응대가 가능했다. 콜센터 등 아웃소싱 산업의 붐이 포르투갈 경제의 구세주가 될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필리핀이 전 세계 콜센터 산업을 선도해온 인도가 주춤한 사이 세계시장 점유율을 끌어 올렸다고 보도했다. 전 세계 콜센터 시장에서 인도의 점유율은 2004년 80%에서 2013년 40%로 줄어든 반면, 필리핀의 점유율은 1%도 채 안된 수준에서 15%로 증가했다. 미국 신시내티에 본사를 둔 글로벌 콜센터 업체인 콘벌지그룹은 필리핀에 3개 지사를 추가했다. 필리핀은 저렴한 인건비와 유창한 영어 구사능력, 저렴한 건물 임대료 등으로 콜센터 산업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우리나라의 콜센터산업 
콜센터는 텔레마케팅센터, 컨택센터, 고객센터, 소비자센터, CRM(고객관계관리)센터 등으로 불린다.
텔레마케팅은 전화, FAX, 웹, 앱, SNS등을 이용하여 판매비용을 절감하고 매출액을 상승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다이렉트 마케팅 기법이다. 과도한 텔레마케팅, 개인정보 유출 문제 등으로 사회 전반에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지만, 다양한 산업분야에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다.


텔레마케팅은 업종이나 아이템에 구애받지 않고 시장조사, 리서치, 회원모집, 판매, 회원관리, 연체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된다. 걸려오는 전화에 응대하는 인바운드(Inbound)에 84.1%, 전화를 걸어 가망고객을 설득하는 아웃바운드(Outbound)에 14.5%, 전화를 걸고 받는 업무를 혼합한 블랜딩(Blending)에 1.4%정도가 이용되고 있다.


텔레마케팅 산업 종사자들은 텔레마케팅센터 대신 컨택센터로 부른다. 컨택 센터 산업은 전국적으로 종사자가 40만명에 이르는 산업으로 도심의 사무 공간 밀집형 산업이다.


한국컨택센터산업협회는 “컨택센터는 기업들에게도 상품생산과 서비스 등에 관한 중요한 정보를 고객과 소통할 수 있는 미래 산업으로 IT산업을 기반으로 전문상담원이 전화, 이메일, 홈페이지, SNS, 스마트폰 등 다양한 매개체를 활용하여 고객을 응대하는 미래형 지식서비스 산업”이라고 정의한다. 고객응대에는 고객 불만, 요청사항의 접수 처리, 상품과 서비스 홍보, 주문접수 등의 서비스가 포함되므로 고객 입장에서도 편리한 지식서비스이다.
 

컨텍센터는 여성 일자리 창출을 위한 최적의 조건을 갖춘 직장이다. 스마트워크(smart work)의 하나인 재택근무가 가능하고, 시도 때도 없이 걸려오는 전화를 받기 위해서는 야간근무도 해야 하지만, 교대제로 운영되므로 잔업과 야근이 필요없다. 충분한 보육시설과 제대로 된 급여 체계만 갖춘다면 여성에게 최적의 일자리이다.
 

지방자치단체는 앞 다투어 콜센터를 지역으로 유치하고 있다.  대전시에 운영되는 콜센터 수는 120 곳으로, 1만5000여명의 텔레마케터가 종사하고 있다. 대전시에는 금융권 콜센터가 밀집해 있다.
 

대구시는 ㈜티브로드홀딩스의 영남·충청·경기 지역 전담 컨택센터를 대구에 유치했다. 이에 따라 청년일자리 창출과 도심상권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 티브로드 대구콜센터는 중구 서성로 계산동 TCN케이블방송 건물에 총 220석 규모로 들어선다. 대구시에는 보험과 통신, 금융, 유통분야 등 총 49개 사 8600여석의 컨택센터가 운영 중이다.
 

광주시는 ‘13년 1500석 이상의 고객센터를 유치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광주에는 45개 회사가 63곳에 고객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일하는 여성 상담원만 8,500여명이다. 계획대로 1500명이 추가되면 전화 상담원은 1만명이 넘는다. 광주시는 2011년 광주 서구 치평동에 고객센터만 입주할 수 있는 15층짜리 빌딩도 지었다.
 

인천시는 2015년까지 최대 3만명 고용창출을 목표로 컨택센터(Contact Center)산업을 적극 유치하기로 했다.
 

금융권만이 아니라 통신회사, 자동차회사, 홈쇼핑 등 유통회사, 그 외에도 대다수의 기업은 물론 정부와 지방자치 단체에서도 콜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대다수 국민은 콜센터를 이용하고 있다.
 

정부는 국민권익위원회가 운영하는 110 정부민원안내 콜센터를 비롯해 보건복지부, 미래창조과학부, 교육부, 국토교통부, 관세청, 기상청 등 11개 정부부처의 콜센터를 정부과천청사로 통합 이전했다. 통합이전에 따라 과천청사 3천181㎡(963평)의 공간에 공무원 48명, 상담사 371명 등 총 419명이 모이게 됐다. 이들은 연간 600만건에 달하는 정부 민원을 전화로 상담한다.

개인정보 유출과 콜센터
한국컨택센터산업협회는 카드사, 보험사, 캐피털사 등 금융권 TM 업무에 종사하는 인원은 3만 2000여명이며 비정규직으로 활동하는 텔레마케터까지 포함하면 7만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최근 국민카드, 롯데카드, 농협카드의 개인 정보유출 사태가 발생하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악사손해보험, 하이카 다이렉트 등 온라인 TM 영업이 고객 모집 수단인 일부 보험사를 제외하고, 모든 TM 업무를 3월까지 전면 중단한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는 미국계 보험사 사장단을 소집해 이번 TM 영업 제한 조치에 따른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텔레마케팅 비중이 큰 외국계 보험사들은 공식 항의서한을 금융위원회에 제출했다. 일부 금융사는 TM 조직 축소를 확정하고, 또 다른 금융사들은 TM을 대체할 수 있는 영업 방법을 모색했다.
 

급작스런 텔레마케팅 금지로 당황한 것은 금융회사만이 아니다. 대다수 텔레마케터는 장기적 비전도 없고, 낮은 임금에 비정규직이다. 더구나 폭언, 성희롱 등 감정 노동에 시달려야 하니 자연히 이직률도 높다.
 

생계 위기에 내몰린 금융권 텔레마케터들은 “정당한 루트로 정보를 수집해 합법적으로 일하는 우리(텔레마케터)들까지 범죄자로 취급당하는 것 같아 억울한 심정”이라며, “보험권 텔레마케터들이 카드정보유출의 온상인양 여론 몰이를 하는 것 같아 속상한 마음이 든다.”고 항변했다. 이어 “금융권의 정보 관리부실로 이번 사태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피해를 텔레마케터들이 고스란히 떠안는 것은 부당하다”며 “금융권의 정보 관리부재가 더 큰 문제다”고 꼬집었다.
 

금융당국은 금융권 텔레마케터들의 고용불안과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텔레마케터 해고 금지라는 보완책을 내놓았다. 카드사 등 금융회사는 텔레마케팅 영업이 완전히 중단된 마당에 해고는 하지 말라는 금융당국의 조치에 대해 다시 불만을 토로했다.
 

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10만명의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밥줄을 끊은 폭력적인 관치금융”이라며 “금융당국이 전화 영업을 중단시켜놓고 TM노동자들의 생계위협이 되지 않도록 금융업계 요구하는 것 역시 관치금융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콜센터와 텔레마케팅 관리사
텔레마케팅을 전면금지 시키면, 개인정보가 보호될 것이라는 발상은 좋은 생각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완벽한 개인정보보호를 위해서는 전화만이 아니라, 인터넷으로 연결된 PC, 스마트폰, 스마트패드, 스마트 TV 등의 사용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 수긍할 수 있는가?
 

지식서비스 산업에 포함되는 콜센터 산업은 미래지향적 전략 산업이다. 이직률이 높아서인지 콜센터 전문 인력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콜센터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텔레마케팅을 금지시키기 보다는 텔레마케터들의 전문성, 위상 및 인식제고에 힘써야 한다. 산업인력공단에서는 텔레마케팅관리사라는 국가자격시험을 매년 3회 시행하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콜센터산업 실태조사도 제대로 하고, 정책적 방안도 마련하라.

세상에 인재를 더하려는 열린 연구소
한국 커뮤니케이션 연구소/소장 오익재(ukclab@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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