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김영종 종로구청장

   
 

【투데이신문 이광명 기자】우리가 살아가기 위해서는 공간이 필요하다. 그 공간이 무엇으로 어떻게 채워지느냐에 따라 우리 삶은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한옥에 살던 사람이 양옥으로 이사를 가면 한 가족의 생활양식이 바뀌고, 마을에 다리 하나가 놓이면 그 마을 전체의 생활양상이 달라진다. 나라의 정책 하나가 바뀌면 온 국민의 인생이 달라지기도 한다. 이렇듯 행정이라는 것은 삶의 질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작게는 마을로부터 넓게는 한 나라까지 그 구역 안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에 관여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목민관(백성을 다스려 기르는 벼슬아치라는 뜻으로, 고을의 원(員)이나 수령 등의 외직 문관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 누구냐에 따라서 그 지역에 속한 사람들이 행복해지기도 하고 불행해지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공간을 꾸려나가는 사람이 누구인지, 또 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에 지대한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취지에서 <투데이 신문>은 서울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동시에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종로구를 찾아가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를 들여다봤다. 종로구청장은 모든 일에 ‘작은 것부터 천천히, 그러나 제대로’라는 마음으로 모든 사업에 상품이 아닌 장인정신의 혼이 깃든 작품을 만들어 종로라는 도시가 행복한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과연 종로구는 어떻게 꾸려지고 있는 걸까? 종로구청장과의 일문일답을 통해 알아봤다.
 
▲ 건축 쪽 일을 하다가 구청장이 됐다. 그 계기는 무엇이었나?
 
- 일반적으로 건축이 공대생의 마인드를 가진 직업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좀 더 깊이 들어가 보면 인문학 공부다. 인문학적인 차원에서 건축을 공부해야 하고 기술적인 차원에서 해서는 안 된다. 물론 모든 학문이나 분야가 사람을 위한 일이고 사람에게 필요한 일들을 하지만 특히 건축은 사람들이 편안하게 살며 좋아하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건축을 집짓는 일로만 생각을 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너무 좁은 의미다. 광화문 광장에 집을 짓지는 않았지만 건축했다고 이야기를 한다. 건축은 공간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집을 짓더라도 사람이 잠자는 공간, 생활할 수 있는 거실, 생리현상을 해결하는 화장실도 만들고 그런 공간이 모여 주택이 된다. 또한 시민회관의 강당은 공연을 하기 위한 공간을 만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좋은 건축이란 목적에 가장 알맞은 공간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구청장을 하려고 했던 이유도 사람들이 좋아하는 공간을 멋지면서도 튼튼하게 만들고 싶었다. 건축에는 국가 예산이 많이 들어가는데 처음에 잘 만들면 오래도록 예산을 더 들이지 않고 사용할 수가 있다. 이런 것들을 건축가가 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다. 건축하는 사람들이 워낙 바쁘다 보니 이런 쪽 일에 참여하기가 어렵다. 그렇다면 내가 한 번 해보는 것이 어떨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구청장이 된 이후로는 작은 공간 하나를 만들더라도 명소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윤동주 문학관의 경우 크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의미 있고 아름다운 공간이 되어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게 됐다. 지난 1년 반 동안 윤동주 문학관을 찾은 사람들이 14만명이다. 결국 이런 공간을 통해 지역 경제가 활성화 되고 품격 있는 도시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에는 어떤 사람들이 찾아와서 “우리 청장님을 이 시대 독립운동가 100인에 뽑겠다”고 했다. “저는 그런 일을 한 적이 없는데 무슨 소리냐”고 했더니 소녀상을 세운 것에 대해서 일본 사람들이 봤을 때 그 어린 처녀들을 잡아다가 못된 짓을 시키고 그랬던 것에 대해 반성하게 만드는 의미가 있다며 그것이 바로 이 시대의 독립운동이라고 하더라. 감사하다는 말만 전하고 돌려보냈지만 구청장이 되어 구상하고 있는 종로가 이런 것이다. 공간 하나를 짓더라도 의미를 담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 또 제가 도시공학 공부를 굉장히 오래했다. 많은 경험을 바탕으로 도시설계에 대한 노하우와 지식을 쌓아왔다. 특히 종로에는 20년 넘게 살면서 이곳의 스토리까지 잘 알고 있다. 이런 것이 종로의 역사와 환경, 정체성을 지켜나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 구청장님만의 구정철학이 있다면.
 
- 사람들이 편안하고 행복하고 건강한 동네를 만드는 것이다. 달리 말하자면 지속성장가능한 도시를 만드는 것이다. 저는 이 의미를 사람들이 계속해서 살아갈 수 있고, 살 수 있는 도시라고 해석한다. 미국의 디트로이트나 일본의 소니시 등은 이런 점에서는 지속성장불가능 도시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울산의 경우에도 환경오염 때문에 모기가 많아져 사람들이 살 수 없을 지경까지 됐다. 당장 빌딩만 짓는다고 도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빌딩이 필요한 곳이 있고, 지어서는 안 되는 지역이 있다. 사람들이 행복하도록 잘 설계해야 한다. 그런 것을 구분하지 못하고 중구난방이 되면 사람들이 살 수 없는 곳이 돼버린다. 우리 후손들까지 고려해 오래오래 살아도 문제가 없는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 우리가 엉터리로 만들어 놓으면 그것을 복원하기 위해서 또 엄청난 비용을 들여야 한다. 만일 그 비용을 충당할 수 없으면 도시를 떠나게 된다. 지금 안산의 경우도 공장만 가득 들어서 있는데, 지금 그 공장에서 생산하는 것들이 훗날에는 필요가 없는 물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 바이오 업체를 비롯한 첨단산업으로 바뀌어야 할 텐데 그것을 어떻게 바꿀지에 대한 고민과 설계가 필요하다. 
 
종로의 경우에는 우리 문화를 어떻게 살려서 우리 후손들이 그 문화를 잃지 않고 잘 살아갈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사람들이 편안하게 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종로구는 ‘사람중심 명품도시 종로’를 건설하기 위해 품격 있고 활기찬 문화예술도시, 모두가 따뜻하고 행복한 복지도시, 아이 키우기 좋은 젊은 교육도시, 쾌적하고 건강한 녹색도시, 주민과 함께하는 선진자치도시라는 5대 구정목표를 선정하여 적극적으로 추진해 오고 있다. 
 
▲ 최근 국회 입법조사처가 발간한 자료에 의하면 종로구가 사회의 질 조사에서 1위로 선정되었다. 종로구만의 특색과 더불어 다른 지자체와 차별화된 점은?
 
- 삶의 질 조사는 유럽에서 시작됐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행복하게 잘 살 것이냐 하는 것을 지표화 하는 것으로 여러 가지가 있다. 예를 들어 시골의 경우 공기는 좋지만 당장 급한 환자가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병원이 멀어 상황이 악화된다든지, 가벼운 병임에도 5분 진료를 받기 위해 병원을 오가는데 하루를 꼬박 쓴다든지 하는 문제들이 있다. 또 도시의 경우는 접근성이 용이하도록 인프라는 잘 갖춰져 있지만 환경이 좋지 않고 범죄율도 높다. 
 
종로도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장단점이 공존하고 있다. 종로는 이미 고령화 상태고 곧 초고령화 상태가 된다. 종로가 옛날 동네여서 노인 비율이 15%정도다. 따라서 출산율도 낮다. 젊은 사람들이 유입되기에는 집값이 비싸다. 이런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삶의 질 평가에서 1위를 한 것은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극장이나 문화시설이 많아 문화지수가 높다. 종로는 ‘지붕없는 박물관’이라고 할 수 있다. 조선왕조의 수도로서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였다. 경복궁, 창덕궁을 비롯한 궁궐과 종묘, 사직단, 문묘, 도성 등이 분포하고, 북촌의 한옥 등 문화유산이 많은 지역이다. 우리나라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곳으로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룬 다양한 문화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 특색이자 자랑이다. 이번에 국회입법처가 230개 시·군·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삶의 질 조사를 가만히 보면 문화지수가 높은 곳이 1등과 2등을 차지했다. 문화지수는 종로가 1위였고, 2위가 대구 중구였다. 그런데 삶의 질 지수에서도 1위와 2위가 똑같이 종로와 대구 중구가 됐다. 이렇게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서 종로는 구민 참여도가 높다. 자원봉사자의 수도 역시 많다. 주민들이 스스로 나서서 협동조합을 만들기도 하고, 투표율이나 정치참여율도 높다. 
 
시민들이 참여를 잘 한다는 소리는 쉽게 말해 눈치우기를 잘한다는 얘기다. 주민들이 직접 나와서 눈치우기를 한다면 그 동네는 최고로 살기 좋은 곳이다. 아침에 눈 치우러 나와서 서로 얼굴 보며 인사하고 안부를 묻고 하면, 아침부터 그 곳은 행복한 곳이 된다. 아침에 눈치우기 잘하고 나서 차를 왜 거기다 댔냐고 멱살 잡고 싸우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저는 인사 잘하기를 항상 강조한다. 민방위 훈련을 가서도 동네 주민들끼리 억지로 인사시키고 악수시키고 한다. 행복한 동네를 만드는 첫 번째 길은 서로 알고 지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하면 주차신고도 덜 들어온다. 아는 사람 차가 길을 가로막았을 경우에는 바로 전화를 해서 “어제 술 마셨구만”하면서 차를 빼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모르는 사람의 차가 내 길을 막고 서있으면 찾으러 갈 수도 없고 짜증이 나기 마련이다. 이런 갈등을 없애주는 것이 서로 알고 지내는 것이다. 이웃끼리 관심을 가지고 소통하며 지내야 한다.
 
이러한 일의 연장선상으로 종로구에서는 텃밭 가꾸기를 하고 있다. 2011년 이후 도심 내 버려진 땅에 있던 묵은 쓰레기 1,200여 톤을 치우고 48개소에 텃밭을 만들어 같이 농사를 짓도록 했다. 노인정의 할머니, 할아버지들께서 함께 농사를 짓기도 하고 유치원의 아이들이 함께 농사를 짓기도 한다. 그렇게 주민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또한 요즘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자살률을 줄이기 위해서 복지를 강화했다. 특히 노인들께 노인정에 놀러 나오시도록 하고 혼자 계시지 못하도록 했다. 독거노인들에게는 복지사들이 계속 찾아가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갑자기 가정형편이 어려워진 사람들은 통장들을 통해 알아보도록 한 뒤 돕도록 했다. 정신건강센터를 만들어 정신병원 의사가 그곳 원장으로 부임해 계속해서 관리를 하고 있다. 그러자 자살률이 1년 새에 39.9%가 줄어들었다. 
 
행복지수는 가정불화, 재정상황, 이웃과의 관계 등으로 평가를 하는데, 이중 가정불화나 재정상황은 구 차원에서 노력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하지만 이웃과의 관계는 구청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보아서 그쪽으로 집중을 했다. 
 
   
▲ 인왕산 산신제
▲ 종로구는 전통의 중심지로 잘 알려져 있다. 전통문화 보존을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
 
- 서울에서 전통문화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곳이 종로다. 종로보다 전통문화 보존이 잘 되어 있는 지역으로는 안동이 있다. 그래서 안동과는 자매결연을 맺었다. 서로 교류도 하고 가서 보고 배울 것들을 배우기 위해서다. 이렇게 전통문화를 잘 보존할 때 종로의 정체성을 지킬 수 있다. 종로가 뭐 하는 곳이냐고 했을 때 전통문화의 고장이라는 생각이 들어야 한다. 그러한 인식 때문에 외국인 관광객들도 종로를 찾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보고 가려고 하는데, 서울에서 그것을 볼 수 있는 지역이 종로다. 그래서 종로는 역사문화의 고장이면서도 첨단문화가 공존하는 곳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위 질문과 관련해, 종로구는 현재 지방자치단체 8곳과 함께 세계문화유산도시협의회에 참가하고 있으며, 지난 3월부터는 매월 첫째 화요일을 ‘전통 한복 입는 날’ 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싶다.
 
- 세계문화유산도시협의회는 세계문화를 가지고 있는 8개 시&#8729;군이 역사와 문화를 잘 지키기 위해 서로 정보교류를 하고 중앙정부와 함께 각 지역의 역사문화를 어떻게 잘 지킬 것인지 협의체를 만든 것이다. 아직은 시작단계다. 또 한복입는 날을 정한 것은 요즘 사람들이 명절조차 한복을 잘 안 입는다. 그래서 구청에서부터 입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직원들까지 다 입으라고 하기에는 무리일 것 같아서 권장하는 정도이고, 간부들부터 입도록 했다. 매월 첫째주 화요일에 민원부서를 중심으로 한복을 입도록 하고 있고, 또 매달 한복이 잘 어울리는 직원을 선정해 시상을 하는 등 한복 입는 것이 즐겁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 종로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가 전통문화의 거리 인사동과 젊음의 거리 대학로일 것이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들도 꼭 들렀다 가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이런 관광지를 보존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 대학로나 인사동은 이미 굉장히 유명하다. 그런데 문제가 사람들이 많이 모이니 인사동 거리에서 자꾸 화장품 장사 같은 것을 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런 것은 명동에서 하면 된다. 이미 하고 있는 화장품가게도 다 나가도록 권유하고 있다. 또한 음식의 경우도 우리 호박엿과 같은 전통음식이 아닌 외국에서 들어온 꿀타래 같은 것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팔고 있다. 그런 것은 전통문화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심어주고 인사동 거리에 어울리지도 않다. 그런 상점들을 내보내려고 하니 욕을 많이 먹는다. 사실 그런 일을 하면 구청장이 인기가 없다. 하지만 이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시민들도 나서야 한다. 지금은 장사가 잘되는 것 같아도 결국 전통문화 거리에 대한 정체성이 흐려지고 다른 지역과 차별화된 점이 없으면 점점 그 거리를 찾는 사람들은 줄어들게 돼있다. 인사동은 우리 전통을 잘 보존하면서 전통상품이나 화랑, 고서화, 표구 등을 파는 곳들이 많이 생겨나고 전통문화를 알리거나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많이 생겨야 한다. 옷도 전통한복을 파는 곳이 늘어나고 궁중의상 등을 제작하고 파는 곳들도 늘어나야 한다. 그런 쪽으로 복원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학로도 마찬가지로 사람들을 끌기 위해서 저질의 코미디나 퇴폐적인 연극을 하면 당장은 흥행할지 몰라도 점점 순수문화의 본질을 잃어버리고 지속성장가능성이 사라진다. 얼마 전 공연 도중 전라를 해서 주목을 받았던 연극이 있었다. 처음에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 인기를 누렸지만 그런 연극이 흥행한다고 해서 다들 그렇게 노출하는 연극만을 한다면 대학로가 어떻게 되겠나. 순수연극들을 지켜내야 한다. 그래서 반대를 무릅쓰고라도 규제할 것은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 영화가 발전하자 좋은 영화에 사람들이 많이 몰리듯이 연극도 좋은 연극을 만들어 내면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많이 보러 가게 된다. 그래서 우리 구에서 그런 방향성을 잘 제시하고 계도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인기 있는 발언만 할 것이 아니라 옳은 소리를 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에 쓴소리들을 많이 하지만 가끔은 모른 척하고 가만히 있을 걸 괜히 나섰나 싶은 때도 있다. (웃음) 대학로도 조금 변형될 수는 있겠지만 순수예술이나 극장문화가 잘 운영되도록 해야 한다.
 
▲ 북촌 한옥 마을과 같이 전통적인 가옥들을 보존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본다. 북촌한옥심사위원회 심의위원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한옥의 특징과 장점 등에 대하 알고 싶다.
 
- 한옥이 현대건축과 다른 가장 큰 특징은 자연을 존중하고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건축이라는 것이다. 처마선 사이로 내려앉는 봄날의 따사로운 햇빛, 여름 장맛비 처마낙수와 담장       따라 핀 나팔꽃, 가을 낙엽이 내려앉는 마당의 호젓함, 겨울눈이 덮인 기와지붕의 포근함 등은 한옥만의 고유 정취라고 할 수 있다. 정서적인 면 외에도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는데, 우선 재료가 돌과 나무, 흙, 종이와 같이 자연에서 얻은 천연 재료로 그 집에 사는 사람의 건강에 매우 이롭다. 또한 한옥의 처마는 햇빛의 일사량과 비바람으로부터 사람을 보호해 주며, 소나무로 정교하게 짜인 처마부분을 보면 예술품을 접할 때의 감흥을 일으킨다. 한옥의 장점 중 마당과 실내의 소통은 빠트릴 수 없는 부분으로 한옥에서의 마당은 그냥 남겨진 공간이 아니라, 실내공간과 서로 연결되면서 도로로부터 실내를 완충해주는 역할을 하고, 동시에 한옥 구성의 핵심이면서 시각적으로도 구심점이 되는 중심 공간이다. 소나무 향기가 나는 집에서 하늘을 보며 사계(四季)를 느끼고, 야트막한 담장너머로 이웃과 소통하면서 자란 어린이는 기능과 자본의 논리만 강조된 현대적 공간에서 자란 어린이보다 훨씬 정서적이고, 보다 건강하게 성장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종로의 전통 보존 및 발전을 위한 계획과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사업은 무엇인가?
 
- 역사찾기, 흔적찾기를 중점적으로 하고 있다. 일례로 우리나라 최초의 극장인 원각사를 복원할 예정이다. 역사적인 인물, 장소, 사건들을 하나하나 잘 찾아내어 지키고 발전시켜야 한다. 그와 더불어 현대에 와 세워진 필요 없는 시설물들을 비우는 사업도 하고 있다. 그렇게 해서 도시 전체를 품격 있게 만들어야 한다. 사람들이 편안한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더불어 우리의 것을 가장 잘 나타내는 ‘한복, 한식, 한옥, 한글’을 잘 보존해 우리 문화의 정체성을 찾는 일에 매진할 것이다. 얼마 전 제가 가수 김장훈 씨와 함께 한글문화연대로부터 우리말 사랑꾼으로 선정이 됐다. 작년 한해 60개 업체 간판을 한글로 바꾸도록 설득한 것을 칭찬받은 것이다. “오래된 것은 모두 다 아름답다”라는 말이 있다. 종로구의 가장 오래된 것들을 지켜나가는 것이 가장 중점적으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 외국의 유명 도시 중 벤치마킹하고 싶은 지역이 있다면. 
 
- 브라질 꾸리찌바라는 도시로 자이메 레르네르라는 시장이 몇 년에 걸쳐 생태도시로 기획했다. 그 도시는 UN에서 선정한 지속가능한 도시 1위이기도 하다. 또 내가 그 시장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나와 같은 건축가 출신 시장이다. 우리가 편리하게 사용하고 있는 버스 전용차선인 청색선, 백색선, 황색선의 구분도 레르네르가 세계최초로 만들었다. 또 꾸리찌바에는 지하철이 없다. 지하철의 1/80 비용으로 교통시설을 만들었는데 굉장히 설계를 잘했다. 튜브형 정류장을 만들어 버스의 승하차 시간을 굉장히 단축시켰다. 그 결과 매연을 줄여 환경오염을 방지하고 에너지까지 절약시켰다. 그 외에도 도심 내 배수가 잘 안 되는 지역 등 슬럼가가 들어설 곳을 미리 예측해 공원을 조성하여 매우 성공적으로 쾌적한 도심환경을 만들었다.
 
우리 종로도 깨끗한 건강도시를 만들기 위해서 물청소를 시작했다. 밤 새벽 2시쯤 날마다 물청소를 한다. 도로변의 먼지들을 씻어낸다. 그래서 종로의 공기가 많이 청정해졌다. 종로구를 시작으로 다른 구들도 이제는 대부분 물청소를 한다. 이렇게 하나하나 작은 일부터 시작해 종로를 살기 좋은 동네로 만들고 싶다.
 
▲ 끝으로 앞으로 행보에 대해 알고 싶다.
 
- 일 하나 만큼 열심히 하는 구청장이 되겠다고 취임한지 벌써 4년이 다 되어가고 있다. 그동안 사람중심 명품도시를 만들기 위해 많은 일들을 추진하였고 지금도 계속 추진 중에 있으며, 아직도 해야 할 일들이 너무나 많다. 사람이 행복한 종로, 사람중심 명품 도시 종로를 완성시키기 위해 이번 6.4지방선거에 출마해 반드시 재선에 성공하여 주민이 행복한 종로를 만들기 위해 온 힘을 다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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