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경찬 문화 칼럼니스트】 ‘오즈의 마법사’를 읽어 본 적이 있는가. 뮤지컬 ‘위키드’는 바로 ‘오즈의 마법사’의 프리퀄이라 볼 수 있다. 그레고리 맥과이어의 소설‘위키드’를 원작으로 하고 있는 뮤지컬 ‘위키드’는 도로시가 오즈로 떨어지기 전 이 곳에 살던 엘파바와 글란다의 우정과 사랑을 담고 있다. 

100년이 넘은 고전 동화 ‘오즈의 마법사’를 유쾌한 상상력으로 뒤집은 뮤지컬‘위키드’는 브로드웨이 최고의 흥행작이다. 2003년 초연 이후 10년이 넘도록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 내한 공연 당시 큰 화제를 모으며 탄생 10주년을 기념해 지난달 22일부터 한국어로 초연하고 있다.
 
‘위키드’는 환상적인 동화 속 이야기 같지만 그 안에 담고 있는 내용은 철학적이고 심오하다. ‘나쁜 마녀는
어떻게 나쁜 마녀가 됐고 착한 마녀는 정말 착한 마녀인가’라는 기본 전제에 대한 의구심이 작품의 문제 제기와 함께 사건에 숨겨진 정치적 음모 또한 밝혀나간다.
 
단순히 나쁜 마녀와 착한 마녀의 대립으로 비춰 질 수 있는 플롯을 둘 사이에 얽힌 사연을 소개하면서 사건을 좀 더 흥미진진하게 풀어낸다.
 
‘나쁜 마녀’로 알려진 엘파바는 태어날 때부터 초록색 피부를 가지고 태어난다. 그녀의 외모는 가족과 주위 사람들로부터 두려움과 놀림거리다. 하지만 그녀는 능력있고 똑똑하며 대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할 줄도 아는 마음씨 좋은 마녀이다. 아름답고 착한 마녀 글린다는 허영심 많고 가진 것을 포기하지 않는 마녀이다.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던 두 마녀의 진실을 완전히 뒤바꾼 새로운 이야기로 탄생된 것이 ‘위키드’인 것이다.
 
무대 콘셉트이기도 한 ‘타임 드래곤의 시계’는 시간을 되돌려 놓는다는 상징이기도 하지만 대중을 속이고 지배하는 마법사의 ‘정치적 수단’의 상징이기도 하다.
 
뮤지컬‘위키드’는 권력을 지키기 위해 사람들의 눈과 귀를 멀게 하는 절대 권력에 맞서 용기 있는 한 마녀에 대한 이야기이면서 편견과 차별로 우리가 얼마나 보이는 것에만 집중하고 살았는가에 대해 일침을 놓는 작품이기도 하다.
 
‘널 만났기에(For Good)’,‘ 파퓰러(Popular)’,‘ 중력을 벗어나(Defying Gravity)’,‘ 나를 놓지마(As Long as You’re Mine)’등의 주옥같은 넘버들은 작품의 재미와 감동을 최고조로 이끌어 낸다. 뿐만 아니라 화려한 드래곤의 날개짓으로 시작하는 무대는 관객의 눈을 어느 곳에 둬야 할지 모를 정도로 화려하다. 쉬즈 학교, 에메랄드시티, 동화 속 그 자체가 그려지는 것 같다. 54번의 무대 전환과 6개월에 걸쳐 제작된 총 350여벌의 무대 의상, 훌륭한 음악과 배우들의 열연과 더불어 화려하면서도 정교한 무대 장치와 조명은 재미와 감동을 전달하기에 충분했다.
 
170분의 시간이 결코 길게 느껴지지 않을 만큼 한 편의 동화책을 읽는 느낌의 뮤지컬 ‘위키드’는 서울 잠실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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