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人災)를 막기 위한 선조들의 노력
인재(人災)를 막기 위한 선조들의 노력
  • 이종우 칼럼니스트
  • 승인 2014.02.19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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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우: 철학박사 ,서울대학교 연구원

지난 2월 17일 저녁 9시 15분경 경주에 소재한 마우나리조트 2층 강당에서 붕괴사고가 발생했다. 우선 이 사고로 희생당한 고인 분들의 명복을 빈다. 당시 해당 장소에서는 부산외국어대학교 아시아대학 신입생과 이벤트 회사 직원 100여명이 환영회 및 오리엔테이션 공연을 진행 중이었다. 이 사고로 2월 18일 오전 현재까지 부산외대 학생과 이벤트 회사 직원 등 10명이 사망했다. 103명은 부상을 입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이 가운데 2명은 중태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의 원인은 일단 시설물이 내린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붕괴된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렇지만 리조트 측의 제설 작업에 대한 소홀함, 학생회 행사라는 이유로 방관했던 학교측의 안일한 대응, 그리고 안전 점검 등 행정 지도에 소홀했던 행정 당국 등도 비판을 받고 있다. 즉 천재지변(天災地變)이긴 하지만, 충분히 대비할 수 있었던 인재(人災)의 측면도 크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지금보다 과학기술이 발달하지 못했던 근대 이전. 우리 선조들은 지금보다도 천재지변에 더 대응하기 힘들었다. 또한 천재지변이 닥치더라도 우리 선조들이 대응할 수 있는 범위는 한정적이었다. 지금처럼 일기예보 기술이 발달하지도 못했고, 천재지변이 일어나도 그것을 수습할 수 있는 장비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우리 선조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실질적인 대비나 구호 작업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죄수를 방면하고 수라상의 음식의 가짓수를 줄이며 각종 의례를 설행(設行)하는 등 종교적이고 윤리적인 측면에서의 모습이 더 많았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 선조들이 자연재해에 대하여 ‘천재지변이기 때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는 식으로 방관만 한 것은 아니다. 『성종실록』 32권, 성종 4년(1473 계사) 7월 2일(신묘)의 기사를 살펴보면 성종이 한성부(漢城府)에 “달마다 계속하여 비가 내려서 방리(坊里)의 민가(民家)가 기울어져 위험하니 압상(壓傷)이 있을까 염려스럽다. 그것을 속히 순심(巡審)하여 그들로 하여금 미리 알고 피하도록 하라.”고 명령했다고 한다. 이것은 매달 계속되는 비로 인해서 민가가 붕괴될 것을 우려하여 그 곳을 순찰하고, 붕괴의 징후가 있다는 것을 백성들에게 미리 알리고 피하게끔 하라는 것이었다. 지금의 재난 대비 시스템이 당시에도 작동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백성들의 민가가 붕괴되는 것까지 걱정했던 성종의 성군(聖君)의 면모도 알 수 있다.

또한 『세종실록』 14권, 세종 3년(1421 신축)의 기사를 보면 질병을 예방하기 위한 노력의 일면을 확인할 수 있다. 서활인원 제조(西活人院提調) 한상덕(韓尙德)이 세종에게, “내년 봄에 성을 쌓을 군사가 많이 모이면 반드시 역려(疫厲)가 있을 것입니다. 태조께서 나라를 세운 초기에 비로소 도성(都城)을 쌓으매, 역려가 크게 일어났는데, 화엄종(華嚴宗)의 중 탄선(坦宣)이 여질(厲疾)을 두려워하지 않고 마음을 다하여 구휼하였습니다. 지금 탄선이 경상도 신령(新寧)에 있사오니, 역마(驛馬)로써 불러 올려, 그로 하여금 구호하기를 원합니다.”라고 건의하였고, 세종이 이것을 그대로 따랐다는 내용이다. 세종 말년에는 세종이 불교에 귀의하는 듯한 모습도 보이지만, 세종 3년이면 세종이 불교에 대한 통제가 한창이었을 시기였다. 이러한 시기에 세종은 도성 축조 부역에 전염병이 돌 것을 우려해서 승려라도 아낌없이 불러올린 것이다.

이와 같이 우리의 선조들은 지금보다 과학기술이 발달하지 않은 열악한 상황에서도 인재를 막기 위해서 최선을 다 했다. 그것은 단순히 치적을 쌓기 위함이거나 같은 지배층의 안위를 위한 것이 아니라 백성들을 구휼하기 위한 것이었다. 수퍼컴퓨터가 날씨를 예측하고, 스마트폰으로 날씨를 확인할 수 있으며, 훨씬 단단하면서도 간편한 건축기술이 발달한 요즈음, 우리는 또 한번 인재로 인한 참사를 목격했다. 이번 사건의 향후 사후 처리는 물론이요, 앞으로 인재를 막기 위한 우리들의 노력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이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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