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두희 기자】삼성반도체 피해노동자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이 외압설과 전국 롯데시네마 영화관에서 턱없이 저조한 스크린 수를 배정받는 등 여러 암초를 만나면서 쉽지 않은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영화 ‘또 하나의 약속’ 제작위원회와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모임인 반올림,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참여연대를 비롯한 관련 단체 회원들은 19일 영등포 롯데시네마 앞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갖고 롯데시네마의 영화 상영관 수과 관련된 불공정거래 행위를 규탄했다.

또한 이날 ‘또 하나의 약속’의 박성일, 윤기호 PD는 롯데시네마를 불공정거래 행위 위반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19일 신고했다.

앞서 ‘또 하나의 약속’ 개봉 이틀 전인 지난 4일 롯데시네마는 배급사 측에 전국 극장 중 단 7개 극장에서만 상영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이러한 사실이 언론 보도로 알려지게 되자 롯데시네마는 개봉일인 6일 전국 21개 극장으로 늘렸지만, 이 역시 CGV나 메가박스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적은 배정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롯데시네마의 ‘또 하나의 약속’ 상영시간도 구설수에 올랐다. 관람객이 많은 피크타임은 좌석수가 적은 상영관을, 상대적으로 관람객이 적고 한가한 오전‧오후 시간과 관람객이 드문 심야시간에는 좌석수가 많은 상영관을 배정해 관객의 관람이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비난에 휩싸였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박성일 PD는 “동 시기 개봉작들 중 예매율에서도 항상 우위에 있던 ‘또 하나의 약속’이 비정상적인 개봉관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다. (롯데시네마에서)광고 집행을 거절당하고 전국 7개관만 배정받으며 단체관람을 신청했던 관객들에게는 일방적인 상영취소 통보를 하면서 영화를 기다리는 시민들의 볼 권리도 빼앗았다”며 “여러 차례 공정한 상영관 배정을 롯데시네마 측에 요구했지만 어떠한 합리적인 해결책도 전달받지 못한 상태”라고 밝혔다.

윤기호 PD는 “우리는 롯데시네마에 상영관을 편파적으로 배정한 이유가 무엇인지, 상영관 배정에 있어 고려한 객관적 자료는 무엇인지, 롯데시네마 광고를 개봉 직전에 거절한 이유는 무엇인지, 영화를 보고자하는 관객들의 예매를 막고 대관요청을 거절한 이유는 무엇인지 묻고 싶다”면서 “롯데시네마는 전체 스크린 점유율에서 30%를 가지고 있다. 절대적인 갑의 위치로 극장에서 열어주지 않으면 영화를 볼 수 없다. 그러나 영화를 선택할 권리는 극장에 있는 게 아니라 관객에게 있다”고 역설했다.

임자운 반올림 상임활동가는 “이 영화가 만들어지기 전부터 여러 가지 우려가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의 반응으로 시장원리인 영리추구에 기대서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고 이 영화는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오히려 덕분에 해외 언론들도 삼성반도체의 작업환경의 문제뿐만 아니라 국내 영화계의 자본종속상의 문제까지 매우 글로벌하게 관심을 가지게 됐다”며 “특별한 대우를 바라는 게 아니다. 그동안 그래왔듯이 영리추구의 원칙 그대로 이 영화를 풀어달라는 것이다”라고 당부했다.

영화 속 박철민의 실제 모델인 故 황유미양의 아버지 황상기씨도 자리에 참석해 영화 상영이 정상화되기를 롯데시네마에 요구했다.

그는 “삼성이 하면 뭐든지 다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삼성은 헌법 위에서 군림하는 것 같다. 헌법에는 노동자가 병에 걸리면 산재신청을 하도록 되어있는데 (삼성은)그것도 못하게 만들고 있다. 노동자는 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된다. 노동조합도 못 만들고 산재신청도 못하고 노동자가 죽어도 어느 곳에서도 위로를 안 해준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이어 “불공정하지 않은 공정한 사회에서 살고 싶어 목소리 높여서 외치고 있는데도 (공정한 사회는)오지 않고 있다. 불공정한 사회가 너무 안타까울 뿐이다”라며 “롯데시네마는 지금이라도 상영관을 열어서 국민들이 원하는 영화를 보여줘야 한다. 롯데 상품 불매까지도 생각하고 있다”며 제대로 된 상영관을 확보해주기를 요청했다.

한편 ‘또 하나의 약속’은 이러한 상황에서도 관객의 뜨거운 성원에 힘입어 40만 관객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CGV 123개, 메가박스 67개, 롯데시네마 59개 스크린 등 전국 170개의 스크린만을 점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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