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천장의 소박함과 묵밥‧보리밥처럼 담백함을 맛보는 영월군

 

며칠간의 휴식을 갖고자 강원도로 여행계획을 세웠다. 여행예상지역은 영월군(주천, 고씨굴, 장릉, 한반도지형등), 태백시(석탄박물관, 태백역), 강릉(정동진, 물치항, 속초)로 잡았다.
하지만 강원도 영동지역에 100여년 만에 내린 폭설로 출발도 하기 전 난관에 부딪혔다. 우선 지역별로 국도유지사무소, 지역별 관청, 현지의 지인들에게 현지 상황에 대해 확인전화를 했다. 여행지에 도착해 낭패를 보면 안 되니까.

▲ 주천장 뻥튀기 기계

지난 2월 11일 아침 고등학교 후배와 만나 주천으로 향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마침, 주천장이 열리는 날이다. 계속되는 경기침체 여파일까? 오가는 사람도 별로 없고 썰렁하다. 둘러보니 대형 뻥튀기 기계를 탑재한 1t 트럭이 눈에 들어온다. 가까이 다가서는데, 호루라기 소리가 들려온다. 이건 필시 귀를 막으라는 소리일거다. 아니나 다를까 ‘뻥’소리와 함께 하얀 김과 강냉이(옥수수 사투리)가 사방으로 날린다. 어릴 적 어머니를 졸라 뻥튀기를 하러가 흩어진 강냉이를 주워 먹던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 그 옆자리에는 약재장사가 있는데, 양파자루에 녹색가지들이 보인다. 800m이상 고지대에서 다른 나뭇가지에 기생해 겨울을 나는 ‘겨우살이’다.

▲ 감자옹심이

시계를 보니 어느덧 점심시간이다. 이전에 들렀던 <주천묵집>으로 향했다. 구수한 메밀묵과 깔끔하고 담백한 도토리묵이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있어서이다. 이번엔 묵밥(여름엔 시원하게, 겨울엔 따듯한 국물로 나온다), 감자옹심이(감자의 전분이 주재료로 쫄깃하며 칼칼한 맛이 일품), 산초두부(산초열매의 기름으로 지져 나오는 두부, 산초향이 그 풍미를 더한다)등을 주문했다. 강원도 음식 맛을 처음 대하는 동행한 후배의 감탄이 쏟아졌다. 식사가격은 묵밥이 6천원, 묵비빔밥이 7천원, 감자옹심이는 7천원, 산초두부는 1만원이다.

▲ 한반도지형 선암마을

점심을 마치고 향한 곳은 한반도 지형이 있는 선암마을이다. 강이 굽이돌아 생긴 지형인데, 그 모습이 한반도 지형과 흡사해 생긴 지명이다. 사진을 몇 장 찍고 고씨굴로 향한다. 4억 년의 신비를 들여다 볼 수 있는 고씨굴은 임진왜란 당시 고씨 가족이 피난했던 곳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예전에는 나룻배를 타고 폭 130m인 남한강을 건너 입구에 이르렀으나, 지금은 동굴 입구까지 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고씨굴은 전형적인 석회동굴이며, 1966년 일반에 알려지게 되었고, 1969년 6월 4일에 천연기념물 제219호로 지정되었으며, 1974년 5월 15일에 일반인들에게 공개되었다.

▲ 고씨굴

이번 여정에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장릉이다. 영월 시내 중심부에 있는 장릉은 조선 6대 왕인 단종(재위 1452∼1455)이 잠든 곳이다. 아버지 문종이 재위 2년 만에 승하하자 12세의 어린 나이로 왕위에 오르지만 숙부인 수양대군에게 3년 만에 왕위를 빼앗기고 죽임을 당한 단종, 질곡 많은 어린 임금과의 인연으로 오랫동안 왕과 함께 울었던 영월 땅은 그의 생애 끝에서도 넓고 따뜻한 품을 내어주고 영원한 휴식을 선사했다.

▲ 장릉

장릉을 나와 저녁을 먹으러 들른 곳은 보리밥집이다. 배고픈 옛 시절 서민들의 배고픔을 달래주던 보리밥은 혀끝에 감도는 까칠까칠 하면서도 구수한 맛이 일품으로 최고의 웰빙 영양식이다. 고슬고슬하게 지은 보리밥에 10여 가지 푸짐한 산나물을 넣고 구수한 된장찌개를 곁들여 먹는 맛이 별미다. 주말에는 전국 각지의 관광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루는 집이다. 평일이지만 ‘혹시’하는 마음으로 출발 전에 미리 예약을 해두었다. 보리밥만 먹기엔 부족한 듯 하여 감자전과 메밀전을 곁들이니 제법 푸짐하다. 보리밥정식은 대략 7천 원 선이고 메밀전과 감자전은 3천 원 선이니 큰 부담은 없을 듯하다.

저녁을 마치고 숙소로 향했다. 삼옥리에 위치한 ‘동강시스타 리조트’이다. 골프장리조트로 영월군내에서는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리조트이다. 숙소를 배정받고 마트에 들러 맥주 몇 병을 챙겼다. 짐을 풀고 맥주를 마시며 오늘 들렀던 곳과 먹거리에 대해 얘길 나누다 보니 시간이 금방 간다. 소박하면서도 담백한 영월에서의 일정을 행복한 잠자리로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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