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매력적 메타 에세이《더스크랩》

   
 

【투데이신문 김지현 기자】도서출판 비채에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더 스크랩》을 새롭게 단장해 선보인다. 

원문을 충실하게 반영한 새 번역에 제목과 꼭 닮은 커버재킷을 입은, 더욱 알찬 구성이다.

사진 삽화와 앙상블을 이뤘던 원서의 분위기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기존 한국어판에 없던 40여 컷의 일러스트도 담겼다.

구성은 크게 세 장으로 나뉜다. 처음 장은 <에스콰이어>, <롤링스톤>, <라이프>, <뉴욕타임스> 등 유명 신문과 잡지에서 흥미로운 기사를 스크랩해 쓴 81편의 ‘스크랩’ 에피소드이며, 개장을 앞두고 있던 ‘도쿄 디즈니랜드 방문기’와 1984년 LA 올림픽 시즌에 쓴 ‘올림픽과 관계없는 올림픽 일기’ 순으로 이어진다.

특히 두 번째 장에서는 도쿄 디즈니랜드 방문에 동행한 안자이 미즈마루 씨의 일러스트를 함께 수록해 오랜 콤비인 무라카미 하루키와 안자이 미즈마루가 빚어낸 글과 그림의 하모니도 흠뻑 느낄 수 있다.

《더 스크랩》은 1982년 봄부터 1986년 2월까지 격주간지 <스포츠 그래픽 넘버>에 연재한 글들을 모아 엮은 책이다. 지금은 환갑이 훌쩍 넘은 작가의 35살이던 시절이고, 작품으로 보면 장편소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를 발표한 즈음이다.

책에서 엿볼 수 있듯이 마이클 잭슨이 전 세계 뮤직차트를 석권하고, 파랑 펩시와 빨강 코카콜라가 열띤 경쟁을 펼치며, 로키와 코만도가 테스토스테론을 마구 뿜어내던 ‘로망’ 가득한 시절이다.

작가를 닮은 심플하고도 유쾌한 문체, 그 특유의 리듬감에 실린 1980년대가 이제 한국 독자에게 응답할  차례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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