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혁신에 관한 대통령 담화문

박근혜 대통령이 집권 2년차인 ‘14년 2월 25일 담화문을 통해 "경제 체질을 바꾸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며 한국경제구조 개혁을 위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3년 뒤면 생산 가능 인구가 감소하고, 잠재성장률은 3.4%까지 떨어진다. 박대통령의 임기도 만료된다.

지금 한국 경제의 고질병을 고쳐야 한다. 우리 경제가 장기간 지속된 저성장 흐름의 고착화를 막고 경제 대도약(Quantum Jump)을 이루려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조해야하며, 이를 위한 풍토조성을 위해 경제 전 분야를 혁신해야한다.
정부는 경제혁신을 위해 ‘기초가 튼튼한 경제’ ‘역동적인 혁신경제’ ‘내수·수출 균형경제’를 3대 추진전략으로 제시했다.

정부는 공공부문 개혁과 창조경제 구현 등 9대 핵심 과제와 통일시대 준비 과제(9+1)를 착실히 추진해 2017년에는 잠재성장률 4%대 진입, 고용률 70% 달성,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를 열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창조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민간의 창의성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이 선결과제라고 인식하고 있다. 내수와 수출의 균형을 맞추려면 국민 주머니에 돈이 있어야 한다. 돈 벌려면 일해야 하는데 일자리가 없다. 2017년부터는 생산가능인구도 줄어든다. 내수 활성화를 위해서는 청년과 여성의 일자리 창출이 필수적이다. 정부는 총 7600억 원 규모의 청년창업·엔젤투자펀드를 조성하고, 기업 활동을 가로막는 각종 규제를 폐지해 투자를 활성화하며, 4조원의 재정을 투입해 ‘창업-성장-회수-재도전’의 선순환 구조를 강화하여 창업을 활성화하려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정부가 추구하는 성과는 단순히 경제지표의 변화가 아니라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삶의 변화”라며 “3개년 계획의 키워드는 ‘성과’와 ‘체감’”임을 강조했다.

 

구조개혁의 핵심과제

정부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 25개 세부 과제 가운데 5개가 공공 부문 개혁이다. 공기업 부채비율을 2017년까지 200%로 낮추고 경영 비밀 이외에는 주요 경영 사항을 공시하여 투명경영을 추구한다. 정부와 공기업의 회계를 분리해 빚이 불어나는 책임 소재를 분명히 가린다. 박대통령은 담화문을 발표하면서 "공공 부문은 비정상적인 관행과 낮은 생산성이 오랫동안 고착됐다"며 "이런 관행과 비리가 국민경제의 발목을 더 이상 잡아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경제민주화에 대해 박 대통령은 "시장이 공정하지 못하고 경제적 강자가 과실을 독차지한다면 시장에서 누가 열심히 일하고 창의력을 발휘하겠느냐"며 원칙이 바로 선 시장경제에서의 공정한 경쟁을 재차 강조했다. 그동안 야당과 좌파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경제 민주화를 포기하고 경기 부양에만 몰두 한다"고 비판했었다.

정부는 불공정한 하도급 행위에 대한 신고 포상금 제도를 강화하는 입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경제적 약자인 상가 세입자를 위한 별도의 권리금 보호 장치도 마련할 계획이다.

박 대통령은 "규제 개혁의 과정 하나하나를 제가 규제 장관회의를 통해 직접 챙겨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규제를 새로 만들거나 강화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그만큼의 기존 규제를 폐지하거나 완화하는 규제총량제의 도입과 존속 기한이 끝나는 즉시 자동으로 효력을 상실하는 규제자동효력상실제의 도입 방침도 밝혔다.

그동안 정부는 크고 작은 규제 개선 대책을 내놨지만 체감 환경이 나아지지 않았다는 여론의 비판이 그치지 않았다. 공무원이 고객인 국민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면 체감 규제환경은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경제 전문가들의 평가

국민일보가 학계와 민간·국책 경제 연구소의 전문가 10명에게 물어보니,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은 기본적인 방향은 비교적 잘 잡았지만, 구체적 실행 계획과 실현 가능성은 부족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3% 중반에 머무르는 잠재성장률을 기업투자 확대와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 제고, 창조경제로 끌어올린다면 4%로 상향조정이 가능하다”며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오정근 고려대 경제학부 교수는 “규제개혁만 되면 달성이 가능하다”며 “관건은 규제의 이득을 보고 있는 공무원과 노조 등 이해 집단의 반발을 돌파해 규제개혁이 가능하냐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제조업 중심의 기존 성장 전략을 서비스업, 정보기술(IT) 분야로 바꾸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여전히 정부 주도로 특정 산업을 키운다는 점은 과거와 같다”며 “정부가 자꾸 시장에 끼어들면 기업이 경영 방침을 정부 입맛에 맞춰야 하고, 정부가 시장과 동떨어진 요구를 할 가능성도 크다”고 우려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제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꿔 성장잠재력을 키우고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겠다는 방향은 바람직하다”면서 “제시된 전략과 과제만으로는 경제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기에 다소 미흡하다”고 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4만 달러 시대를 지향한다는 용어는 너무 정치적인 수사”라며 “4만 달러가 현재 선진국 진입의 기준이란 측면에서 이해는 되지만 3개년 계획이면 3년 후 수치를 제시해야 한다. 2017년 3만4000달러도 거의 불가능한 수치”라고 했다.

김진성 우리금융연구소 거시분석실장은 “노동투입 확대, 투자 확대, 생산성 향상 등 성장전략은 바람직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추진돼야 할 것으로 3년 내에 가시적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한시적 목표로서 국민소득 및 잠재성장률 제고를 제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경제는 지표의 문제가 아니라, 생활의 문제이다. 교육, 콘텐츠 등 서비스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종사자의 전문성을 키우고, 위상을 높여주어야 한다.

해외 경제전문가들의 평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교육 및 의료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서비스산업발전을 저해하던 규제를 개혁하는 것이 핵심이 될 것이라며, 외국경제전문가들의 평가를 전했다.

바클레이스의 와이 호 레옹은 "한국이 2017년까지 잠재성장률을 4%대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은 '실현 가능한'(realistic) 목표"라면서 "한국 경제 정책의 방점이 재정·화폐 등 단기 성장 수단에서 구조 개혁으로 확실하게 바뀐 것으로 분석된다." 며 "박 대통령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초점은 서비스 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조치이기에 이를 실행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HSBC의 로널드 맨(Ronald Man)은 "우리가 추정하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3.4% 정도"라면서 "한국 정부가 내수의 균형을 맞추겠다고 했지만 박 대통령 임기 중에는 수출 주도형 경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세계 경제 회복에서 자리를 잘 잡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한국이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마무리하는 게 중요한 이정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비스 시장 개방과 경쟁력 향상 여부는 3개년 계획의 실천여부에 달려 있다며 박 대통령의 의지와 최근 아시아의 정세를 감안할 때 달성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호주 ANZ은행의 레이먼드 융은 "수출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줄이고 내수를 확대하는 것이 순탄한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며 "박 대통령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 효율적으로 추진되면 한국의 성장 전망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웨이 호 렁(Wai Ho Leong) 바클레이즈 이코노미스트의 말을 인용해 "한국경제가 필요한 것은 성장촉진을 위한 대담한 구조개혁"이라며 "이번에 발표된 명확한 투자활성화전략은 적절했다"며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 성공적으로 실행되면 청년들은 교육, 의료, 금융, 관광 및 콘텐츠산업 등 선호되는 서비스분야에서 더 많은 일자리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레이몬드 영(Raymond Yeung) ANZ 이코노미스트도 "3개년 계획이 효과적으로 실행되면 성장률이 ANZ 전망치로 상향조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웨이 호 렁(Wai Ho Leong) 바클레이즈 이코노미스트는 "3개년 계획의 핵심은 서비스산업 활성화와에 달려 있고 이를 통해 2017년까지 4%대의 경제성장률 달성목표를 실현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인 '아베 노믹스'가 닮았다는 평가도 있었다.

ING의 팀 콘돈은 "한국과 일본의 지도자들 모두가 기존의 정책을 지속할 수 없고 저성장에서 탈출하려면 개혁이 필요한 중요한 시점에 도달했다“며 ”자신들의 경제 정책을 설명했다는 점이 매우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양국의 경제정책은 모두고령화, 저 생산성 등 불안한 미래에 대처하기 위한 필사적인 시도이며, 내수를 늘려 수출 의존도를 줄이고 규제 철폐를 통해 경제를 활성화하면서 여성 인력을 활용해 인구 문제에 대처한다는 점이 닮았지만, 자유 무역 등 주요 분야의 개혁과 실행력 측면에서는 한국이 앞선다는 평가다.

바클레이스의 와이 호 레옹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 더 포괄적이고 실행력이 있어 보인다"며 "구조 개혁에 중요한 정치적 의지가 있고 잠재성장률, 1인당 국민소득, 고용률 등 달성하려는 목표가 더 명확하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창업 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 확대, 젊은 층과 여성 고용에 대한 혜택 등 민간에 맡겨야 할 벤처 자금 조달과 고용에 정부가 개입하려는 성향이 여전히 남아 있는 등 칭찬받지 못할 내용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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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 오익재(ukclab@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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