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태백-정동진-주문진-속초를 잇는 겨울끝자락

   
▲ 차창 밖 동해안

 아침 5:30분에 일어나 창문을 여니 강원도라 그런지 아침공기가 선뜻하다. 샤워를 마치고 조식을 먹으러 리조트 구내식당으로 향했다. 빵, 볶음밥, 죽, 샐러드, 소시지, 스크램블, 과일 등이 갖춰진 뷔페식이다. 영월의 명물 올갱이 해장국을 먹기 위해 리조트에서의 조식은 먹는 둥 마는 둥 맛보기에 그쳤다.

   
▲ 영월 올갱이 해장국

영월역 부근으로 향했다. 예전부터 영월부근 강에는 비가오거나 흐린 날 한소쿠리를 금방 채울 정도로 민물다슬기가 많이 서식해있다. 잡아온 다슬기를 물에 담가 하루정도 해감을 하고 별다른 재료 없이 된장을 풀고 끓여내면 한 끼 식사로 그만이다. 전에는 올갱이해장국집이 없었는데 영월이 관광도시로 각광을 받으면서 생긴 듯하다. 영월역 부근은 여러 해장국집들이 성업 중에 있다. 올갱이 해장국은 7,000원 선.

식사를 마치고 향한 곳은 태백에 위치한 석탄박물관이다. 50~60년대 당시, 석탄은 우리나라의 유일한 부존 에너지 자원으로서 생활연료 공급과 기간산업의 중추적인 역할로 국가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해 왔으나 물질문명의 발달과 청정에너지 사용 증대로 그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 태백 석탄박물관

태백 석탄박물관은 석탄산업 변천사와 석탄의 역사적 사실들을 한곳에 모아 귀중한 사료가 되도록 하고, 열악한 작업환경 속에서도 산업역군으로서 석탄생산에 종사한 광산근로자들의 업적을 후세들에게 알리고 석탄산업 전반에 대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학습장으로 활용하여 석탄에 대한 기억을 되새기고자 건립된 곳이다. 박물관에는 각종 광물 및 화석, 석탄산업 전성기의 각종 기록사진들이 전시되어 있다.

탄광지역이 고향인 필자는 이곳에서 과거의 추억을 아련하게 떠올렸다. 출근할 때 하얗던 얼굴들이 일을 마치고 갱도를 나올 때 눈하고 치아만 빼면 온통 검은색 일색이었던 기억들을....

   
▲ 정동진역

태백에서는 정동진은 기차로 넘어갈 예정이라 점심 식사를 조금 앞당겨 하기로 했다. 이번에 들른 곳은 태백시 소도동에 위치한 “대농가든(031-552-3905)”이다. 엄나무, 대추, 당귀 등의 한약재로 만든 육수에 미리 손질하고 한번 데쳐서 기름기를 쏙 뺀 오리를 넣어 끓인 한방오리백숙이 이 식당의 주메뉴이다. 육수 맛이 일품이다. 오리 한방백숙은 4인 기준 45,000. 옻닭은 50,000원으로 죽까지 주어 양은 충분하다. 곁들여서 나오는 제철 반찬들도 이집의 자랑거리다. 인공조미료 대신 천연조미료로만 맛을 내 맛이 깊고 담백하고 깔끔하다.

식사를 마치고 태백역에 도착해 12:50분 출발 정동진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태백을 조금 벗어나니 온통 눈천지이다. 마치 얼마 전에 상영되었던 “설국열차”를 탄 느낌이다. 동해시에 다가오니 열차에 탑승한 승객들이 셔터 누르느라 손이 바빠진다. 해안가는 며칠간 내린 눈으로 하얗고 바다는 잉크를 뿌려 놓은 듯 선명한 코발트색이기에 그 대비가 극명하다.

   
▲ 정동진역 플랫폼

1시간 30분을 달려 정동진역에 도착했다. 드라마 “모래시계”로 유명한 정동진 해변은 사진 찍기에 그만이다. 멀리보이는 여객선 모양의 썬크루즈 호텔을 배경으로 찍으면 환상적이다. 정동진을 뒤로 하고 들른 곳은 커피박물관이다. 여기서는 커피의 역사와 종류, 그리고 로스팅 체험을 해볼 수 있다. 로스팅 체험은 1인 만원이며 체험시간은 45분~1시간이 소요된다.

   
▲ 주문진 수산시장

로스팅 체험을 마치고 저녁식사를 하기 전에 들른 곳은 주문진 수산시장이다. 각종 생선과 건어물 등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 건어물 몇 가지를 골라 집으로 택배를 보냈다. 이번 여정의 마지막은 양양과 속초사이에 위치한 물치항에서 보냈다. 이곳 회센터는 어촌계에서 운영하는 곳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싱싱한 회를 맛볼 수 있다. 마침 동행한 후배의 친구가 이곳에서 횟집을 한다기에 후배의 친구도 방문할 겸 들른 곳이다. 계속되는 폭설과 풍랑으로 배를 못 띄었다기에 횟감종류는 많지 않았으나 푸짐한 인정은 느낄 수 있었다. 이곳 회센터의 특징은 회는 가격에 맞춰 맛볼 수 있지만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스끼다시’는 없다. 만약 회 이외의 것을 기대하는 분에게는 식당으로 적절치 않다.

저녁을 마치고 숙소로 향하는데, 쉴 새 없이 내리는 눈으로 길가는 제설차 등으로 분주하다. 숙소는 간성에 위치한 썬밸리 리조트로 정했다. 골프장리조트로 유명하며 지은 지 좀 되었지만 넓고 쾌적하다. 오늘 찍었던 사진과 일정의 정리하며 하루를 마감해 본다. 내일은 눈이 좀 그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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