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영화배우 류현경

   
 
일제강점기 위안부소집을 피해 시집을 갔던 14살 소녀
남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듣는 신병 앓던 아이 ‘넘세’
 
모진 운명을 피하지 않고 신내림을 받은 새만신, ‘금화’
한국전쟁 동안 수차례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산 자와 죽은 자를 위로하는 ‘새만신’
 
모두가 잘살자고 새마을운동을 펼치지만 갈 곳을 잃고 핍박받던 우리 문화 ‘만신’과 ‘굿’
힘든 상황을 이겨내고 결국 대한민국 ‘나라만신’으로 거듭나다
 
신은 ‘빛’으로 ‘바람’으로 오는거야!
 
무당을 높여 부르는 말, ‘만신’
1970년대 새마을운동 당시 미신타파운동으로 배척받았던 무당과 굿
우리가 미신이라고 터부시했던 그것은 우리의 전통문화이면서 한편 전통예술‘극’이다
 
【투데이신문 김두희 기자】6일 개봉한 영화 ‘만신’은 나라만신인 김금화 만신의 자서전 『비단꽃 넘세』를 바탕으로 제작한 한국 현대사와 치유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판타지 영화다. 영화를 만든 박찬경 감독이 김금화 만신을 4년 동안의 행적을 쫓으며 제작했던 다큐멘터리를 비롯한 관련 영상으로 내용을 구성했고, 김새론, 류현경, 문소리라는 연기력으로는 누구나 엄지손가락을 치켜 들 3명이 모여 3인 1역을 연기해 내용면으로도 영상면으로도 철저한 짜임새를 가진 영화가 만들어졌다.
 
이번 영화에서 무당이 되는 운명을 피하지 않고 신내림을 받은 17살의 ‘금화’ 역을 맡은 배우 류현경. 그는 데뷔작인 설특집 드라마 ‘곰탕’부터 드라마 ‘일단 뛰어’, ‘떼루아’등에 출연했다. 또 영화 ‘신기전’, ‘방자전’, ‘쩨쩨한 로맨스’, ‘전국노래자랑’ 등 상업영화와 대중에게 생소한 ‘스마일 버스’, ‘슬로우푸드, 패스트푸드’같은 독립영화까지도 출연했다.
 
또 동성애부부로 화제를 모았던 김조광수 감독의 영화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에서 레즈비언 역할을 소화했고 ‘날강도’라는 영화에서 연출자로 나서기도 했다. 다방면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보여준 류현경은 대중에게 ‘다양한 매력을 가진 배우’로 각인됐다.
 
이처럼 화려한 필모그래피를 자랑하는 서른 둘의 여배우가 이번엔 열일곱 무당으로 분했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틀에 박힌 연기나 역할이 아닌 작품마다 전작과 다른 새롭고 다양한 모습으로 관객들을 만나는 류현경은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배우 중 한명이다.  
 
배우 류현경을 만난 지난달 28일은 며칠 동안 사람들을 괴롭히던 미세먼지가 약간 걷힌 날이었다. 완전히 맑아진 하늘이 아니라 어느 정도 뿌연 감은 있었지만 그래도 춥지는 않은 날씨 속에서 사당동의 한 예술영화관에서 그를 만났다.
 
인터뷰가 시작되기 전에 다소 추웠던지 노란색 패딩 점퍼를 입고 있던 배우 류현경은 <투데이신문>과의 약속 전 다른 매체와의 계속된 인터뷰로 조금은 지친 기색이었다. 하지만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연기와 영화 이야기를 하던 그는 크고 동그란 눈동자를 빛내며 성실하게 답변을 해줬다. 미세먼지가 가득하게 덮인 사당동 중에서 그와 내가 인터뷰하는 곳만 청량한 공기로 감싼 느낌이었다고 하면 어떤 분위기였는지 설명이 될까.
 
동그란 눈망울을 가진 배우 류현경과 예술영화관 한편에서 인터뷰를 시작했다.
 
Q.류현경이라는 배우가 처음 연기를 시작한 것은 1996년 설특집 드라마 ‘곰탕’으로 알고 있다. 연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설명한다면.
 
-연기를 시작한 계기에 대해서 말하면 말할수록 좀 부끄러운데… 어렸을 때 ‘서태지와 아이들’을 정말 좋아했어요. 그런데 ‘서태지와 아이들’이 한 연예프로그램에서 하여가 컴백스페셜을 했는데 거기서 배우 이재은씨와 뮤직드라마로 연기한 코너가 있었거든요. 그걸 보고 이재은씨가 아역배우 시절에 저렇게 서태지씨와 연기를 하니까 신기하기도 했고, ‘저거 하면 서태지를 만날 수 있나?’하고 생각을 막연하게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재은씨가 어떤 연기학원 광고를 해서 나도 한 번 가보고 싶다고 엄마께 나 저기 한 번 가 봐도 되겠냐고 했더니 엄마께서 ‘그래, 그럼 가봐’라고 하셔서 오디션을 보고 학원을 다니게 된 거죠. 학원에 또래들도 있었고, 무대에서 독백을 하기도 하고 카메라테스트도 했어요. 그런데 이게 정말 재미있는 거예요. 그래서 그때부터 연기를 하게 됐어요. 참 어린 마음에 시작하게 된 건데, 현장이 재미있어서 애정을 갖게 됐고요.
 
Q.처음에 연기했을 때는 어떤 생각이나 마음을 가지고 연기했나?
 
-그때는 어렸어요. 그래서 별 생각 없이 연기하지 않았나 싶어요. 그래서 지금 생각하면 후회가 되죠. 만약 제가 그때 오히려 연기적으로 고민을 하고 또 드라마나 영화에 대해서 나만의 명확한 생각이 있었으면 더 좋았을 걸… 요즘 나오는 친구들은 그렇게 성숙하게 생각하고 고민하면서 연기하니까 여러 기회가 주어진다고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그때 저도 그런 진지한 생각을 하고 연기했으면 하는 후회가 좀 있어요.
 
Q. 지금까지 쌓은 필모그래피가 상당하다. 특히 드라마보다 영화에 집중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유가 있을까.
 
-딱히 영화에 집중하는 건 아닌데 영화 쪽에서 많이 들어오네요(웃음). 제가 어느 순간 어느 지점 이후에는 다방면의 연기를 모두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그래서 연기를 끊임없이 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고요. 감독님들이 원하시는 이런 저런 연기에 제가 쓰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면서요. 영화 뿐만 아니라 드라마도 많이 하고 싶어요. 
 
   
 
Q. 배우 류현경이 영화를 선택하는 기준은? 예를 들자면 어떤 배우들은 저 역할은 내가 꼭 하고 싶다고 욕심이 났다거나 출연하면 성공하겠다는 촉이 왔다거나 하지 않은가.
 
-전 배우이고 언제까지나 감독님들에게 선택을 당하는 입장이라고 생각해요. 감독님들께서 이 배역에는 류현경이 어울리고 적격이다 싶어서 역할을 주시면요, 전 그 역할을 잘 해내고 싶고 재미있고 즐겁게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감독님들이 주신 시나리오를 보면서 이거 내가 꼭 해야겠다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하는 것 같아요.
 
Q.김기덕 감독이 파격적인 소재로 영화를 찍는 편인데 만약에 김기덕 감독이 엄청 파격적인 영화를 찍자고 제안했는데 그걸 찍으면 국내 뿐 아니라 해외 영화제 수상도 따 놓은 당상이라면?
 
-작품의 시나리오가 어떠냐에 따라 다르겠죠? 만약에 감독님이 이건 류현경 밖에 소화할 수 있는 배우가 없다고 하면 전 연기자니까 파격적인 정도와 상관없이 전 할 거예요.
 
Q.상업영화, 독립영화를 넘나들면서 다양하게 작품을 한다. 그런데 대중들은 독립영화에 많이 나오는, 혹은 독립영화에 어울리는 배우라고 생각하는 것 같더라.
 
-딱히 독립영화만 많이 찍거나 그런 건 아닌데요, 어찌됐건 제일 어려운 문제에요. 영화의 예산이 적든 많든, 독립영화든 상업영화든 전 구분을 두지 않거든요. 항상 감독님과 시나리오만 두고 판단하고요. 사실 영화를 만들어간다는 건 스탭이나 감독이나 배우나 다 같은 마음이잖아요. 자기가 하고 싶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요. 시나리오가 들어오면 (상업영화, 독립영화)경계를 두지 않고 영화 자체로만 봐요. 저는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경계 없이 활동해야 배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Q.영화 ‘만신’의 경우에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도 마찬가지로 시나리오만 보고 선택한 건가?
 
-이건 좀 색다른 게 이 영화는 다큐와 드라마를 혼합한 장르잖아요. 감독님이 4년 동안 김금화 선생님을 쫓아다니면서 찍은 기록이 있어요. 그걸 보고 이렇게 정성스럽게 굿이나 무당이라는 것에 대해 사려 깊게 들여다보는 그게… 그게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그래서 감독님이 17살의 김금화 만신이 신내림을 받는 부분을 촬영하겠다고 했을 때요, 굉장히 흥미롭고 하고 싶다고 생각했거든요. 딱 그 부분만 잘라놓고 보자면 신내림굿이라는 게 하나의 극이에요. 이 영화는 무엇보다 하고 싶다는 열망이 커서 하게 됐죠. 처음 찍었던 장면 그 이후에 나오는 장면들은 1년 후에 또 찍은 거예요. 영화를 찍는 그 사이동안 시간이 꽤 길었어요. 2011년부터 쭉 찍어왔던 거죠. 하고 싶다는 마음도 들고 잘 해야겠다고 생각이 들어서 끝까지 참여를 했어요.
 
Q.요즘 현대인들한테는 무당이나 굿이 멀게 느껴지고 무섭게 느껴지기도 하고 생소하기도 하고 미신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류현경씨는 어떻게 생각하나?
 
-사실은 원래 굿이라는 것에 대해 좀 잘 알고 있었어요. 예전에 어릴 때 드라마 찍을 때 실제 굿하는 것도 많이 봤고요, 케이블 방송 중에 엑소시스트라는 프로그램을 좋아하거든요. 보면서 힘든 사람들의 마음의 병을 고쳐주는 의사 이상의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래서 생소한 느낌이 없었나 봐요. 오히려 영화를 찍다보니까 김금화 선생님을 이해하게 되고 서럽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어요. 그리고 영화가 만들어진 것을 보니까 우리가 미신이라고 치부했던 그런 것들이 전통문화이면서 한편으로는 예술극이라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우리가 우리의 것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되겠다 싶기도 하고요. 우리는 우리 것을 너무 쉽게 버리는 경향이 있고 그것을 옛날 것, 미신으로 치부해버리는데 저는 전통성 있는 문화를 많은 사람들이 알아서 축제로 즐겨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굿판’이라는 한 편의 드라마를 축제로 즐겨줬으면 좋겠다는 거죠.
 
Q.공포영화를 촬영할 때 배우들이 실제로 귀신을 보기도 했다고 말한다. 이 영화는 굿이나 무당을 소재로 한 영화인만큼 작품을 찍으면서 상황이 낯설게 느껴졌다거나 무서웠다거나 하는 상황은 없었나? 영화를 본 사람들은 류현경씨의 내림굿 장면에서 진짜 신이 온 건 아니냐는 반응이다.
 
-그 분이 오실 줄 알았는데… 안 오셨어요(웃음). 김금화 선생님이나 제자분들처럼 신내림을 받으면 몸놀림과 소리가 나올 수 있는데 저처럼 신내림이 없는 상태에서는 체력적으로 집중력있게 온 힘을 다해서 정말 열심히 해야 했어요. 사실 그러다보면 그 분이 오시지 않을까 했는데 역시 안 오시더라(웃음)
 
만약에 신내림을 받았으면 정말 몸을 써도 안 힘들었을 것 같아요. 굿이라는 게 과학적으로 증명되지는 않았지만 신내림을 받으시고 굿을 하는 모습을 보면요, 신이 안 오시면 몇 시간에 걸쳐서 저렇게 하나의 굿을 완성하는 게 너무 어렵고 저렇게까지는 할 수 없거든요. 
 
   
 
Q.아무래도 제일 힘든 장면이었을 것 같은데.
 
-네, 아무래도 체력적으로 소모가 많이 된 장면이었죠. 영화를 보시면 알겠지만 나무로 된 것을 들고 흔들면서 몇 시간 동안을 뛰어다니는 장면이… 정말 힘들었어요. 어떻게 보면 그 때 신이 오셨을지도 모르겠어요. 촬영이 끝나고 나서 팔이 아예 못 쓰는 지경에 이르렀는데 찍을 때는 괜찮았거든요. 설마 오신건가?(웃음) 끝나고 나니까 진짜 정말 힘들었어요.
 
음, 체력적인 부분 말고 제일 힘들었던 건 병굿이라고 사람을 고치려고 하는 굿을 찍었을 때인데요. 그 장면은 상대방에게 말을 하면서 하는 건데 대사 분량도 너무 많은데다가 속사포 랩같이 빠른 리듬의 소리인지 말인지 노래인지 모를 그런 것을 해내야했어요. 복합적으로 해야 될 게 너무 많아서 그 때가 제일 힘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유달리 NG도 많이 났고요. 그 장면을 찍고 나서 며칠 동안 후유증이 심했어요.
 
그 장면, 사실 제 스스로는 아쉬운 부분인데 잘 못 느끼시겠지만 저만 아는 아쉬운 점이랄까? 찍을 때 좀 더 빨리 했었어야 하는데 더 빨리 말하고, 더 빨리 좀 했었어야 됐는데, 그런 아쉬움이요. 김금화 선생님이나 제자분들은 잘했다고 하셨지만 저는 제가 그분들과 명확하게 똑같지가 않아서 아쉬웠어요.
 
Q.영화 속에서 추천할 만한 장면을 말한다면.
 
영화 중간에 제가 6·25전쟁에서 혼자 봇짐을 짊어지고 혼자 밤늦게 야산에서 걸어가는 장면이 있어요. 그 장면을 찍을 때 뒷모습만 나오는데 노래를 부르면서 가요. 그게 6·25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한 많은 넋을 달래는 노래를 부르는 장면인데요. 그 노래도 배워서 부르는데 정말 어려운 가락이었어요. 제가 걸어가면서 노래를 막 부르는데 부르면서 정말 너무 쓸쓸하고 슬펐어요. 울컥하기도 하고요. 뒷모습만 나와서 좀 아쉽네요.
 
Q.모든 노래나 굿은 다 배운 건데 특별히 김금화 만신이나 제자분들이 촬영할 때 상황에 대한 포인트같이 따로 알려주신 건 없나.
 
-그 선생님들은 어떤 굉장히 신들, 돌아가신 영혼들, 살아있지만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로하시는 분들이잖아요. 굿을 할 때 마음가짐 같은 것에 대해서는 아마 그들을 위로하는 마음가짐일 거라고 봐요. 저에게 직접적으로 그들을 위로하는 마음이다, 라는 말씀을 하신 적은 없지만요. 신을 모시는 분들은 큰 얘기를 하시거나 왈가왈부하시지 않더라고요. 그냥 응원해주시고 그렇지만 제가 여쭤보면 구체적으로 설명은 잘 해주시고 그랬어요. 그런 부분이 큰 힘이 된 것 같아요.
 
굿이라는 게 다 각각 성격이 있잖아요. 신내림굿이라는 건 무당이 될 때 처음 받는 거고 그 다음 과정을 위한 순서고요. 그 순서가 있는데 순서에 대해 설명해주시고 실제로도 이번에 처음 신내림을 받는 사람을 봤어요. 그 분도 저한테 다 알려주시고 가락이나 소리도 녹음해서 알려주시면서 잘 지도해주고 칭찬까지 해주셔서 정말 좋았어요.
 
Q.연예인과 무당은 팔자가 비슷하다는 말이 있다. 실제로 공통점을 느낀 적 있나.
 
-제가 어렸을 때도 그런 말을 많이 듣고 영화 찍기에도 많이 들었는데 뭐가 비슷하다는 건지 잘 몰랐었어요. 하나의 극, 굿을 완성하는 게 비슷하다는 건가? 싶었는데 제가 영화에서 ‘사람들의 몸의 병, 마음의 병 고쳐주는 큰 무당이 되겠시다’라는 대사를 해요. 그 대사를 하는 순간 배우들이 어쩌면 그런 사람이겠다, 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배우라는 게 마음의 병, 몸의 병 고쳐주는 사람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을 뱉자마자 소름이 정말 쫙 돋았어요. 그리고 내가 배우니까, 그런 사람일지도 모르니 좀 더 책임감을 갖고 좀 더 마음을 다해서 연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번 영화는 남다르게 연기했던 것 같아요.
 
   
 
Q.출연이 많이 겹치는 건 아니지만 김새론이나 문소리 등 모두 연기력으로 빠지지 않는 배우들이다. 여배우들끼리 에피소드 같은 것은 없었나.
 
-사실은 제 분량이 내림굿 받는 장면을 찍고, 또 1년 후에 병굿을 찍고, 그 이후에 또 뭘 찍고 난 후에 문소리 선배님과 김새론양이 캐스팅이 됐어요. 캐스팅됐다는 걸 듣고 되게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 마지막 장면이 건립하는 장면인데 거기서 한 번 뵙고 영화가 다 완성된 후 영화 속에서 봤거든요. 그래서 너무 뭐랄까, 묘했어요. 보통은 같이 영화를 찍으면 처음부터 같이 하잖아요? 완성된 영화를 봤는데 김금화 선생님 뿐 아니라 새론이도 존재감이 너무 빛나서 힘이 대단하다 싶고 문소리 선배님은 연기를 정말 너무 잘하셨어요. 저는 역할이 젊을 때니까 어찌 보면 유연하지 못한 무당이었다면 문소리 선배님은 굉장히 유연하고 능수능란하게 연기를 하시는데 정말 멋있었어요. 영화를 보고 정말 깜짝 놀랄 정도였으니까요. 같이 촬영했던 영화가 아니라서 에피소드가 따로 없는 게 참 아쉽네요. 나중에 언젠가 어떤 작품을 한다면 같이 문소리 선배님과 저는 언니 동생, 새론이는 조카. 이런 식으로 하면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한 적은 있어요.
 
Q.2013년에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했는데 당시 솔직한 모습으로 화제가 됐고 인기도 얻었다. 제 주변 남성분들은 거기서 류현경씨 팬이 됐다더라. 당시 예능프로그램 고정멤버들이 한 말 중에 ‘클럽에서 춤을 추는데 다른 사람들과 남다르게 류현경씨는 힙합 춤을 춘다’던데 정말 힙합 춤을 추는 건가. 무엇보다 이제 클럽에 다니는 게 힘들지 않나.
 
-아마 지금 너무 힘들어서 못 다닐 것 같고요, 아 어릴 때는 힙합댄스로 날렸는데… 저에게 자부심이 있다면 아마 춤에 대한 자부심이지 않을까요(웃음)
 
Q.실제 프로필 특기도 힙합댄스더라.
 
-그 예능프로그램에서 그 상황을 굉장히 희화화시키긴 했는데, 진짜로 춤에는 소질이 있는게 아닐까 생각을 했어요. 꾸준히 한 것은 아니고요. 영화 ‘전국노래자랑’을 찍을 때 안무선생님이 ‘현경씨는 타고난 그루브를 가지고 있어서 노력하지 않아도 타고난 게 있어요’ 라고 하시더라고요. 왠지 힙합 필이 있는 것 아닐까요? 제가 언젠가 힙합영화에 출연한다면, 댄스 굿판을 벌여야지 안 되겠네요.
 
Q.류현경씨 팬들은 쿨하고 내숭이 없고 솔직한 면이 좋다는 반응이다.
 
-사실 제가 쿨하지는 않은 것 같고요. 모든 인간이 쿨하기 어렵잖아요. 쿨한 건 아니고 소심하면서 적극적이기도 하고 호불호가 명확하고. 제 안에 다양한 성격이 살아있어요. 흔히 여배우들은 기복이 심하다는 말이 있는데 모든 사람들이 그걸 드러내지 않을 뿐이지 누구나 기복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제 직업은 감정을 드러내는 직업이니까요. 그래서 더 보이고 더 예민하다는 말이 나오는 것 같아요. 제 생각에는 그래요. 그래도 연기할 때만큼은 까다롭다고 할 수 있겠죠?
 
Q.배냇저고리 캠페인도 했던데 어떻게 하게 된 것인가? 
 
-그게 릴레이로 서로를 추천하면서 했던 거예요. 배우 최다니엘씨가 어떤 작가님을 통해 하게 됐고 또 최다니엘이 오정세씨를 추천하고 오정세씨가 절 추천해서 하게 됐어요. 이게 정말 좋은 일이니까 또 대충 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정말 한 땀 한 땀 바느질을 해서 완성했어요. 저 뿐 아니라 또 많은 분들이 동참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했고요. 
 
Q.그런 캠페인을 통해 선행연예인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연예인들이 많은데 류현경씨는 어떻게 생각하시나.
 
-그렇게 드러내고 싶은 건 아닌데요. 사람들 모두가 선행을 하고 있는데 연예인의 경우에는 행동하는 것들이 드러나 있으니까 유난히 보이는 것 같아요. 배냇저고리 캠페인 같이 알릴 필요가 있으면 알리겠지만 만약에 제가 선행을 하는 것 자체가 드러나게 된다면 부끄러울 것 같아서요. 조용히 선행을 하고 싶어요.
 
Q.사람들이 류현경씨를 제2의 문소리, 혹은 제2의 전도연 같다고도 한다. 역할소화를 잘하니까 그런 이야기도 듣는 게 아닌가 싶다.
 
-와, 그런 말 진짜 영광이에요. 그런데 사실 이런 얘기는 들었던 적 있어요. 얼굴이 화려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개성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연기를 누구보다 곱절 잘해야 된다는 이야기는 어릴 때부터 정말 많이 들었어요. 새론이 같은 경우는 화면의 얼굴만 가만히 봐도 영감이 막 생각나고 뭐가 떠오르고 그러는데 저는 화면 보면 그냥 평범하게 보이거든요. 그래서 저는 예뻐보이는 비주얼은 신경 쓰지 말고 연기에만 신경 써서 정말 잘해야겠구나 생각했어요. 그런데 사실 아직 멀었죠. 제2의 문소리, 제2의 전도연이라 불리기에는 정말 아직 멀었어요. 다시 들어도 정말 너무 영광이네요 그런 말. 몸 둘 바를 모르겠어요.
 
Q.자신의 롤모델이 있다면.
 
-없는 것 같네요. 제가 그냥 저만의 길을 잘 가서 제 미래의 모습이 제 롤모델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어릴 때부터 했었어요. 정말 훌륭한 배우들이고 또 많이 존경하지만 제가 그 분이 될 수는 없으니까요. 대신 제가 연기의 길을 잘 걸어서 나중에 그 분들처럼 존경받고 인정받는 배우들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Q.앞으로의 행보는 어떤가. 요즘 워낙 본래 분야가 아니더라도 음반, 예능을 같이 하는 상황이다.
 
-사실 지금 다른 영화를 찍고 있는데요. 아직은 비밀이에요. 3월 정도에 전체 촬영이 끝나고 아직 개봉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어요.
 
Q. 여자연예인이니까 화보 촬영 같은 것도 괜찮지 않나. 요즘 젊은 층들이 워낙 패션에 관심도 많으니까. 연기에 잘 녹아드는 배우라는 평가를 듣듯이 화보의 분위기에도 잘 녹아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 그걸 많은 패션피플들이 아셔야할 텐데요(웃음). 화보촬영은 예전에 몇 번 했었는데 화보 촬영은  연기의 연장선이지 않나 생각해요. 평소와는 다른 옷을 입고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콘셉트로 정해진 분위기를 만들어서 그 상황을 포착하는 연기의 연장선 같은 거죠. 
 
Q.만신 영화를 보러 올 관객들에게 한 마디로 이 영화를 정의한다면.
 
-아름다운 영화. ‘만신’이 한국사를 통해서 바라보는 한 여인의 일대기잖아요. 한 여인으로서도 굴곡진 삶을 산 모습을 담기도 했고요. 그 모습 자체가 아름다울 수도 있고 한국사를 바라보는 감독님의 사려 깊은 눈이 아름다울 수도 있고 우리가 선생님의 모습을 재현한 게 아름다울 수도 있어요. 그리고 김금화 선생님의 세월이 담긴 얼굴이 아름답다고 생각하기도 해요. 결론적으로 저는 많은 사람들에게 ‘여러분, 우리의 무당이나 굿이라는 그 판은 아름다운 문화입니다. 그것을 잘 알아주세요’라고 말하고 싶은 거죠. 그래서 총체적으로 아름다운 영화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