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미선 칼럼니스트
· 스토글 대표이사
· 경찰교육원 외래교수 / 교보문고 독서코칭 전문강사 / 아동문학가
【투데이신문 윤미선 칼럼니스트】우리들의 삶 속에서 이루어지는 커뮤니케이션 중에는 깊은 얘기, 긴 시간을 할애하는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지만 끝나고 나면 의미는 없고 ‘소리’뿐인 대화가 예상외로 많음을 알 수 있다.커뮤니케이션 매체가 첨단화 되면서 대상의 폭은 넓어졌지만 진정한 소통은 오히려 좁아지고 있다.
진정한 소통이 이루지지 않는 이유는 많다. 고정관념, 무시, 무관심, 외면, 선택적 듣기 그리고 자신의 말만 앞세우고 상대방의 의견에는 귀 기울이지 않는 경우 등이다.
필자는 사랑에 관한 대표적인 심리학 중 스턴버그가 제안한 사랑의 삼각형 이론에 맞추어 진정한 소통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사랑은 친밀감, 열정 그리고 책임감의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친밀감으로 소통하라!

친밀감은 대상에 대해 가까운 관계로 자각하는 것으로 정서적인 친밀감은 따뜻한 느낌을 받는 것이다.
소통은 상대방과의 연결고리를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시작된다.
진정한 소통이란 사람마다 관심사와 가치관, 감성이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다.
따라서 대화는 상호간의 교감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다.
교감의 형성은 친밀한 감정을 갖게 되었을 때 이루어진다.
즉 상대방을 존중하고자 하는 것,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상대방과 나누고자 하는 욕구, 상대방과 함께 대화를 나눌 때 행복한 느낌과 기분 좋은 느낌을 받는 것, 상대방과 정서적인 지지를 주고받는 것, 상대방과 다정다감한 의사소통을 하는 것, 상대방을 소중한 존재로 느끼는 것 등이다.

루즈벨트는 커뮤니케이션의 탁월한 감각을 발휘한 미국 대통령이다. 승자를 찬양하고 패자를 경멸하는 미국 문화에서, 그는 가난하고 실패한 사람들의 친구였다. 그는 낙담하고 절망한 사람들을 격려하며, 함께 미국의 새로운 판을 짜자고 외쳤다. 그는 실질적으로 4선을 한 대통령으로 종신 집권을 한 셈이지만, 아무도 그를 독재자라고 부르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는 민중과 대화할 줄 아는 보기 드문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의 ‘난롯가에서 나누는 정다운 대화’라는 애칭을 담은 라디오 연설은 마치 친한 이웃집 아저씨의 이야기를 듣는 듯 친근감과 신뢰를 준다. 정책을 펼치기 전에 국민과 소통을 하고 방송 뒤의 반응을 점검하여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먼저 알고자 하였다.

열정을 가지고 소통하라!

열정은 상대방과 관계를 맺는 데 몰입함을 의미한다. 몰입이란 상대방의 말을 잘 경청하고 이해하는 과정이 있어야 가능하다. 많은 사람들이 진정한 소통이 어려운 원인 중 상대방을 마음을 이해하지 못해서 일어난다. 잘 들어준다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이해뿐 아니라 자신 또한 상대방에게 소중한 대화상대로 존중받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또한 열정은 지나칠 수 있는 사소함도 간과하지 않는다.
루즈벨트가 기차를 타고 이동을 할 때였다. 차창 밖을 내다보고 있는 데 들녘에서 일하고 있던 농부가 대통령이 타고 있는 기차를 알아보고 모자를 벗어 경의를 표하였다. 기차는 그 농부를 지나가고 있었다. 루즈벨트는 급히 일어나 기차 맨 마지막 칸까지 한 걸음에 달려가 자신의 모자를 벗어 손을 흔들어 주었다. 지나칠 수도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보여 준 행동은 거리나 상황에 상관없이 마음을 전하려고 하는 정성과 열정이었다.

미국 대통령 예화를 들다보니 우리나라 고 이태섭 신부가 생각이 난다.
“톤즈의 눈물”이란 제목으로 지상파 방송과 영화로 알려진 이태섭 신부의 삶은 우리나라 사람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감동한 휴먼스토리이다.
이태석 신부는 로마의 살레시오 신학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케냐의 나이로비로 답사여행을 떠났다가, 30여 년간 남수단에서 활동해온 제임스 신부를 만나게 된다. 나이로비에서 2,800km 떨어진 남수단에 와서 주민들을 보고 “가장 보잘것없는 이에게 하는 것이 나에게 하는 것이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은 바로 그들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사람이 저렇게도 가난할 수 있구나, 저렇게 죽음 가까이서도 살 수 있구나….” 하고 느끼면서 아프리카 수단에 가서 선교사로 생활하기로 결심을 굳힌다.

의사이기도 한 그는 내전으로 모든 것이 파괴된 남수단에 있는 톤즈 마을에서 말라리아 환자를 비롯하여 한센병 환자들을 돌보고 학교와 기숙사를 세워 가난한 아이들의 자립을 도왔다.
폐허가 된 학교 건물을 다시 쌓아 학생들을 가르치고, 브라스밴드를 만들어 음악을 통해 전쟁과 가난으로 상처받은 어린이들을 치유해 나갔다. 내전으로 하루하루가 불안한 그들에게 이태섭 신부가 찾아가는 날은 마을 사람 모두 모이는 날이었다. 손수 한센병 환자들의 발을 그려 신발을 신기면서 그들에게 삶의 희망과 기쁨을 주었다. 그들과 이태섭 신부의 진정한 소통은 그가 암으로 선종을 하고 나서 톤즈의 눈물로서 보여주었다. 절망 끝에 놓인 그들에 대한 진정한 사랑과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책임감을 가지고 소통하라!

책임감은 관계를 지속시키고 또 발전시키기 위해 상대방에게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것을 말한다. 책임감은 대체적으로 언어적인 형태로 나타나지만 꼭 언어적으로 나타내지 않아도 행동으로 묵묵히 하면서 내색하지 않을 수도 있다.
어떤 사람은 상대방에게 말만 번지르르하게 해 놓고 무책임하게 행동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무책임한 말들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정치인들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선거출마를 할 때가 되면 자신의 업적을 내세우기 위해 포장을 하고 실현 불가능한 공약들을 남발한다. 무책임한 발언을 한 사람이 국민들과의 약속에 대한 책임감이 있을리 없고 소통이 제대로 될 리 없다.
또한 일본 우익단체들의 역사왜곡의 발언들이다. 일본의 만행으로 고통 받았던 사람들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자기 합리화와 궤변론적 언행으로 일관한 행위이다. 이들에게 양심적인 대화와 소통이란 기대하기 어렵다.

살아가면서 친밀감, 열정, 혹은 책임감을 느낄 수 있는 진정한 소통이 가능한 상대를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행운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랑의 삼각형 이론에서 정말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현재 사랑을 완성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현재 자신이 진정한 소통을 하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하고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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