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숨은암 전경

근래 날씨가 무척이나 포근하다. 그러다 보니 올해는 암벽시기가 좀 더 당겨진 것 같다. 지난 3월 9일 필자는 올해 첫 암벽을 삼성산에 위치한 ‘숨은암’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며칠 푸근했던 날씨와는 달리 이날은 눈이 내렸다. 가야할지 말아야할지 조금 난감했지만 함께할 선후배들과의 의논 끝에 일단 진행키로 하고 장비를 챙겼다.

40ℓ급 배낭, 하네스(안전벨트), 헬멧, 확보줄, 잠금비너 3개, 일반비너 3개, 빌레이용 장갑, 그리그리2(빌레이용), 60m 로프, 암벽화 등을 챙겨 넣은 가방이 제법 묵직하다. 간단한 식사거리와 물을 챙겨 넣고 오전 10시경에 집을 나와 1호선 관악역으로 향했다.

▲ 장비사진

오늘 암벽을 함께할 팀은 ‘산과 바위(cafe.daum.net/mtr)’ 암벽팀으로 2003년 11월에 만들어진 팀이다. 회원수는 55명이지만 실력만큼은 알아주는 팀이다. 회원구성은 수원, 안양, 서울 지역 거주자들로 구성되어 있고 매주 마다 인수봉(남면길 위주), 도봉산(선인봉,만장봉등)과 겨울에는 토왕폭등반도 빠지지 않는 아름다운 열정을 가진 팀이다.

관악역에서 우리 일행은 차량 2대에 나눠 타고 경인교대 안양캠퍼스를 지나 삼막사 주차장에 차를 주차했다. 주차장에서 숨은암까지는 도보로 25분정도 올라가야 한다. 오르는 길에 제법 쌓인 눈은 포근한 날씨에 슬그머니 녹아들고 있었다.

숨은암은 숲속에 있기에 초행길은 헤매기 십상이다. 도착해보니 벌써 여러 팀이 등반을 하고 있었다. 자~ 이제 본격적인 암벽등반의 시작이다. 보통 암벽등반 시기는 3월부터 11월말까지가 적당하다. 암벽등반은 맨손으로 하기에 손이 시린 겨울철은 감각이 없어서 등반하기가 힘들다.

▲ 숨은암 밑 숲속

여기서 암벽등반에 관한 기초적인 상식을 알고가자. 암벽등반이란 불규칙적으로 갈라진 틈이나 튀어나온 부분을 손과 발을 사용해 오르는 행위를 말한다. 그리고 암벽에 오르기 위해서는 집중력, 손과 발의 조화, 힘의 균형과 안배를 도와줄 기초 체력 훈련이 필요하다. 등반의 기본은 ‘3지점’인데 신체(두손과 두발)중 세 곳을 이용, 잡거나 밟고 남은 하나의 손이나 발을 사용해 이동하는 것을 말하며, 이것을 반복하여 바위에 오르는 것을 암벽등반이라고 한다.

정신적인 집중력과 기초적인 체력훈련도 중요하지만 등반에 필요한 장비를 반복 훈련해 능숙하게 쓰는 것도 중요하다. 암벽장비는 안전하게 바위에 오르기 위해선 꼭 필요한 것으로, 장비도 없이 바위에 오른다는 것은 자신의 생명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등반 방식은 2인 이상이 한조가 되어서 가장 앞사람(선등자)이 먼저 확보물을 설치하며 뒷사람(후등자)의 확보(빌레이)를 받으면서 올라간다. 선등자의 등반이 끝나면 후등자의 확보를 보며 등반하도록 하며 후등자는 선등자가 설치한 확보물들을 회수하면서 오르는 방식이다. 등반 후에는 하강을 하여야 하는데 대부분이 걸어서 내려올 수 없는 곳이 많다. 하강은 하강용 피톤(없을 경우엔 나무나 바위 등 확보물)에 두 줄로 하강기를 사용해 내려온 후 한쪽 줄을 잡아당겨 회수하는 방식을 대부분 쓴다.

▲ 빌레이 사진

오른다는 것은 오른 만큼의 추락 위험 부담이 따르게 마련이다. 추락 거리를 좁히고 사고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장비를 안전장치로 사용해야 한다. 물론 장비를 100% 맹신해서도 안 되겠지만, 장비를 어떻게 얼마나 숙지하여 활용하느냐에 따라 어느 정도 위험을 줄이고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 이는 똑같은 장비라 하더라도 사용자에 의해 그 장비는 안전장비로서 가치를 발휘하게 된다.

또 하나, 암벽을 처음 시작하시는 분들이 암벽화를 살 때 간과하는 부분이 있다. 자기 신발 사이즈보다 5~10mm 작게 사는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장비매장에서도 작은 치수를 권유한다. 하지만 신었을 때 딱 맞는 정도의 암벽화를 구입하는 것이 좋다. 어느 정도 숙달과정을 거친 뒤에는 작게 신는 것이 괜찮지만 처음 암벽에 입문하는 분이라면 작은 것보다는 딱 맞는 것을 권하고 싶다. 처음 배우는 사람이 발에 고통을 느낀다면 제대로 암벽을 배우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암벽등반은 2013년 9월 이후 처음 해보는 것이라서 긴장이 된다. 하네스(안전벨트)에 로프를 ‘8자 되감기 매듭’을 하고 시작을 해보았는데, 그간의 운동부족으로 몸이 무거운지라 오르는데 힘이 든다. 밑에서 빌레이(확보) 보시는 분이 손을 어디에 잡고 발을 어디에 디딜지 그리고 자세는 어떻게 해야 할지 상세히 알려준다. 바위는 밑에서 볼 때는 쉬워 보이지만 막상 올라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항상 나를 시험에 들게 하며 숙제를 내준다. 하지만 힘든 과정을 거쳐 끝내 도달했을 때의 성취감이란 이루 말을 할 수 없다. 이 맛에 암벽을 하는 것 같다.

▲ 8번길 로프걸기

오는 4월, 각 등산학교에서 암벽교육도 포함한 정규반 수업이 6주간 진행된다. 관심 있는 사람들은 한국등산학교 홈피(http://www.alpineschool.or.kr)를 방문하면 자세한 내용을 알 수가 있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