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이수형 기자】간첩사건 증거조작 사건과 관련해 검찰의 국정원 직원 줄소환이 이어지면서 수사망이 '윗선'으로 좁혀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윤갑근 검사장)은 21일 간첩사건을 담당한 국정원 대공수사국 이모 팀장(3급)을 곧 소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검찰은 선양 주재 총영사관 부총영사를 맡고 있는 국정원 권모 과장을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수사를 최대한 빨리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여러 명을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며 “이 팀장이 직책상 대공수사팀의 실무를 주도한 팀장이란 점에서 문서 위조와 관련된 전반적인 의혹에 대해 확인이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검찰은 이 팀장이 출입경기록 및 발급확인서, 싼허(三合)변방검사참의 정황설명서에 대한 답변서에 대한 위조 및 입수·전달 과정에 깊이 관여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이 팀장의 부하직원들을 잇따라 불러 조사했다. 유우성씨 간첩사건을 담당했던 대공수사팀에는 비밀요원 김모 과장(4급·구속) 등 4~5명이 활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 중 김모 과장은 국정원 협력자 김모(61·구속)씨에게 싼허검사참 문서를 요구하고 이를 넘겨받는 대가로 금전을 지급한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위조를 지시하지 않았고, 알지도 못했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김씨와의 대질신문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駐)선양총영사관 이인철 영사(4급)는 국정원 본부의 독촉으로 싼허검사참 문서와 출입경기록 발급확인서 등에 대해 허위 공증을 하고 가짜 영사확인서를 작성해준 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양영사관 부총영사인 권모 과장(4급)은 허위 영사확인서를 외교부, 대검찰청에 제출하는 과정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지만 두 차례 검찰조사에서 '비공식 입수문건에 영사공증을 해온 관행에 대해 업무상 조언만 했을 뿐 문서 위조에 관여하거나 상부에 보고한 사실이 없다'며 의혹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상명하복 관계와 보고체계가 정립된 국정원 조직 특성상 과장급 이하 직원들이 독단적으로 증거조작을 총괄·기획했을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판단, 문서 위조 및 입수를 지시한 지휘라인으로 수사의 무게를 두고 있다.

검찰은 이 팀장을 상대로 증거수집 과정에서 문서 위조를 직접 지시했거나 알고도 묵인·방조했는지, 국정원 상부에 관련 보고를 한 사실이 있는지 등을 추궁할 방침이다.

특히 중국 현지에서 문서를 입수한 경위와 절차, 검찰에 문건을 증거로 제출하는 과정에서 국정원의 조직적인 개입이나 상부의 역할 등에 대해 자세히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부분의 국정원 직원들이 검찰조사에서 상부의 개입 의혹에 대해 부인하거나 함구한 것으로 알려져 윗선에 대한 수사를 낙관하기 쉽지 않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윗선'의 실체를 밝혀내기 위해 국정원 수사기록과 내부 보고서 등의 압수물과 선양총영사관에서 임의 제출받은 국정원 직원의 컴퓨터 등을 비교 분석하며 점차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또 중국 당국과 사법공조를 통해 필요한 자료를 넘겨받는 대로 수사에 반영해 위조문서의 진위를 따질 계획이다. 중국 당국은 국정원이 입수한 문서 3건에 대해 '위조'라는 기존 입장을 견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정원은 이날 김모 과장이 협조자 김씨에게 가짜 공문서 내용을 써주며 위조를 지시한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일축했다.

국정원은 "김 과장은 오랫동안 신뢰관계를 쌓고 있던 김씨가 중국에 다녀와 신고서와 함께 답변서를 전해주자 문건 형식이나 관인 날인 등으로 미뤄 틀림없는 정식문건으로 판단했다"며 "변호인측이 재판에서 사실조회 등을 통해 문서 위조여부를 쉽게 가려낼 수 있는 상황에서 증거 위조를 지시하거나 공모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또 주중 한국대사관을 통해 위조된 공문서에 대한 인증서 발급을 시도한 의혹과 관련해선 "중국 정부 확인서에 대해 주중 한국대사관 인증을 받으려는 시도 자체가 없었다"며 "주중 한국대사관이 인증서 발급에 난색을 표했다는 것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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