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형
▸팟캐스트 <이이제이> 진행자
▸저서 <와주테이의 박쥐들> <김대중vs김영삼> <왕의 서재>등 다수

【투데이신문 이동형 칼럼니스트】4.19와 5.18, 6.15와 10.4, 현대사에 큰 궤적을 그린 사건들이 일어난 날이다. 앞의 두 사건은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혁신적으로 개혁시킨 혁명적 사건이고 뒤의 두 사건은 오랫동안 냉전의 틈바구니 속에서 적대적 대결을 해왔던 남과 북이 대결과 대립을 극복하고 평화와 공존을 이야기 하자며 화해의 손을 맞잡은 날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네 가지 사건은 소위 말하는 “민주진영” 즉, 야권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소중한 가치로 인식되고 있다.

그런데 민주당과 통합을 결정한 안철수 의원 측에서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을 계승한다는 내용을 통합신당의 정강에서 빼자고 주장하고, 나아가 4.19혁명과 5.18 광주 민주화 운동도 삭제해야한다”는 주장을 했다는 언론보도가 이어지면서 파문이 확산되었고 안철수 의원 측은 여론의 십자포화를 얻어맞았다. 여론이 안 좋게 돌아가자 안철수 의원이 직접 진화작업에 나섰으나 성난 민심은 돌아오지 않았고 민주화의 성지라고 불리는 야권의 심장 “광주”에서 까지 거센 항의에 직면하게 되었다. 결국 안철수 의원은 다시 한 번 “뜻하지 않은 논란으로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동지 여러분께 사과 말씀을 드린다.”며 재차 사과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안철수 의원의 사과가 진정에서 우러난 것인지 여론이 불리하니깐 발을 빼는 것인지 애매모호하다. 안철수 의원은 논란이 불거지자 “뜻하지 않은 논란, 실무자의 착오, 사실이 아닌 혼선”등의 핑계를 대며 “오해”에서 비롯된 것임을 강조했지만 새정치연합의 윤영관 공동분과위원장과 금태섭 대변인은 분명하게 위의 네 가지 사건을 빼겠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윤영관 위원장은 “과거의 소모적, 비생산적인 이념논쟁은 피하는 게 좋다. 가장 중요한 것은 민생이다. 그래서 이념논쟁 식의 어떤 이야기들이 나올 소지가 있는 것은 가급적 집어넣지 않았다”며 4.19와 5.18을 “비생산적인 이념논쟁”이라고 폄하했다. 헌법조문에도 나와 있는 4.19가 비생산적인 이념논쟁이라니, 조금 더 나가면 3.1운동도 이념논쟁이라고 할 판이다. 이것을 논쟁이라고 생각하는 자체가 우리나라 민주주의 역사를 부정하는 짓이라는 것을 왜 모르는가? 새누리당에서 조차 문제 삼을 수 없는 민주주의의 가치를 야권통합하자고 하는 사람들이 들고 나왔으니 여론이 싸늘하게 돌아설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금태섭은 어땠나?

금태섭 대변인은 6.15와 10.4를 정강정책에서 빼는 이유에 대해 “남북대화와 관련해선 7.4선언부터 여러 가지 사건이 있다. 왜 7.4가 없냐는 얘기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특정 사건을 넣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는 게 저희 생각”이라고 말했다. “7.4남북공동성명”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그 실체를 모르는 모양이다. 7.4남북공동성명은 북한의 독재자 김일성과 남한의 독재자 박정희가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공고히 하고 독재의 길을 마련하기 위해 짜고 친 고스톱이었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결과가 남한은 유신헌법이요, 북한은 사회주의헌법인 것이다. 이런 내용이 해제된 기밀문서를 통해서 다 드러났는데 어떻게 7.4남북공동성명이 평화통일의 정신이라고 할 수 있는가 말이다. 모르는 게 있으면 주위에 물어보던가 공부를 하시라. 또, 7.4남북공동성명을 창당정신에 넣고 싶으면 새누리당과 합당해서 넣으면 된다. 엄한 곳에 기웃거리지 말라는 이야기다. 안철수 의원의 사과가 진정성이 있는지 의심되는 대목이 바로 이 지점이다. 안철수 의원은 금태섭 대변인이 논란을 자초했던 당일, “금태섭 대변인의 말이 사실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아니다”라고 이야기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다가 여론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오해”임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니 어떻게 그의 진정성을 믿을 수 있겠는가 말이다.

이념대결을 피하고 민생을 먼저 챙기려는 그의 의도는 알겠다. 중립지대에 있는 중도보수의 표를 끌어오겠다는 그 전략도 이해한다. 그러나 제대로 된 역사인식 없는 새 정치란 있을 수 없고 이런 방식으로 중도 표를 끌어올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산토끼 잡으려다 집토끼 놓치는 우를 범해서야 되겠는가? 이번 논란으로 안철수 의원과 그 보좌진들은 왜, 안철수 의원의 지지도가 날이 가면 갈수록 떨어지는지 왜, 네티즌들이 그를 “간 철수”라고 비난하는지 스스로 돌아보는 계기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