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벤져스 2>가 한국에서 촬영된다.

2014년 2월 18일. 마블스튜디오는 웹사이트에서 ‘지구의 가장 강력한 영웅들이 서울로 향한다(Earth's Mightiest Heroes head to Seoul!)’고 알렸다.

3월 18일. 한국관광공사와 영화진흥위원회는 서울시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마블스튜디오와 영화 <어벤져스>의 속편인 <어벤져스2 : 에이지 오브 울트론’(Age of Ultron)>의 국내 촬영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양해각서에는 한국은 <어벤져스2>원활한 영화 촬영을 위해 협력하고, 지원하며, 영화진흥위원회의 외국영상물 현지 촬영(로케이션)인센티브 제도에 따라 제작비를 지원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어벤져스2>에서는 대한민국이 긍정적으로 묘사되고, 국내 관련 기관들이 영화를 이용한 홍보영상을 만드는 것이 허용되며, 한국에 특별 영상을 제공하고, 영화 출연 배우들은 SNS를 통해 한국의 영화촬영을 널리 알린다는 것이 포함됐다.

2013년. <토르2> 홍보차 한국을 방문한 마블스튜디오 대표 케빈 파이가 서울은 무척 멋진 곳이며 <어벤져스2>촬영지로 적합다고 적극 추천했다. 조스 웨던 감독도 한국을 방문했을 때 무척이나 즐거웠다며, 영화를 통해 한국의 아름다움을 전 세계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조스 웨던 감독은 "적어도 미국 영화에서 서울 배경의 영화는 없었는데 <어벤져스2>에서 화려한 액션과 서울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특별한 일일 것 같다"고 했다.

마블 스튜디어는 어떤 회사인가?

<어벤져스2>의 제작사인 마블 스튜디오(Marvel Studios)는 1993년 설립된 미국 캘리포니아 주 맨해튼비치에 있는 텔레비전 드라마와 영화를 제작하는 스튜디오이다.
미국 만화책 출판사인 마블 코믹스(Marvel Comics)에서 출발했다. 마블 코믹스는 1939년 타임리 코믹스로 설립되어, 1950년대에는 아틀라스 코믹스, 1960년대 초에 마블코믹스로 상호를 변경했다. <슈퍼맨>, <베트맨> 캐릭터를 창조한 DC 코믹스와 함께 미국에서 가장 큰 만화책 출판사이다.

2009년 9월 1일. 월트 디즈니 컴퍼니는 마블 코믹스를 40억 달러에 인수했다.

마블코믹스의 재산은 출판사가 창작한 만화저작권과 캐릭터이다. <캡틴 아메리카>, <스파이더맨>, <엑스맨>, <판타스틱 포>, <헐크>, <토르>, <아이언 맨>, <닥터 스트레인지>, <블레이드>, <퍼니셔>, <데어데블>, <타노스>, <블랙 펜서>, <고스트 라이더>, <앤트맨>,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등은 미국만이 아니라 세계인과 함께 하는 지구의 영웅들로 사랑받고 있다. 

마블 코믹스가 창조한 캐릭터들은 마블 유니버스(Marvel Cinematic Universe, MCU)라는 하나의 우주 속에 산다. 이들의 창조자인 스탠 리는 “마블의 캐릭터들이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각 캐릭터마다 개성 있는 성격과 그들만이 가진 개인의 문제들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자면 슈퍼히어로들을 3차원적이고 흥미로운 사람들로 표현하려 노력했다”며 “슈퍼히어로라는 캐릭터가 가진 파워에만 집중하다 보면 그 아래 감춰진 실제 인간이 무시되는 오류가 발생하게 된다. <어벤져스>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각자 충분한 개성을 지니고 있는 동시에 어느 정도의 약점을 함께 가지고 있다. 세상을 구해야 하는 역할 외에도 캐릭터 간의 흥미로운 관계와 개인이 가지고 있는 스토리들은 영화의 보는 재미를 더할 것이다”라고 부언했다.

2012년 4월. 한국에서 개봉한 <어벤져스>는 707만명의 관객을 모았다. 전 세계에서는 약 15억 달러(약 1조60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어벤져스2: 에이지 오브 울트론>은 2015년 5월 1일 개봉된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크리스 헴스워스, 마크 러팔로 등 전편의 배우들이 그대로 출연하며, 한국 여배우 김수현도 출현한다.

세계는 지금 스크린 튜어리즘 전쟁 중

국내영화인 <도둑들>, <해운대>, <신세계>, <타짜>등의 촬영지는 부산이었다.

부산영상위원회에 따르면 ‘13년 부산에서 촬영한 장편영화는 24편, 드라마·광고 등 각종 영상물 촬영은 54편이다. 영상위원회는 영화촬영으로 인한 경제파급효과를 연간 400억원으로 집계했다.

영화의 경제파급효과란 무엇일까? 영화의 경제파급효과 가운데 하나인 스크린튜어리즘 현상에 대해 생각해 보자.

워너브러더스는 영화 <호빗>(2012년 개봉)을 뉴질랜드에서 찍기로 했다. 그러나 뉴질랜드 배우노조는 훼방을 놓았다. “제작사가 근로조건을 지키지 않는다”며 촬영을 거부했다. 제작진은 촬영지를 다른 나라로 옮길 것을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러자 뉴질랜드 정부는 노동법을 바꿨다. 영화 제작사가 노조원에 각종 수당과 휴가를 보장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뉴질랜드에서 촬영되자, ‘13년 뉴질랜드를 찾은 관광객 가운데 8%는 <호빗>효과에 기인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뉴질랜드는 <반지의 제왕>이후 관광수입이 15% 이상 늘어나는 경제파급 효과를 얻고 있다.

뉴질랜드만 그런 것이 아니다. 뉴질랜드 정부는 제작비용의 15%를 현금으로 지원하거나 20~40%를 세액 공제해 준다.

<아바타>의 배경이 된 중국의 텐츠산은 영화가 성공한 이후 세계적 명소가 됐다. 관광객이 2년 동안 약 6백만 명 가량 늘었는데 중국정부는 이를 <아바타 효과>로 보고 있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영화 <아바타>의 후속작 3편을 뉴질랜드에서 찍는다. 뉴질랜드는 5억 뉴질랜드 달러(약 4600억원)의 경제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영국 런던에서 해외 영화사들은 하루 평균 두 편 이상 영화촬영을 한다. <해리포터와 혼혈왕자>, <나인>, <매치 포인트>, <인셉션>, <페르시아의 왕자>, <007 퀀텀 오브 솔러스> 등을 영국에서 찍었다. 영국은 세금의 20~25%를 환급해주고 지역별 스크린 에이전시를 통해 원스톱 촬영을 지원한다.

싱가포르는 제작비의 50%를 현금으로 지원한다. 미국은 제작비의 15~35%, 호주는 20~40%의 세금 혜택을 준다.

한국에서 촬영하는 <어벤져스2>도 제작비의 30%를 지원받는다. 한국 영화진흥위원회는 영화 제작비의 최대 30%를 현금으로 지원하는 ‘외국영상물 로케이션 인센티브’ 제도를 해외 주요 영화제와 세계영상위원회의 로케이션 박람회에 알려왔다.

세계는 지금 ‘스크린 투어리즘’ 전쟁 중이다. 스크린 투어리즘은 영화가 흥행한 뒤 그 촬영지에 관객들이 몰리는 현상을 말한다.

   
▲ 배우 김수현 ⓒ뉴시스

<어벤져스2> 한국 촬영의 경제효과

<어벤져스2>에서 20분가량의 장면이 한국을 배경으로 찍히며, 서울은 악당들이 기술을 뺏으러 오는 첨단 도시로 묘사된다.

2010년 한국은행 산업연관표에 따라 산출한 <어벤져스2> 국내 촬영으로 인한 생산유발효과는 251억원, 부가가치유발효과 107억원, 약 300명의 한국인이 출연하며, 한국배우 김수현을 비롯해 한국영화계 우수영화인력 120여명이 고용되는 고용유발효과도 생긴다.

정부는 <어벤져스2>의 한국 촬영으로 2조원 대의 경제효과를 거둔다고 주장했다.

한 영화촬영 감독은 “<반지의 제왕>시리즈 후 뉴질랜드 관광객이 증가한 것은 <반지의 제왕>이 뉴질랜드의 대자연을 생생하게 담았기 때문”이라며 <어벤저스2>는 도시의 아름다움을 담는 영화가 아니다”라며 경제적 효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한 시민은 “외국영화에 한국의 모습이 20분간 담기는 대가로 서울 시민이 치러야 하는 비용은 왜 추산해내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문화평론가 김헌식은 “사실 <어벤져스>와 같은 오락영화를 보고 한국이 좋아져서 관광을 온다든지 아니면 소비를 한다든지, 이런 생각 자체가 영화 장르에 대한 인식 부족”이라며 “막대한 경찰력과 예산이 투입되고 불편을 감소하는 건 시민들인데 사전에 전혀 합의 단계가 없었다”, “서울이라는 공간은 수도권 시민들까지 모두 1500만명 이상이 이용하는 공간인데 ‘마블’이라는 할리우드 제작사 하나의 영화 촬영에 1500만 이상의 시민들이 그 정보를 알아야 되고 조심해야 되고 어떤 단체들은 매달려 협조까지 해야 하는 상황 자체가 오버라는 생각”이라고 평했다.

3월 2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박대우 서울시 문화사업과 과장은 “서울 방문 관광객 수가 62만명 증가할 것이며, 그로 인한 소비지출도 876억원 정도 예상된다”, “더 중요한 것은 한국이라는 국가 브랜드 가치 상승효과가 약 2조원 정도 늘 것이다.”고 말했다.

한국관광공사는 4000억 원에 달하는 홍보효과, 2조원의 국가브랜드 가치 상승효과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산업정책연구원은 2013년 평가한 한국의 국가브랜드 가치는 1조9000억 달러(약 2000조 원)인데, 영화 개봉 이후 국가브랜드 가치가 0.1% 상승한다면 2조 원이라는 것이다.

<어벤져스2> 한국 촬영으로 3월 30일부터 4월 14일까지 서울 마포대교, 세빛둥둥섬,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 월드컵 북로, 청담대교, 강남대로 일부, 문래동 철강거리, 경기도 의왕시 계원예술대학교 인근 도로 등의 교통이 통제된다.

3월 30일. 조스 웨던 감독은 해외에서 진행 중인 <어벤져스2>촬영장을 배경으로 한국에 동영상을 찍어 보냈다.
“안녕하세요 저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감독 조스 웨던입니다. 한국에 계신 서울 시민분들께 메세지를 보내드립니다. 서울에 가서 촬영하게 되어서 무척 감사하고 정말 기쁩니다. 하지만 저희 촬영 때문에 시민분들이 겪으실 불편에 대해 먼저 사과 드립니다. 저는 LA에 살고 있어서 영화 촬영 때문에 통제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는데, 사실 유쾌하진 않지만 불편을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길 바라지요.

저희는 이 영화를 사랑하고, 또한 서울을 사랑합니다. 저희가 사랑하는 이 두 가지를 한군데에 담아서 전 세계에 최초로 보여줄 것입니다. 적어도 미국에선 서울 배경의 영화는 아직 없었는데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화려한 액션과 함께 서울의 모습을 보여주는 건 정말 특별한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촬영기간 동안 불편하시겠지만, 정말 좋은 작품으로 보답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교통통제로 인한 불편에도 불구하고, <어벤져스2>한국촬영을 반기는 이들도 많다. 우리가 스크린을 통해 마주했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서울 거리와 같은 우리 일상의 친근한 풍경이 나쁘지 않게 등장하리라는 기대에서이다.

‘세상에 인재를 더 하려는 열린 연구소’ 한국 커뮤니케이션 연구소
소장/ 오익재(ukclab@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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