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중국해 분쟁도서 인근서 순찰 중인 중국 해경선 /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김지현 기자】 미국이 중국과 필리핀 간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 중국을 공개 비난하면서 필리핀 입장에 손을 들어줬다.

지난 3월 31일(현지시간) 미 국무부는 남중국해 아융인섬(Ayungin·중국명 런아이자오·仁愛礁) 인근 해역에서의 필리핀 선박 운항을 막은 중국 해경의 행보에 대해 “도발적이고 불안을 조장하는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마리 하프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필리핀 정부가 국제해양법재판소(ITLOS)에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한 의견서를 공식 제출한 것에 환영의 뜻을 표하며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는 필리핀을 적극 지지한다는 입장을 천명했다고 ABS-CBN 방송 등 주요외신들이 전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하프 부대변인은 "미국은 위협과 강압 등 어떠한 형태의 보복도 두려워하지 않고 평화적인 수단을 동원해 영유권 분쟁 해결에 나서는 필리핀에 대해 지지를 재확인한다"면서 "필리핀을 포함한 모든 국가는 당사국이 국제해양법에 따라 분쟁을 해결할 권리가 있음을 인정하고 이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3월 29일 필리핀 군은 아융인섬에 주둔 중인 자국 해병대 병력에 식량 지원을 위해 보급선 1척을 보내는 과정에서 중국 해경선과 추격전이 벌어졌다.

중국 해경선 1척이 보급선의 뱃머리 앞을 두 차례나 가로지르며 운항을 저지했고, 나머지 1척은 보급선 후미에서 위협해 긴장된 순간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후 다음날인 30일 필리핀 정부는 국제중재 절차 진행이 양국관계에 부정적인 파장을 미칠 거라는 중국의 잇단 경고에도 스프래틀리 제도(중국명 난사·南沙 군도) 등 남중국해 일대 분쟁 도서 영유권을 주장하는 4000쪽 분량의 의견서를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출했다.

필리핀 앨버트 델 로사리오 외무장관은 이날 "우리의 합법적인 영유권을 명확히 하고 항해의 자유와 역내평화, 안보, 안정을 위해 정부의 공식 의견서를 ITLOS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필리핀 정부는 남중국해의 약 80%에 달하는 해역에 대한 권리를 내세우는 중국 측의 주장과 스카버러섬(필리핀명 바조데마신록, 중국명 황옌다오<黃巖島>) 등 8개 분쟁도서 점거행위가 국제법상 '무효'이며 유엔해양법협약과도 배치된다는 점을 국제중재 절차를 통해 확인시킬 방침이다.

이에 중국 정부는 필리핀이 현재 밟고 있는 국제중재 절차에 대해 수용하지도, 참여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3월 31일 정례브리핑에서 "필리핀이 국제중재를 단독 진행하는 것은 중국 영토를 불법 점거하고 남중국해에서 도발한 분규의 본질을 덮으려는 것으로 국제적인 법률 수단을 남용하는 정치적 도전"이라면서 "필리핀이 런아이자오를 침략하는 행위를 용인치 않을 것이며, 필리핀은 그 행위의 결과를 책임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르바오(人民日報)는 같은 날 '필리핀이 조그만 성공에 본분을 망각하고 스스로 모욕을 자초하고 있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유럽을 방문 중인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지난달 28일 독일에서 주변국 외교정책을 설명하며 "중국은 먼저 일을 저지르진 않겠지만 일(도발)을 벌이는 것을 무서워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논평했다.

자매지인 환추스바오(環球時報)는 필리핀을 남중국해 '깡패(流氓)'국가에 빗대며 서양의 비호 아래 중국을 언짢게 하고 있다며 중국을 감히 건들면 어떻게 되는지 확실한 교훈을 보여주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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