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다큐멘터리 '탐욕의 제국' 감독 홍리경

 

열아홉, 이제 막 피어나는 꽃봉오리 같은 아이들은 작업을 하기 위해 언제나 방진복을 입었다. 

조그만 틈 사이로 간신히 눈만 내놓을 수 있는 방진복을 입으면서도 어떻게든 예뻐 보이고 싶어 애를 쓰던 그들은 아직 너무나 어린 소녀들이었다. 

그 어린 소녀들에게 일터는 ‘희망’이었다. 

행복한 일만 가져다 줄 거라 믿었고, 좀 더 나은 삶을 꿈꿀 수 있게 해주는 전부였다. 

하지만, 눈부신 앞날을 기대하며 열심히 일하던 그녀들은 ‘병’에 걸렸고
모든 희망은 먼지처럼 사라져갔다.

 

▲홍리경 감독

【투데이신문 이경은 기자】지난달 6일에 개봉한 영화 ‘탐욕의 제국’은 고등학교를 막 마친 어린 소녀들이 대기업 반도체 공장에 취직했지만 직업병 때문에 죽음까지 이르게 되면서 대기업과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탐욕의 제국’은 픽션은 하나도 가미하지 않은 채 철저한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대기업의 횡포와 고통 받는 직업병 여성들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영화 속에는 여러 인물들이 등장한다. 열심히 일한 대가라기엔 너무 참혹한 백혈병을 얻게 되었던 고(故) 황유미, 백혈병에 걸린 금쪽같은 자식을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던 황유미의 아버지 황상기, 뇌종양 수술의 후유증으로 이제는 걷지도 말하지도 못하게 된 한혜경, 청계천에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마저 이루지 못하고 가버린 고(故) 이윤정, 동료의 죽음으로 슬픔에 잠길 시간도 없이 유방암을 선고 받은 박민숙, 두 아이의 자랑스런 아빠였던 남편의 죽음을 아직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정애정.  

이들은 모두 근로복지공단 앞에서 자신들을 가로 막는 직원들에 맞서 소리 높이며 직업병으로 인해 떠나보내야 했던 억울한 죽음을 규명하기 위해, 혹은 직업병으로 인해 고통 받는 자신의 아픔을 알리기 위해 힘겨운 싸움을 계속한다.

영화 ‘탐욕의 제국’은 다큐멘터리라는 형식에 맞게 그들에게 밀착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줄 뿐이다. 극영화처럼 우리의 눈을 한 눈에 사로잡는 화려한 영상미도 귓가에 빵빵하게 울려대는 뛰어난 음향효과도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아픔에 절규하는 그들의 모습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온전히 담아냈다. 때문에 구태여 설명해 주지 않아도 사운드가 완전히 제거된 채 흘러가는 장면 자체만으로 우리의 가슴에 스며들기에 충분했다.

<투데이신문>에서는 관객들이 차마 흐느낌도 뱉어내지 못하고 진심어린 눈물만 하염없이 흘리게 만든 영화 ‘탐욕의 제국’의 감독 홍리경(32)씨를 만나보았다.

 Q. 현재 소속돼 있는 독립영화단체 ‘푸른영상’과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었나.

: 원래부터 영화를 만들고 싶은 마음에 다큐멘터리를 전공했는데 ‘푸른영상’이라는 곳 자체가 20년 넘도록 올곧게 사회문제를 작업해온 곳이라 이곳에 소속돼 선배들에게 많은 것을 배워보고 싶었어요. 이곳에서 많은 선배들이 든든한 백이 되어주시기도 하고 조언도 해주시고 무엇보다 같은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끼리 작업하는 곳이라 많이 배우고 있어요.

Q. ‘푸른영상’이라는 곳은 어떠한 곳인가.

: ‘푸른영상’이라는 곳은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특수한 곳이에요. 일반 극영화를 만드는 곳하고는 또 다르죠. 일반 극영화를 만드는 곳은 워낙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고 투자도 받아야 하니까 따로 작품마다 제작사가 붙지만 저희는 달라요. 다큐멘터리 영화는 돈이 안 돼서 다른 아르바이트를 따로 해야 하죠. 그러니까 자기가 돈을 벌어서 생계도 꾸려나가고 영화도 같이 만들어야 하는 거예요. 한마디로 ‘푸른영상’은 공동체 대표가 있는 형태의 회사가 아니라 같은 뜻을 가진 사람끼리 모여서 작업을 위해 도움을 주는 곳이라고 할 수 있죠.

Q. ‘푸른영상’ 선배의 권유로 이번 영화를 만들게 되었다고 하던데.

: 처음에 작업을 하기 위해서 소재를 찾던 중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한 선배님의 추천으로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그 선배님께서 원래는 본인이 하고 싶으셨는데 여력이 안 되기도 하고 제가 여자감독이기에 같은 여성이야기를 그려 내보라며 저에게 ‘탐욕의 제국’의 소재를 추전해주셨어요. 그 선배님께서 제가 영화를 작업하는 내내 멘토처럼 많은 도움을 주셨죠.

Q. 만약 이번 작품을 하지 않았다면 어떤 소재로 첫 영화를 만들었을 것 같나.

: 어쨌든 소재는 이 사회의 문제들 중 하나였을 것 같아요. 사실 처음에 4대강 사업에 대한 작업을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이미 푸른영상에서 다른 감독님 두 명이 작업을 하고 계셨고 저까지 이 작업을 하는 게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서 다른 소재를 찾기 시작했던 거예요. 제가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이유는 역사는 늘 큰 사건들, 큰 인물들만 기록을 하는데 저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정말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기억하게 하는 그런 작품을 만들고 싶기 때문이에요. 이번 영화가 거대한 기업의 이야기를 담고 있기에 큰 주제로 보이지만 저는 그 안에서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 정말 평범하고 평범한 삶을 꿈꾸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Q. 사실 국내에서 삼성은 취업하고 싶은 기업 1순위로 꼽히고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1위를 차지할 만큼 대단한 기업이다. 그런 삼성에 대해 잘 알려지지 않은 어두운 면을 집중 조명했다. 감독님은 삼성에 대한 생각이 평소 어떠했나.

: 영화를 촬영하기 전에는 저에게 삼성은 좋은 이미지였던 것 같아요. 외국에 나가서 삼성전자 로고를 보면 괜히 뿌듯하고 제품에 있어서도 다른 곳보다 신뢰가 가기도 했어요. 사실 작업을 처음 시작할 때 제 핸드폰이 애니콜이었거든요. 저도 남들과 다르지 않던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작업을 제안 받고 이 문제를 영화로 만들면서 그 때부터 삼성이 문제가 많은 기업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우리가 삼성에 대한 비판을 가하면 다른 기업도 그런데 왜 삼성만 가지고 그러냐는 말을 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삼성은 우리가 ‘다 마찬가지잖아’하고 비교를 하는 다른 기업들보다 훨씬 더 커다란 권력을 가지고 군림하는 기업이기 때문에 작업을 시작하면서 훨씬 더 문제점이 크게 다가왔죠.

 

Q. 비슷한 소재로 개봉했던 ‘또 하나의 약속’의 언론시사회에서 가장 많이 나왔던 질문이 삼성의 외압이 없었냐는 질문이었다고 한다. 왕십리CGV에서 예정됐던 시사회가 취소되는 등 ‘탐욕의 제국’도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하던데 혹시 삼성의 외압은 없었나.

: ‘또 하나의 약속’은 삼성을 ‘진성’이라는 기업으로 그리고 있어요. 하지만 제 영화는 삼성로고도 나오고 아예 내놓고 삼성이 등장하잖아요. 겉으로 드러날만큼의 압력이 있지는 않았어요. 그나마 저희끼리 ‘우리 작품을 의식하고 있구나’라고 느낀 건 저희가 서울국제영화제에서 제작지원을 받고 있었는데, 이 영화가 제작지원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고 5천만원정도 후원을 해주던 삼성전자가 후원을 끊었다고 하더라고요. 그 이후 언론시사회때는 삼성이 압력을 행사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해당 멀티플렉스에서 시사회를 하지 못하겠다고 했어요. 해당 멀티플렉스의 몸 사리기였을 수도 있고 다른 압력이 있었을 수도 있고 복합된 문제가 아니었을까 생각해요.

Q. 영화의 제목을 ‘탐욕의 제국’이라고 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 제목은 사실 가제였어요. 처음 작업을 시작하고 한 달만에 영화진흥위원회 제작지원 신청을 해야했는데 제목이 없어서 급하게 제목을 짓게 됐어요. 그때 읽고 있었던 책이 ‘탐욕의 시대’였는데(웃음). 어떻게 하다 보니 ‘탐욕의 제국’이라는 제목을 써서 내게 되었는데 그 이듬해에도 이 제목으로 계속 가게 됐고 가제인 상태에서 제작지원을 받으면서 제목이 굳어지게 됐죠. 이름 없이 살아가는 여성노동자들을 상징할 수 있는 제목이었으면 했는데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해서 조금 아쉽기도 해요.

Q. 대기업을 소재로 영화를 제작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나.

: 워낙 거대한 기업의 이야기이기에 혼자 작업하는 사람이었다면 쉽게 이런 소재로 작업하지 못 했을 것 같아요. 다큐멘터리를 하는 사람들이 이러한 문제를 다루는 사람들이기는 하지만 삼성이라는 거대 기업이라는 소재가 주는 무게감이 너무 커 남몰래 두려움이 생기기도 해요. 저도 심각한 건 아니었지만 처음엔 영화를 만들면서 혹시나 미행당하지 않을까, 도청당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하지만 제게 무슨 일이 생기면 언제든지 달려와 해결해 주실 연륜 있으신 선배들이 뒤에 계셔서 심각하게 걱정하지는 않았어요.

Q. 삼성을 상대로 끝까지 싸우는 근로자와 그 가족들의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감독님도 많이 가슴 아팠을 것 같다. 촬영하면서 힘들고 어려웠던 점이 있었다면.

: 제가 촬영하는 그 분들은 다 아프신 분들이었고 그 중에 돌아가신 분도 계셨어요. 사실 제가 작업하는 동안 네 분정도가 돌아가셨어요. 작업을 시작했을 때 이미 한 분이 돌아가신 상태였는데, 가족들이 그 장례를 지내지 않고 회사가 사과를 할 때까지 장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해서 장례를 치루지 않은 상황에서 제가 작업을 시작하게 된 거죠. 그 이후로 한 세 분 정도가 더 돌아가셨어요. 두 분은 제가 돌아가시기 전에는 만난 적이 없는데 ‘이런 사람이 있는데 굉장히 위독하다’ 그런 이야기로만 들었어요. 마지막 한 분은 제가 돌아가시기 전에 만나서 이야기도 나누고 촬영도 했던 이윤정씨였어요. 그 분과 긴 시간을 알고 지낸 건 아니었지만 이 사람의 존재를 알고 있었던 상황에서 그 대상이 세상을 떠나버리니까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굉장히 묘한 감정이 들었어요. 제가 알던 분이 돌아가신 뒤로는 한 때 작업을 다 그만두고 싶기도 했어요. 이와 관련된 어떤 이야기도 듣고 싶지 않았고, 이와 관련된 어느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잠깐 촬영을 잠깐 놓기도 했었어요. 제가 카메라로 찍던 대상이 세상을 떠나는 건 그냥 아는 친구가 죽은 것과는 또 다른 차원의 일이었어요. 그 대상을 찍기 위해서 늘 망설이고 고민하면서 카메라를 통해서 그 사람만 집중하고 바라봤는데 그런 대상이 어느 순간 사라져 버렸을 때 그 상실감이 굉장히 컸던 것 같아요.

Q. ‘탐욕의 제국’이 피해자들이 직접 등장하는 다큐멘터리 형식인 건 알지만 약간의 픽션을 더해볼 생각도 없었나.

: 물론 그런 형식의 다큐도 있지만 저는 그런 생각은 전혀 해보지 않았어요. 영화를 만드는 사람의 취향이라고 할 수 있겠죠. 저는 다큐는 다큐대로, 극영화는 극영화대로 가야한다고 생각해요. 또 저는 워낙 그 현장에서 실제 인물들과 오랜 시간 지내다보니 이 사람들의 삶을 다른 배우를 통해서 재현할 수 없다고 생각했고, 이 인물들을 극화했을 때 이 사람들이 가진 매력이 그대로 재현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Q. 영화를 보면 내용과 관계없어 보이는 고등학생들의 졸업식 장면이 길게 나오는데 이러한 장면을 넣은 이유가 무엇인가.

: 그 학교는 사실 유미씨가 나온 학교예요(웃음). 졸업식 장면 너머로 피해자들의 목소리 인터뷰가 흘러나오잖아요. 자기는 졸업을 하면 혼자 독립해서 살고 싶었고 새로운 삶이 열릴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다른 회사보다 돈을 더 많이 주는 삼성이라는 회사가 뿌듯했다는 뭐 이런 내용들. 그냥 이 사람들이 취업을 하면서 느꼈었을 설렘과 미래에 대한 기대 이런 것들을 이미지로 보여주고 싶었던 거죠.

Q. 영화 중간 중간 글씨가 빼곡하게 적힌 작업 노트를 보여주는 이유는.

: 지금 현재 그 안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인터뷰는 할 수가 없잖아요. 자기가 현재 회사를 다니고 있는데 회사에서 일하다 병 걸린 사람들의 편에서 작업하는 다큐멘터리에 인터뷰를 나서주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데, 그들의 있는 그대로의 삶을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게 저한테는 일기장이었던 것 같아요. 작업노트는 고(故) 황유미씨의 일기장이었는데, 물론 오래 전에 쓰여 진 것이지만 그가 살았던 당시의 삶들은 고스란히 그 안에 담겨있으니까요. 그 당시의 삶들이 적혀 있는 노트라서 현재 다니고 있는 사람들의 인터뷰 대신이라는 생각도 있었고 황유미씨라는 사람은 이미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이지만 그 사람이 남긴 일기로나마 그 사람의 삶의 흔적들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Q. 차 뒤에서 장례식을 하는 장면이나 엘리베이터가 위로 올라가면서 먼 발치에서 시위 장면을 보여주는 장면이 소리 없이 연출 되었는데 어떤 의도인지?

: 장례식 같은 경우나 멀리서 바라보는 컷들의 경우 거리가 있기 때문에 다른 소음들이 들어갈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저는 그 장면들에서는 이들이 거칠게 내지르는 소리나 주변의 여러 소음들이 들어가기 보다는 그 상황 자체에 몰입해주기를 바랐어요. 소리라는 것이 이미지만 보여줄 때와는 다르게 어떤 감정 같은 것들을 과장하기도 하잖아요. 저는 과장할 수 있는 요소들을 모두 없애고 싶었어요. 관객들이 있는 그대로의 이미지에 몰입하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지를 더 자세히 바라봐 주기를 바랐어요.

Q. 영화 중간에 컨테이너 터미널을 멀리서 비추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그 컨테이너 속에 있는 반도체를 만든 사람들이 이 사람들이다’라는 걸 강조하고 싶었나.

: 그 공간이 굉장히 광대한 곳이고 빽빽이 컨테이너 박스들이 쌓여있는데 사람은 보이지 않는 공간이잖아요. 그런데 그 안에는 분명 누군가 일하고 있을 텐데 커다란 컨테이너 박스에 가려 사람은 보이지 않는 거죠. 일하는 사람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우리 눈에 아예 보이지 않거나 누군지 알 수 없는 그 모습이 마치 우리가 쓰는 제품을 만들었는데도 우리는 알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삶을 보여준다고 생각했어요. 밀폐된 공간 속에서 자신은 드러내지 않고 눈만 내놓고 일하는 그들의 삶을 터미널이라는 공간을 통해서 은유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Q. 전자쓰레기가 가득한 모습으로 끝나는 결말이 상징하는 것은 무엇인가.

: 전자쓰레기를 처리하는 과정이 생산하는 과정의 직업병만큼이나 그걸 처리하는 노동자들에게 심각한 건강문제를 일으킨다고 하더라고요. 전자쓰레기가 국내에서 처리되지 못하고 제3세계로 팔려나가 그 곳의 저소득층들이 불법적으로 처리해서 생계를 이어가는데, 전자쓰레기가 만들어 질 때 쓰인 화학물질이 그대로 묻어있어서 그런 것들을 태우거나 녹이거나 하는 과정에서 나온 연기를 흡입한 노동자들의 건강에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거죠. 그런데 반도체가 포함된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사실을 모르는 거잖아요. 그래서 이런 사슬 안에서 제품을 쓰는 사람들이 이러한 사실을 좀 알았으면 했어요.

Q. 현재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들은 어떠한 활동을 하며 지내고 계신지.

: 삼성전자와 첫 번째 교섭이 무산되고 현재 두 번째 교섭을 하려고 계속 애쓰고 계신데 그게 제대로 되지 않고 있어요. 회사 측에 직업병 문제와 관련해서 사과와 보상 그리고 작업환경 개선을 위한 교섭을 하고 싶다고 의사를 전달했는데 회사 측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상황이에요. 한혜경씨 같은 경우는 여전히 재활병원에서 치료받고 어머님은 혜경씨 옆에서 돌봐주고 계시고 고 황유미씨 아버지 황상기씨는 서울이나 지방에서 하는 ‘관객과의 대화’를 같이하러 다니시고 계세요. 윤정씨 남편 분은 윤정씨 떠나보내고 계속 싸우고 계시고요. 다들 영화에서 나온 삶과 다르지 않은 삶을 살고 계세요. 앞으로 몇 년 간은 그렇게 사실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Q. 영화와 관련해서 힘든 상황이 계속 된다면 어떻게 대처하실 생각인지.

: 영화는 지금 거의 개봉 4주차라 개봉관에서 내려가고 있는 상황이에요. 영화가 내려가면 문제가 되는 건 없을 것 같아요. 극장개봉이 내린 이후 저희는 공동체상영에서 관객을 직접 찾아가 보여드리는 활동을 계속 할 계획이라 오히려 관객들과 만날 수 있는 또 다른 시작이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해요.

Q. 이 작품을 통해서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 되게 간단해요. ‘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삶을 기억해주세요’ 이거예요. 우리는 이슈가 되는 사안들에 대해서 너무나 쉽게 타오르고 그 불이 꺼져버리잖아요. 그런데 이 영화를 보셨다면 이 영화 속에서 보셨던 사람들의 삶은 쉽게 잊어버리지 마시고 조금 오랫동안 기억해 주셨으면 해요. 그래야 나중에 신문이나 인터넷에서 기사 한 줄을 봐도 이 사람들을 다시 떠올릴 수 있고 우연하게 떠올리다 보면 언젠가 이 사람들에게 힘이 되는 어떤 행동을 할 수도 있는 거니까요.

Q. 마지막으로 앞으로 또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은가.

: 영화에서 미처 다하지 못했던 전자쓰레기에 관한 이야기를 언젠가는 해보고 싶어요. 지금 당장은 또 너무 큰 얘기여서 시작하지 못하겠지만요. 그래서 우선을 주변에 가까이에 있는 소박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소박한 영화를 만들어 보고 싶어요. 그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역사로 남길 수 있는 그런 영화를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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