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우
▸철학박사
▸상지대학교 교수

4월 5일은 식목일이다. 식목일은 사전적으로 ‘국민 식수(植樹)에 의한 애림(愛林) 사상을 높이고 산지의 자원화를 위해 제정된 국가기념일’으로 정의되고 있다. ‘국민들로 하여금 나무를 심게 해서 숲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게 하고, 이것을 통해 나무가 울창한 산에서 나오는 자원이 잘 나오게끔 하는 날’이라고 정의될 수 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식목일은 ‘2004년까지는 쉬는 날이었는데······.’라는 공휴일에 대한 아쉬움으로 기억되는 날일 것이다.

식목일이 공휴일에서 제외되는 과정에서 재미있는 사연이 있다. 당초에 식목일을 공휴일에서 제외시키자는 주장은 1990년 무렵부터 제기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공휴일에서 제외시키지 않았던 이유는 ‘청명(淸明)’과 ‘한식(寒食)’과 겹치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청명은 24절기 중 하나로 춘분과 곡우 사이에 든다. 한자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날 부터 날이 풀리기 시작해 화창해지기 때문에 ‘청명’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 무렵부터 농가에서는 바쁜 농사철에 들어간다. 농가의 농사철과 연결해서 나무를 심는 날로 국가에서 지정한 것이 아닐까 예상된다.

한식의 경우 동지(冬至)에서 105일째 되는 날로 예로부터 설·단오·추석과 함께 4대 명절로 일컬어진다. 한식은 중국에서 유래된 명절로, 예로부터 우리나라에서는 한식이 되면, 국가적으로는 종묘(宗廟)와 각 능원(陵園)에 제사를 드렸고, 민간에서는 여러 가지 술과 과일을 마련해 차례를 지냈고 성묘를 했다. 이 풍습이 이어져서 요즈음에도 우리나라의 민간에서는 한식에 벌초를 하고 성묘를 다녀오곤 한다. 이러한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서 과거까지 한식을 전후한 식목일을 공휴일로 지정한 것으로 예상된다.

식목일의 유래가 될 만한 과거의 일도 존재한다. 조선시대 성종(成宗)이 동대문 밖 선농단(先農壇)에서 직접 밭을 일군 날(1343년, 성종 24년)이 바로 이 날이라는 것이다. 『성종실록』 275권, 성종 24년(1493 계축) 3월 10일(을해) 1번째 기사에는, ‘임금이 선농단(先農壇)에 나아가 제사지내기를 의식과 같이 했다. 제사를 마치자, 승정원(承政院)에 전교(傳敎)하기를, “지난달에 마침 비가 내려서 행사(行事)를 할 수가 없었는데, 이번에는 별과 달이 명랑(明朗)해 행사(行事)할 때에 일에 차질이 없었으니, 내가 매우 기쁘다. 은지(恩旨)를 내리고자 하니, 환궁(還宮)한 뒤에 아뢰는 것이 좋겠다”하고, 드디어 적전(籍田)에 나아가 친경(親耕)했다.’라고 쓰여 있다. 이것을 조금 자세히 해석하면 성종이 선농단에서 제사지내고, 승정원에 ‘별과 달이 밝아서 친히 밭을 갈 수 있으며,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전달했으며, 직접 밭에 나와서 친히 밭을 갈았다는 의미이다. 농업을 국가의 기간산업으로 삼았던 조선에서 국왕이 직접 밭을 가는 것은 친히 모범을 보이는 행위였다. 밭을 가는 것과 나무를 심는 것이 유사한 부분이 있다는 점에서 성종이 처음으로 밭을 갈았던 날을 양력으로 환산한 4월 5일을 식목일로 정했다는 것이다.

식목일을 지정할 때 그 유래를 조금 억지스러운 것에서 찾았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신라가 당나라의 세력을 한반도에서 몰아내고 삼국통일의 위업을 달성한 날이 677년(문무왕 17년) 음력 2월 25일인데, 이 날을 양력으로 환산하면 4월 5일이라는 것이다. 신라가 삼국통일을 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서였다면, ‘삼국통일일’이라고 명명했어야 하는데, 식목일을 공휴일로 지정하려는 근거를 신라가 삼국통일을 완성한 날에서 찾았다는 것은 억지스럽다. 그렇지만 식목일이 처음 공휴일로 지정된 때가 1949년이었고, 식목일이 휴일에서 제외되었다가, 다시 공휴일로 지정된 것이 1961년이었다. 이것을 고려했을 때, 1949년이 한국전쟁 직전 남북한 사이에 대립이 극심했던 시기고, 1961년 이후 박정희 대통령 재임 당시 반공이나 북진통일을 강조했었다는 것이, 신라가 삼국통일을 이룬 날을 어떻게 해서든지 기념할 필요가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휴일에서 제외되는 순간, 많은 사람들은 특정한 기념일이 가지고 있는 역사적, 문화적 의미를 생각하지 않고, 그 날에 해야 할 일을 실천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4월에 공휴일이 없음을 아쉬워하기보다는 미세먼지의 위험성이 갑작스레 대두되고 있는 이러한 시기에 집에 화분 하나 심고, 한식을 맞이하여 돌아가신 일가 친척들에 대해 기억할 수 있는 기회를 삼는 것이 식목일을 잘 보내는 방법 중 하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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