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TSST 노조 “삼성 복귀 시켜달라” VS 삼성 “복귀 불가능”

 

【투데이신문 이주희 기자】 “아빠(삼성전자)가 아들(TSST직원)을 외면했다”

지난달 22일부터 매일 오전 7시 30분~ 8시 30분까지 서울 서초구 서초대로 삼성전자 본사 앞에서는 TSST(도시바삼성스토리지테크놀러지) 노조의 침묵 시위가 열리고 있다.

최근 TSST 매각이 결정되자 TSST 노조는 삼성전자에 복귀 약속을 지키라며 본사 앞에서 피켓과 플래카드를 들고 연일 시위를 벌이고 있다.

TSST 노조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에 다니다가 갑자기 자리를 옮기라고 하면서 추후 복귀를 약속했지만 이를 어겼다”며 “하루 아침에 아버지가 아들에게 ‘더 이상 내 아들이 아니다’라고 얘기하고 있다. 배신감을 느끼고 어처구니가 없다”며 울분을 토했다.

그러나 삼성전자 측은 “복귀를 약속한 적이 없기 때문에 복귀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혀 이들 간의 갈등의 골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2003년 전후 (구)디지털미디어 총괄의 ODD(광디스크드라이브 저장장치)사업부가 필립스의 대규모 ODD 특허 비용 청구 문제에 직면하자 ODD 특허 문제 해결과 사업 영위를 위해 2004년 ODD 특허 우위에 있는 도시바와 함께 ‘TSST’ 라는 이름으로 합작회사를 설립했다. 

합작 당시 삼성전자 연구·개발(R&D) 인력 등 250여 명이 TSST로 이동했다.

ODD사업은 초창기 연간 2조원의 매출액을 올렸지만 해당 업계가 위축되면서 사양길로 들어서자 삼성전자는 지난 3월 TSST를 국내 협력사인 옵티스(Optis)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삼성전자에 입사해 TSST로 이동한 직원들이 또 다시 옵티스 직원이 된 셈이다.

TSST 노조 측은 삼성전자가 합작 당시 TSST로 자리를 옮기는 직원들에 대해 추후 삼성전자 복귀를 약속했기 때문에 믿고 기다렸지만 갑작스럽게 TSST가 옵티스에 매각되는 등 배신을 당하고 말았다며 분개했다.

TSST 노조 측은 “당시에는 구조조정이 아닌 특허문제로 인한 불가피한 조직의 변경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며 “어쩔 수 없는 회사 조직의 변경이라 생각해 약간 찜찜하긴 했지만 믿고 넘어갔다”고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TSST가 연간 3000억원의 특허경쟁력을 위한 합작일 뿐이며, 명함만 바뀔 뿐 삼성전자의 처우 등 모든 것이 동일하게 유지된다고 설명했다고 노조는 주장했다.

무엇보다 삼성전자는 사업 영위가 어려워지거나, 특허 문제가 해결될 경우 당연히 삼성전자로의 원대 복귀를 원칙으로 한다고 약속했으며, 공식적인 인사문서에는 합작서 전출로 표기될 것이기 때문에 안심해도 무방하다고 설명했다고 노조 측은 강조했다.

결국 이를 믿은 삼성전자 직원들은 삼성전자와 도시바의 합작을 위해 전적동의서를 작성했으며, 그 과정에서 강압적인 분위기도 작용했다고 TSST 노조 측은 주장했다. 

유승환 TSST 노동조합위원장은 “전적동의서 작성 당시 회사는 ‘여기에 사인하고 TSST로 가겠느냐, 아니면 퇴사하겠냐’고 하면서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했다”며 “결국 직원들은 어쩔 수 없이 TSST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경영현황이 바뀔 경우, 삼성과 도시바의 합작관계가 깨질 경우, 경영이 악화될 경우에 삼성전자로 복귀시켜준다며 구두로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직원들은 구두약속이 아닌 서면계약서 작성을 요구하자 삼성 관계자는 “‘인사 관련한 내용을 서면으로 하는 건 삼성전자의 문화가 아니다. 지금까지 대우를 그렇게 박하게 한 적이 없다. (삼성이)사람을 중요시하는 회사라는 것을 알고 있지 않느냐’고 회사를 믿으라며 직원들을 설득했다고 노조 측은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노조는 “전적동의서를 작성할 당시 경영진이 사용한 질문답변 자료(대응 매뉴얼)가 있다”며 “이 매뉴얼에는 ‘사원들이 (경영진에게)복귀에 대한 질문을 하면 복귀가 가능하다는 약속을 구두로 답변하라’는 문구가 있다”고 쓰여있다고 주장했다.

2004년 출범한 이래 TSST는 삼성전자반도체 총괄의 경영 간섭(정기적 업무보고) 등을 받으며 10여 년을 잘 지내왔지만, 2012년 말부터 TSST를 매각한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고 그때마다 삼성전자 측은 사실 무근이라며 TSST 직원을 안심시켰다고 노조는 설명했다.

그러던 중 삼성전자는 지난달 TSST의 매각 소식을 공식적으로 발표하기 하루 전날에서야 이러한 사실을 TSST 직원들에게 알렸다.

TSST 노조 측은 “계약 하루 전에 통보한 부분에 대해선 아직까지도 분하고 화가 난다”며 “생각할 여지를 주지 않고 직원들을 코너에 몰아넣은 격이 아니냐”고 토로했다.  

이에 TSST 직원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운영하다가 삼성과의 대화에 한계를 느껴 TSST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현재 TSST 직원들의 노조 가입률은 75%에 이르고 삼성전자 복귀희망자는 90%로 총 400명 중 360명에 해당된다.

TSST 노조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에 대해 소송도 진행 중”이면서 “단체협상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 “TSST, 법인이 다른 회사...복귀 불가능”

이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TSST는 법인이 다른 회사이기 때문에 이들 직원을 삼성전자로 복귀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삼성 관계자는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복귀 구두 계약과 관련해 “말씀드리기가 조심스럽다”면서도 “구두 계약은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적법한 과정을 거쳐 전적동의서를 받았고 임직원들의 동의나 이해를 구하는 과정이 있었다. 법인이 다른 회사가 됐기 때문에 사실상 (삼성전자로의)이동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미 전적동의서 작성 당시 충분한 설명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어 “TSST 회사의 회생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TSST 직원들을 받아주게 된다면 TSST 존립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매각 사실을 갑작스럽게 통보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두 번에 걸쳐 직원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했다”고 말했다. 노조와의 대화에 관한 계획을 묻자 “그 부분에 있어서는 아직 정확하게 일정이 잡혀있는 게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TSST 매각은 실적이 나빠서 정리하는 게 아니다”라며 “TSST가 회생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일 뿐”이라며 일축했다.

한편, 옵티스는 TSST코리아 임직원의 향후 5년간 고용을 보장하고 임금·성과급 제도를 그대로 유지할 계획이다. 직원들에게 격려금을 지급할 계획은 있지만 삼성전자로의 복귀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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