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 ⓒ뉴시스

【투데이신문 박나래 기자】 창사 이래 최고 적자를 기록하는 등 경영 위기에 처한 KT(회장 황창규)가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는 황창규 회장 취임 2달 만에 이뤄졌으며 황 회장은 경영 개선을 위해 다른 혁신 프로그램을 시도하기보다는 몸집줄이기를 선택한 셈이다.

하지만 결국 노동강도를 증가시키고,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를 일으켜 또 다른 노동자의 죽음을 불러 일으킬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본사 인원 20% 대상 특별명예퇴직 시행
임금피크제 도입·복리후생제도 대규모 축소

KT는 8일 근속 15년 이상 직원 대상 특별명예퇴직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본사 인원의 20%가 대상자다.

이는 최근 적자 등으로 회사가 직면한 경영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결단으로 근본적인 구조 개선을 위한 결정이라고 KT는 설명했다.

KT는 이번 명퇴를 통해 고비용·저효율의 인력구조를 효율화하고, 올 하반기 신규 채용 규모를 전년보다 확대해 조직 전체에 젊은 활력을 불어넣고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정년 60세 연장 법제화라는 국가 정책 수용과 이에 따른 인건비 완화를 위해 임금피크제를 내년 1월 1일자로 도입한다.

또한 어려운 경영상황을 고려해 대학 학자금지원제도 폐지 등 일부 복지제도도 개편할 예정이다.

이번에 명퇴하는 직원들은 근속기간과 정년 잔여기간에 따라 명퇴금을 지급받는다. 개인의 선택에 따라 추가로 가산금을 받거나 KT M&S 등 그룹 계열사에서 2년 간 근무 가능하다.

이를 위해 KT는 오는 5월부터 현장 영업과 개통, AS, 플라자 업무(지사 영업창구 업무)를 KT M&S, KTIS, KTCS 및 ITS 7개 법인 등 계열사에 위탁할 예정이다.

이는 유선매출 급감과 무선가입자 감소, 인건비 증가 등 어려운 경영환경을 고려한 사업합리화 차원의 조치라고 KT는 설명했다.

KT는 2009년 대비 상향된 명퇴금을 지급하는 것은 물론 일률적인 퇴직이 아닌 직원의 자유로운 선택에 따라 그룹사인 KT M&S나 ITS에 재취업 할 수도 있어 직원들이 퇴직 이후의 삶을 설계하는 데 한층 유용하다는 입장이다.

한동훈 KT경영지원부문장(전무)은 “회사가 경영 전반에 걸쳐 위기상황에 처함에 따라 직원들이 고용불안 및 근무여건 악화를 우려해온 것이 현실”이라며 “노사가 오랜 고민 끝에 합리적인 수준에서 ‘제2의 인생설계’의 기회를 주는 것이 직원과 회사 모두에게 이익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고 밝혔다.

은수미 “경영위기의 책임 근로자들에게 전가해선 안 돼”

이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 은수미 의원은 “KT의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은 또 다른 죽음을 부를 것”이라며 우려했다.

은수미 의원은 “지난 2009년 약 6000여 명이 퇴직한 수준과 비슷한 대규모 구조조정이 이달 말에 단행된다”며 “문제는 남아있는 근로자들에 대한 복리후생 축소가 매우 심각하게 진행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입사 15년차 이상 명예퇴직 외에도 본인 학업지원 축소, 자녀 대학 학비보조 완전폐지, 자녀 중고등학비 축소, 복지포인트 축소, 2015년부터 임금피크제 도입과 이에 따른 연봉축소, 차세대 융합기술연구원의 토요근무 의무화, 2014년 상반기 신입사원 폐지 등이 이번에 노‧사간 합의됐다고 은 의원은 설명했다.

은 의원은 “KT의 경영위기의 본질은 민영화 이후 주주이익 극대화를 위한 고배당 경영, 임직원 이익분배구조의 불평등에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지 않고 예전과 같이 인력구조조정과 직원 복리후생 축소를 통해 경영내실화를 이루겠다는 황창규 회장의 인적쇄신 작업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KT는 2003년부터 인력퇴출 프로그램을 통해 상시적 인력구조조정을 단행해왔다. 2009년 이석채 회장 취임 이후 KT 직원 사망자는 195명이며, 이 중 자살한 사람은 23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 의원은 “본말이 전도된 채 모든 고통과 부담을 근로자들에게 전가하는 KT식 인적쇄신은 노동강도를 증가시키고 전환배치와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로 인해 ‘죽음의 기업’이라는 기업 이미지를 더욱 선명하게 할 것”이라며 “통신사업의 시설 투자 확대와 공익성 확보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KT는 경영위기의 책임을 더 이상 근로자들에게 전가해서는 안 된다”며 “이석채 회장 시절 단행한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경영위기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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