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형 칼럼니스트
▸팟캐스트 <이이제이> 진행자
▸저서 <와주테이의 박쥐들> <김대중vs김영삼> <왕의 서재>등 다수

【투데이신문 이동형 칼럼니스트】기초단체장 공천 문제로 내홍을 겪었던 새정치민주연합이 당원 50%, 일반국민대상 여론조사 50%의 비율로 여론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 기초 공천을 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여론조사 결과 당원과 국민의 뜻은 “약속”보다 더 중요한 것이 “승리”라고 생각한 것이다. 정치에서 국민과의 약속은 무엇보다도 중요시 돼야 하고 책임정치 실현의 의미에서도 마땅히 지켜져야 하는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번과 같은 경우는 그 성질이 기존의 다른 약속과는 조금 다르다고 하는 데에서 논란의 출발점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약속은 여당이든 야당이든 다 같이 했는데 정부여당은 그 약속을 깨트렸고 그에 대해 집권당 원내대표가 사과 까지 하면서 공천불이행을 몰아 붙였다. 이렇게 됨으로써 “약속을 지키겠다.”고 한 쪽에서 손해를 보는 상황이 되어 버리고 만 것이다. 안철수 대표는 “국민을 믿고 가겠다.”고 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교과서적인 발언이자 희망사항일 뿐이다. 어디 우리 역사가 우리 정치가 도덕 교과서처럼만 이루어져 왔었던가? 거기다가 안철수 대표에게는 대단히 죄송한 이야기지만 일반 국민들은 “기초공천폐지”여부에 관해 별반 관심이 없다. 언론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이슈화시키고 정치권에서 극렬한 논쟁이 벌어지고 하니까 그게 무엇인지 궁금하기만 할 뿐이지, 정확히 기초 공천을 폐지해서 어떤 이득이 국민에게 돌아올지, 그것이 민생에 어떤 도움이 될지 정확히 알고 있는, 혹은 알고 싶어 하는 국민들이 없다는 이야기 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정치민주연합을 탄생시키고 난 뒤, 지금까지 그 이야기만 신주단지 모시듯이 주구장창 해 왔으니 국민들이 어느덧 피로감 까지 느끼게 된 것이다. 초선의원 안철수의 아마추어적인 아집현상인 것이다.

안철수 대표에게 묻고 싶다. 기초공천폐지 여부가 선악(善惡)의 문제인가? 기초 공천을 폐지하면 민생이 살아나고 민주주의가 발전하고 안철수가 말하는 새 정치가 이루어지는가? 반대로 기초공천제도를 유지하면 이 나라 민주주의는 시궁창에 처박히고 풀뿌리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민생이 도탄에 빠지는가? 그렇지 않다. 기초 공천을 폐지하나 기초 공천을 지금과 같은 제도로 유지를 하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장단점의 문제이지 선악의 문제가 아니다. 각각의 제도에 장점과 단점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을 선악의 문제로 몰고 갔기 때문에 당원이나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한 것이다. 기초공천폐지가 절대선 이었다면 왜 새 정치 연합을 제외한 나머지 야당에서 기초 공천을 하겠다고 나섰겠는가? 민주당과의 합당 명분이 “약속”이었고 그 명분을 지키고 싶어 했던 점은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그러나 그 명분 고리가 너무 약했다. 기초 공천을 폐지하면 기초의회의원이나 기초자치단체장이 지금과 같이 국민들 눈치 안보고 국회의원, 혹은 정당에게 줄서고 뇌물주고 하는 불합리한 점이 개선될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렇게 폐지를 했을 때 따라오는 문제점. 즉, 사회적 약자들과 소외받은 계층들, 여성들과 장애인들, 정치 초년생들이 의회에 들어갈 수 없다는 단점도 있다. 또한 지방토호세력들이 지방권력을 싹쓸이 할 수 도 있는 다른 문제점도 도사리고 있다. 이처럼 일장일단이 있는 기초 공천 문제에 당의 명운과 안철수 본인의 정치생명을 걸 정도의 발언과 행동을 보였으니 그 어떤 국민들이 여기에 호응하고 힘을 실어줄 수 있겠는가 말이다. 기초 공천을 다시 하기로 결정하면서 오히려 안철수 대표의 리더십에 큰 상처만 난 꼴이 되고 말았다.

정치인의 주관과 신념은 정치인에게 반드시 필요한 필수덕목이다. 그러나 거기에는 타협과 대화라는 명제도 함께 수반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독선과 독단, 아집이 되고 말아버리는 것이다. 오세훈 시장이 “애들 밥값 못주겠다.”고 자존심 세우며 몽니를 부렸던 것이 불과 얼마 전의 일이다. 안철수 대표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전철을 밟지 말았으면 한다. 새정치연합의 대표는 안철수 의원이고 안철수 의원은 분명 새정치연합의 가장 강력한 차기 대권주자이다. 그러나 안철수 의원의 입지가 커지고 입김이 세지면 세 질수록 민주당 내에서 안철수를 흔드는 세력은 지속적으로 나올 것이다. 안철수 의원이 이를 어떻게 극복해 나가느냐 하는 것도 그의 리더십을 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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