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벤져스2' 촬영 중인 크리스 에반스 ⓒ뉴시스

【투데이신문 이주희 기자】2015년 개봉 예정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하 어벤져스2)’ 촬영이 지난달 30일부터 시작해 오는 14일까지 서울 일대에서 이뤄진다. 그로 인해 서울 곳곳에서는 교통통제가 실시되고 영화진흥위원회는 제작비용을 지원한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영화 촬영에 필요한 부분을 물심양면으로 돕고 있다. 정부는 ‘어벤져스2’의 촬영으로 4천억 원 가량의 홍보효과와 2조 원에 달하는 국가브랜드 가치 상승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교통통제로 인한 시민들의 불편이 크고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는 것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우리는 ‘어벤져스2’의 촬영을 위해 뿌린(지원)만큼 거둘(효과)수 있을까.

국가브랜드 상승·관광 등 경제효과 기대

‘어벤져스’는 지난 2012년에 개봉해 당시 전세계에서 15억2천만 달러에 달하는 수익을 냈으며 역대 영화 흥행 3위를 기록한 할리우드 대작이다. 1위는 2009년 개봉한 아바타, 2위는 1997년 개봉한 타이타닉이다. ‘어벤져스’가 큰 인기를 끈 만큼 ‘어벤져스’ 후속편인 ‘어벤져스2’도 성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외국영상물 로케이션 인센티브 제도가 있다. 외국영상물 로케이션 인센티브란 2011년 3월부터 국내에서 촬영되는 외국영상물 제작비용을 현금으로 지급하고 제작비용의 20~30% 지원하는 제도를 말한다.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외국영상물의 한국 내 촬영을 활성화하기 위함이 목적이다. 미국은 제작비의 15~35%, 호주는 20~40%의 세금 혜택을 준다. 싱가포르는 촬영하면서 사용한 비용을 정부에서 확인 후 총 50%를 돌려주는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그밖의 다른 나라에서도 세액공제 등 적극적인 지원책을 마련해 놓고 있다.

정부가 ‘어벤져스2’ 영화 촬영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이유는 경제적인 효과 때문이다. 한국관광공사는 4천억 원에 달하는 홍보효과, 2조원의 국가브랜드 가치 상승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10년 한국은행 산업연관표에 따라 산출한 ‘어벤져스2’ 국내 촬영 생산유발효과는 251억 원, 부가가치유발효과 107억 원, 배우 김수현을 비롯해 한국 우수영화인력 120여 명의 고용유발효과도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지난달 20일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이번 ‘어벤져스2’ 촬영이 우리의 국가 브랜드 상승과 경제적 효과 제고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도록 적극적 지원과 협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미 할리우드 영화촬영 협조로 이득을 본 나라도 상당수 있다. 2013년 뉴질랜드를 찾은 관광객 가운데 8%는 영화 ‘호빗’효과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뉴질랜드는 ‘반지의 제왕’이후 관광수입이 15% 이상 늘어나는 경제적인 효과를 누리고 있다. ‘아바타’의 배경이 된 중국의 텐츠산 역시 영화의 흥행 이후 관광객이 2년 동안 약 6백만 명이 증가하는 등 세계적 명소가 됐다. 이미 일본의 도쿄, 중국의 상하이, 태국의 방콕 등은 해외 영화의 주요 촬영지 중 하나로 각광받고 있다.

무엇보다 할리우드가 ‘어벤져스2’의 촬영지로 한국을 선택했다는 것은 한국영화시장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또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친근한 서울 거리와 풍경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사람들의 기대감이 크다.

   
▲ 영화 촬영으로 교통통제된 도로 ⓒ뉴시스

교통통제, 예산 등 막대한 지원만큼 효과 클까?

서울시에서는 서울 시내의 대규모 교통 통제, 지하철역 폐쇄 등으로 ‘어벤져스2’의 촬영을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 지난 2일에는 마포구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 주변 도로의 차량 운행을 전면 통제했다. 당시 교통통제에 투입된 인력은 교통경찰 등 150여 명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달 30일 오전 6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서울 마포대교의 차량 통제를 전면 금지하기도 했다.

촬영이 시작된 3월 30일부터 4월 14일까지 서울 마포대교, 세빛둥둥섬,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 월드컵 북로, 청담대교, 강남대로 일부, 문래동 철강거리, 경기도 의왕시 계원예술대학교 인근 도로 등의 교통이 통제되고 있다.

촬영이 막바지에 다다르긴 했지만 서울 시내 주요 도로의 통행을 통제돼 시민들의 발이 묶이는 등 불편을 겪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가 너무 ‘과한 친절’을 베푸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시민들은 교통혼잡 등에 따른 불편을 감수할 만큼의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개그맨 이병진(45)은 지난 5일 자신의 트위터(SNS)에 “‘어벤져스2’ 촬영으로 여기저기서 난리. 그 영화 개봉돼도 별로 보고 싶은 영화는 아니라서”라며 “이 난리를 쳐 가면서, 막대한 돈까지 바치면서 시민들 불편하고 상인들 영업에도 지장을 주는 촬영. 반갑지 않은 사람 저 말고도 계시죠?”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수백명의 공적 인력을 투입하거나, 영세 상인들의 장사를 방해하는 것이 또한 문제가 됐다. 더불어 영화관계자 측이 촬영장소에 대한 엄격한 통제와 사진 촬영, 동영상 유포에 대해 강력한 법적 조치를 강구한 것에도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우리나라가 ‘어벤져스2’에 지급하는 돈은 30여 억 원이다. 이는 국내 대형영화 한 편의 제작비와 비슷한 수준이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올해 예산은 10억 원, 이월 금액까지 더해도 17억 원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정부가 ‘어벤져스2’에 30억 원을 지원하기로 해 과도한 지원이라는 지적이 있다. 반면 지난해 일본에서 촬영한 영화 ‘더 울버린’의 경우에는 교통 통제나, 제작비 환급 등 국가적인 촬영 지원이 따로 없었다. 검증이 제대로 되지 않은 채 경제효과만 앞세운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으며 막대한 투자와 지원에 비해 경제, 홍보효과를 거둘 수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영화 ‘반지의 제왕’이 뉴질랜드의 대자연을 아름답게 담아 뉴질랜드 관광객이 증가했지만 ‘어벤져스2’에서는 서울을 악당들이 기술을 뺏으러 오는 첨단 도시로 묘사하기 때문에 관광객 유치 효과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마포대교, 청담대교 등을 폭파하는 장면이 등장한다면 과연 우리나라 홍보에 도움이 될 것이냐는 것이다. 쉽게 말해 할리우드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보여줘 관광이익을 얻은 뉴질랜드처럼 될 가능성이 적다는 말이다.

또한 ‘어벤져스2’에서 노출될 것으로 예상되는 국내 촬영분량은 약 20분이다. 그 시간 동안 우리나라가 얼마나 잘 포장될지 영화가 개봉되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

해외 영화촬영은 적극 지원…국내 영화촬영은 푸대접?

얼마 전, 국내 영화를 역차별한 사례도 있었다. ‘어벤져스2’와 달리 오인천 감독의 영화 ‘소녀무덤’이 한국도시철도공사로부터 지하철 촬영을 거절당한 사실이 알려졌다. 차별 논란이 일자 코레일은 뒤늦게 촬영허가를 내렸다.

‘어벤져스2’의 국내 영화촬영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국내외 영상물 촬영 시 지원과 협조에 관한 근거가 마련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0일 서울시 서계동 국립극단에서 서울시, 경찰청, 영화진흥위원회, 서울영상위원회, 경기영상위원회가 국내외 영화 촬영지원 관련 정책과 제도 개선을 위한 간담회를 가졌다.

관계 기관들은 올해 안에 국내외 영상물의 국내 촬영이 진행될 시 지원 및 협조에 관한 포괄적인 근거를 제도화하고, 공공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가 규정이나 조례제정 시 참고할 수 있는 매뉴얼을 제작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한국영화 촬영의 경우, 관계 기관의 협조를 구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거나 사람이 적은 연휴나 새벽에 촬영해야 하는 애로사항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정부관련 기관, 도로, 문화재 등 공공장소에서 촬영할 경우 허가의 기준도 생긴다.

이렇듯 이번 ‘어벤져스2’ 촬영을 계기로 국내 현지촬영이 활성화되고 한국 영화계에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관계기관은 개선방안 마련에 힘쓸 계획이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