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좌회전’? 운전자들 연이어 문제 제기

   
▲ 사고 블랙박스 동영상

차체 결함 피해 사례글 끊이지 않아
기아차, ‘묵묵부답’으로 일관
운전자 “계란으로 바위치기 일 뿐”
국토부, 3월 예비조사 실시…6월경에 결과 나와

【투데이신문 이경은 기자】“브레이크를 밟았더니 차가 왼쪽으로 넘어졌다”

누리꾼들 사이에서 일명 ‘브레이크=좌회전’이라고 불리는 기아 1.2톤 트럭 봉고3 차량의 차체 결함에 대한 불만글이 계속되고 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그동안 끊이지 않는 현대‧기아차의 리콜사태와 소비자들의 불만에 ‘품질경영’을 강조하며 쇄신에 나섰지만 여전히 차량 결함과 관련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

운전자들의 잇단 불안과 불만에도 현재 회사 측은 “차량에 결함은 없다”며 맞서고 있어 이들 사이의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자동차중고 포털사이트 뽐뿌를 비롯한 여러 사이트에 ‘기아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라는 제목으로 글이 올라왔다. 봉고3 사고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누리꾼들은 게시글에 총 300여개에 달하는 댓글을 달며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게시자가 공개한 봉고3 차량 사고 당시 차체에 있던 블랙박스 영상은 무려 8만명이 봤다.

영상을 보면 봉고3의 자체 결함이 의심되는 상황이 찍혀있다. 영상에서는 처음엔 고속도로에서 60~70km의 속도로 달리던 봉고3 차체가 좌우로 심하게 흔들리는 모습이 포착된다. 일명 ‘롤링현상’이라고 불리는 이 현상이 계속되자 운전자 김모씨는 겁을 먹고 급히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차량은 멈춰지지 않고 3차선에서 2차선으로 쏠리다 왼쪽으로 쓰러지며 전복된다.

<투데이신문>은 ‘기아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라는 제목 밑에 ‘도와주세요’라는 간절함이 담긴 문구를 첨부하며 수많은 글을 작성한 운전자 김씨의 딸을 만나 정확한 사고 경위를 들어보았다.

김씨의 딸에 따르면 사고는 3월 10일 오후 12시경 부천IC에서 신월IC로 향하는 고속도로 입구 쪽에서 발생했다. 운전 중 갑자기 차에서 롤링현상이 발생했으며 차량을 멈추기 위해 밟은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아 결국 사고로 이어졌다는 것.

김씨는 30년 넘게 1종 면허로 한 번도 사고를 내지 않고 승용차를 운전하며 장사를 해왔다고 한다. 그러다 트럭을 이용해 장사를 하기 위해 기아 봉고3를 구입 신청했고 이후 차량을 받기 전 미리 지인 분의 다른 트럭을 빌려 계속해서 시험 운전을 해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운전자 김씨는 차량을 운전한지 일주일 만에 사고를 당하고 말았다. 김씨는 1월 말에 봉고3를 신청해 2월 21일에 차를 받았고 3월 3일 처음으로 운전을 시작했는데 약 일주일 간 아무 이상 없어보이던 차량은 운전하는 도중 갑자기 롤링현상을 보이다가 브레이크를 밟자 왼쪽으로 기울며 전복됐다는 것이다.

이 사고로 김씨는 전치 2주 정도의 부상을 당하고 말았다. 차가 왼쪽으로 전복되면서 왼쪽 팔이 시멘트 바닥을 쓸고 가 심각한 화상을 입었고 찢어진 자리는 몇 십 바늘을 꿰매기도 했다. 화상이 심해 병원에서 피부이식 얘기까지 나왔으나 다행히 이는 면했고, 현재 김씨는 퇴원을 한 후 자택에서 처방받은 약을 먹고 화상연고를 바르며 몸을 추스르고 있다.

   
▲ 브레이크 결함 점검 서류

기아차, 운전자에 차량수리 독촉..사고 은폐 의혹
국토부 “증거물 없어진 셈”

김씨의 딸은 기아 직원의 태도에 대해 격한 분개심을 내비쳤다. 김씨의 딸은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해 있을 당시 기아차 인천서비스센터 직원 2명이 병원으로 찾아왔다. 그런데 입원해 있는 환자에게 안부나 위로의 말을 건네기는커녕 오자마자 사고 경위에 대해 따져 물었다. 그리고는 블랙박스 영상을 자신들이 봐야겠다며 명함 하나 주지 않고 영상을 전달받을 전화번호만 달랑 남기고 돌아갔다”고 토로했다.

이어 김씨의 딸은 “전화번호로 영상을 보내주고 확인해 보셨냐고 전화를 했다. (직원에게) 영상을 보면 아시겠지만 차량이 처음부터 롤링현상이 심한 것이 한 눈에 보인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 하냐고 물었다. 그러자 기아차는 차량에 실은 적재함의 무게가 많이 나가서 그렇다고 둘러댔다. 때문에 롤링현상은 자신들과는 상관없는 일이며 이는 운전자 과실이라고 말하더라. 또 기아는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왼쪽으로 기운 현상만 브레이크가 잘못된 것인지 확인해 보겠다고 했다”고 털어놨다.

김씨의 딸은 “내가 더 화나는 것은 기아에서 빨리 차량을 수리하라고 말했던 부분이다. 차량을 수리해야 결함여부를 알 수 있다고 말하며 계속해서 차량을 빨리 수리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차량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우리는 기아가 검사해야 한다는 브레이크 부분만 빼고 정비소에 맡겨 모두 수리를 마쳤다. 그런데 나중에 국토부에 전화해보니 그 쪽 담당자가 차량을 수리하면 정확한 결함 여부를 측정할 수가 없는데 왜 신고 전에 수리를 먼저 했냐고 말했다. 이를 듣고 우리는 기아 측에서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차량 수리를 독촉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투데이신문>과 통화한 국토부 관계자는 “이 상황에 대해 정확히 알지는 못하나 본래 사고가 났는데 그 차량을 수리를 하면 차체 결함에 대해 정확한 조사를 할 수 없다. 수리를 하게 되면 증거물이 없어지는 것인데 결함에 대해 어떻게 조사를 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이어 “계속되는 기아 봉고3의 사고에 대해 국토부에서 3월경에 예비조사를 실시했다. 진행 중인 예비조사는 6월경에 결과가 나오며 이 결과에 따라 본 조사에 착수하게 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씨의 딸은 지금까지의 기아의 태도를 보면 그 쪽에서 하는 말은 믿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딸은 “처음에 롤링현상이 일어났던 것은 적재함 무게 때문이라고 했으니 우리가 직접 적재함 무게를 재서 1.2톤을 넘지 않는 것을 증명하면 어떤 보상을 해줄 것이냐고 물었다. 기아 측도 적재함 무게를 정확히 따져본 게 아니라 정황상의 근거로만 1.8톤이라고 말했다. 이에 우리가 무게를 직접 재오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갑자기 말을 바꾸면서 (인천서비스센터는) 결함 여부만 판단할 뿐이며 보상을 받고 싶으면 본사로 연락을 하던지 차를 샀던 지점에 항의를 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기아의 브레이크 결함 여부에서 이상이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우리는 이 사실도 믿을 수 없다. 객관성에 의심을 품자 기아는 ‘그럼 사비를 부담해서 하지 그랬냐’고 자기들은 그렇게 해 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며 기아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김씨는 현재 기아에서 어떠한 보상도 받지 못한 상태다. 김씨의 딸은 “기아에서는 죄송하다는 말 한마디 없었으며 현재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했다. 수리비만 500만원이 나왔다. 뿐만 아니라 아버지의 입원비, 아버지가 입원해 계시면서 일을 못하신 손해금, 사고로 인한 정신적인 피해보상 이 모든 것에 대한 어떤 보상도 받지 못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또 “보상을 받아보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알아보았지만 소용없었다. 아버지 혼자 운전하시다 전복된 거라 피해자와 가해자가 없는 사건이기에 경찰에서도 따로 수사를 해주지 않는다. 주위에 CCTV도 없고 다른 자료를 얻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정비소와 (사고 당시 차량을 견인해 갔던) 레카차 업체, 적재함 회사 모두에게 전화해 보았지만 이미 기아에서 다 다녀간 뒤였다”고 말했다.

   
▲ 봉고3 <사진출처=기아차 공식홈페이지>

‘봉고3 결함’ 주장글 끊임없이 올라와

심각한 문제는 기아 봉고3와 관련된 사고가 끊임없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에 기아 봉고3를 검색하면 ‘기아 봉고3 결함’이라는 연관검색어가 뜰 만큼 인터넷에는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네티즌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한 사례로 중고자동차 포털사이트 보배드림에 4월 8일자로 게시된 글을 보면 이번 사고를 당한 김씨와 똑같은 기종인 기아 봉고3를 타다가 사고를 당했다고 적혀 있다.

게시글에 따르면, A씨는 2013년 11월경 기아 봉고3 신차를 출고하여 생업에 사용하였는데 차량 구매 후 약 20일 정도가 지났을 무렵부터 브레이크를 살짝 밟으면 작동이 원활이 되지 않고 소음이 발생했다.

또 브레이크를 깊이 밟으면 차량이 멈춰지는 것이 아니라 좌측으로 틀어지는 현상이 계속 됐고 결국 기아차의 오토큐에서 처음으로 A/S를 받았다고 A씨는 설명했다.

A씨는 “이후 몇 번이나 차량을 수리 맡겼지만 문제는 개선되지 않았고 찾아보니 자신 외에 1.2톤 봉고3 차량 피해자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됐고 뉴스에도 봉고3의 브레이크 결함에 대해 보도가 되는 것을 보게 됐다”며 “하지만 본사에서도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고 했고 어쩔 수 없이 A는 생업을 유지하기 위해 결국 차량을 계속 사용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이후 지난 4월 1일 새벽 6시경 봉고3를 운전 중이던 A씨는 대전당진고속도로 예산휴게소 출구 부분에서 서행 중인 대형 트럭을 발견하고 브레이크를 밟았으나 소음이 발생하며 작동이 이뤄지지 않았고 지속적으로 브레이크를 작동하자 차량이 좌측으로 틀어지며 결국 대형 트럭과 충돌하게 됐다고 A씨는 사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A씨는 “대전 서비스센터에 문제제기를 했으나 자사의 책임이 아니며 운전과실이라는 태도를 보였고, 결국 이렇게 계속되는 사고에도 사고 당사자들은 기아 측에서 차량 결함에 대한 정확한 원인에 대해 들은 적이 없다”고 답답한 심경을 드러냈다.

앞서 3월 29일에도 보배드림을 통해 봉고3 운전자가 차체 결함에 대한 불만과 불안감을 드러냈다.

종이류를 배달하는 지업사에 다니고 있는 B씨는 게시글을 통해 “구형 봉고3 1.4톤 1.2톤은 저런 현상이 없는데 작년에 출고된 신형 봉고3 1.2톤 2대 올해 출고된 봉고3 1.2톤 윙바디 1대가 저런 현상이 실제로 있었다”고 주장했다.

B씨는 “회사 차량은 사고가 나진 않았지만 (문제가 있다는) 사실은 신형 봉고3 기사들은 다 알고 있는 내용”이라며 “속도가 얼마 나지도 않는 상황에서도 좌측으로 밀린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회사 사장님도 기아와 싸우고 있다”며 “급발진만큼이나 중요한 사안인 만큼 현재 출고된 차량들 모두 리콜을 하던지 무슨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봉고3의 결함 논란과 관련해 <투데이신문>은 기아 측의 공식적인 입장을 들어보고자 몇 번에 걸쳐 접촉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담당자가 자리에 없다는 이유로 어떠한 입장도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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