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서비스센터 비정규직 노동실태 발표 및 증언대회

   
▲ 기자회견 현장 

【투데이신문 이경은 기자】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서비스센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한끼 식사 시간이 부족할 만큼 무리한 근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들은 회사가 부담해야 하는 업무 실비를 부담하고 있었으며, 심각한 수준의 산업 안전으로 비일비재하게 산재가 발생해도 회사 측은 산재처리를 위한 협조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16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서비스센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실태에 대해 고발하고 노동자들이 직접 증언하는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번 기자간담회에는 새정치민주연합 은수미 의원과 장하나 의원, 을지로위원회 우원식 위원장이 참석했으며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정용식 연구원이 노동실태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 설명하고 민주노총 서울본부 법률지원센터 최진수 노무사가 이를 바탕으로 노동법 위반 실태 및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이와 더불어 SK브로드밴드 이경재 지부장, LG유플러스 경상현 지부장, 이남식 소장, 정용식 연구원, 최진수 노무사, 류하경 변호사 등 6명이 노동실태에 대해 토론하고 비정규직 조합원들이 직접 증언을 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28일 근무하면서 실제 휴일은 고작 2일
한 끼 식사 시간도 부족

정용식 연구원은 "산업노동정책연구소가 올 3월부터 4월 10일까지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협력업체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노동실태를 파악한 결과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의 고용구조부터 잘못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조사 결과 원청인 이 두 업체 아래에 각 지역 센터와 직접 계약하는 경우도 있지만 각 지역 상위에 또 다른 중간업체가 존재하고 경우에 따라서 각 지역 센터를 포함해 3단계의 간접고용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파견·용역과 근로계약이 없는 경우 각 지역 센터 하위에 또 다른 도급 방식으로 계약 되면서 노동자는 4단계에 걸친 하도급 계약 속에서 근로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는 것. 

또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보상 없는 장시간 노동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당직근무를 제외한 1주일 평균근무 일수는 SK브로드밴드 협력업체 6.15일, LG유플러스 협력업체 6.19일로 노동자들은 근로계약상 명시도 되어 있지 않은 토요일 근무를 계속하며 주 6일 이상의 근무일수를 채우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노동자들은 평일 장시간 노동과 휴일 근무를 의무적으로 하고 있음에도 제대로 된 근로 수당을 지급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SK브로드밴드 협력업체에서 시간외 근로 수당을 받는 경우는 14%, LG유플러스 협력업체에서 시간외 근로수당을 받는 경우는 11%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은 쉴 틈 없는 근무로 인해 휴일은 고사하고 점심을 제대로 먹을 수 있는 시간조차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한 달 28일을 근무하면서 실제 휴일은 2일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되며 SK브로드밴드 협력업체와 LG유플러스 협력업체는 각각 59.1%, 85.2%가 연차휴가도 없는 상태였다.

정용식 연구원은 "노동자들의 점심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고 점심시간이 있다 하더라도 콜센터에 민원이 접수되는 경우 고객이 요청한 시간으로부터 2시간 이내에 처리하지 않으면 패널티가 적용된다"며 "기사들은 고객의 주차장에서 식사를 하거나 이동하는 차 안에서 간단히 요기하는 게 일상"이라고 토로했다.

점심시간이 정해진 경우는 SK브로드밴드 협력업체와 LG유플러스 협력업체가 각각 43.0%,15.9%로 나타났다. 점심시간이 없는 경우는 각각 44/6%, 68.1%였다. 

근로조건 명시 위반·근로계약서 미교부 논란
수많은 산재사고도 산재처리 하지 않아

최진수 노무사는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의 서비스 센터 직원을 대상으로 한 면접조사를 통해 확인한 다수의 노동법 위반 실태 결과를 발표했다.

최 노무사는 "근로계약서를 반드시 작성하고 이를 교부해야 하지만 근로기준법 준수율이 SK브로드밴드는 14.3%(14곳 중 2곳), LG유플러스는 0%(14곳 중 0곳)로 파악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근로기준법에 따라 임금은 반드시 전액을 지급하고 혹시라도 (노동자로 인해) 근무하는 동안 손해가 발생했다하더라도 별도로 사용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노동자가 거부하면 소송을 통해 이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돼야 하는데 만만치 않은 금액이 사용자 부담분으로 월급에서 차감되어 지급되고 있다”며 “이는 명백한 근로기준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기사들은 고객들의 개통 요청 접수를 문자를 통해 밤낮없이 24시간 통보 받는다. 장애처리 업무도 새벽이라고 예외는 없다”면서 “시간외근로를 시키면서도 이에 대한 급여는 법정방식에 따라 지급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최 노무사는 또 "노동자들의 4대 보험료와 퇴직금, 사용자 부담금이 노동자 본인의 월급에서 공제돼 제공되고 있다"며 "노동자들이 일을 하다 장비를 분실하는 상황엔 장비가 새것이 아님에도 감가상각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출고가격 기준으로 월급에서 차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은 끝도 없는 ‘차감’을 당하고 있다고 최 노무사는 주장했다. 원청에서 정해놓은 CS평가, 품질, 고객민원 등에 따라 차감을 하고 비정상 개통이나 개통 후 장애가 발생하면 건당 10만원의 패널티 부여, 영업실적 미달 시 최대 15만원이 차감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고객 만족도 관련해 건당 10만원 상담의 금액이 삭감되고 지각할 경우 만원을 차감, 장비 불량시도 차감, 케이블 설치 후 원청의 규격에 맞지 않을 경우 검수불량으로 처리돼 건당 최소 30만원이 차감된다고 최 노무사는 설명했다.

그는 “노동자들은 (회사 측에서) 달랑 안전모 하나만 받고 안전장갑, 안전벨트마저도 개인 비용 구입해야 한다”며 “더욱 심각한 것은 노동자들이 위험한 작업환경에 노출돼 있어 전신주 작업과 같은 고소작업 중 추락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비정상적으로 많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러한 작업으로 인해 산재가 발생해도 사업주는 산재처리를 위한 협조를 전혀 하지 않을 뿐 아니라 치료비도 자부담해야하며 요양기간동안 급여도 지급되지 않고 있다고 최 노무사는 주장했다.

산재 사례로는 ‘2012년 작업중 아파트 담벼락 3m에서 추락’, ‘업무상 과로로 인해 기억상실증에 걸려 정신병원에서 3개월간 요양’, ‘2013 개통 작업 중 담벼락에 돌출된 못이 손바닥을 관통해 한 달간 요양’ 등 노동자들이 겪는 고통이 극심함을 알 수 있다.

   
▲ 기자회견에 참석한 비정규직 노동자들

이러한 상황에 대해 간담회에 참석한 노동자들이 직접 증언에 나섰다.

LG유플러스 구리 남양주 센터에서 일하는 기사 A씨는 “남양주가 넓다보니까 양평이랑 가평까지 관할하고 있다. 멀게는 홍천 여주 가까이 까지 간다. 평일 업무가 끝난 후 당직을 설 때 고객의 요청이 들어오면 멀어도 가야한다. 하지만 작업으로 들어오는 돈은 1만원 뿐, 기름 값 외 업무처리로 인한 수용비용은 모두 기사 부담”이라고 털어놨다.

LG유플러스 마포 센터에서 근무한 기사 B씨는 “2년 동안 법인이 4번이 바뀌었다. 석 달 동안 한 번씩 바뀌었다. 바뀔 때마다 급여가 바뀌고 단가가 바뀌고 소속 출근지를 비롯한 모든 것이 계속 바뀌었다. 이런 것은 보면 원천과 센터간의 계약관계도 불분명한데도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일을 해야 하는 심경이 참담하다”고 토로했다.

LG유플러스 성북구 개통업무를 맡고 있는 기사 C씨는 “2년 전에 일을 시작했는데 점심은 당연히 생각도 못하고 하다가 너무 배고파서 팀장한테 전화했다. 배고파서 일을 못하겠다고 하니 개통은 그렇게 일하는 게 아니라며 알아서 먹어라 하더라. 개통업무를 하는 사람들은 제대로 된 점심 한 번 먹어보는 게 소원이다. 뿐만 아니라 전봇대 작업 중 허리를 다친 적이 있다. 그런데 역시 병원비는 내 몫이었다. 쉬는 동안 당연히 급여도 없었다. 심지어 우리는 일을 하지만 일한 만큼의 급여를 제대로 받고 있는 지도 알 수 없다”며 답답한 심경을 드러냈다.

새정치민주연합 은수미 의원은 “(오늘 이 자리에 대한) 나의 관심은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의 말도 안 되는 짓을 허용된 시간 안에 어떻게 다 알릴까 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수당을 다 빼서 퇴직금을 줄이고 사회보험 부담금도 회사 측은 줄이고 퇴직금을 12분의 일로 나눠 주는 것이 80년대 이후 사라진 행태인 줄 알았다”며 “근로감독이 이뤄질 수 없는 곳에서나 행해질 법한 일이 대기업 협력업체에서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은 의원은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는 특별관리감독을 실시하도록 요구했다”며 “통신업체 모두에 전체적인 관리감독을 실시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통신사 측 “협력사의 일” 선긋기

이와 관련 LG유플러스 관계자는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오늘 논의됐던 내용들은) 협력사에 관한 얘기였다”며 “협력사와는 법인도 다르고 본사는 경영 관여를 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본사의 지침을 따라 협력사들이 노동자들에게 시킨 일이라는 다수의 증거 자료를 예로 들자 “파악이 필요한 사항”이라며 “여하튼 실질적으로 보상체계에 문제가 있다면 협력사와 노동자들이 해결방안을 찾아가는 게 맞을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본지>는 SK브로드밴드 측은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아 공식 입장을 확인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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