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소설 ‘서초교회 잔혹사’ 저자 옥성호

   
 

종교인에게 바라는 것… ‘스펙’이 아닌 ‘자신을 부인하는 것’
돈이나 권력이 주는 스릴이 더 좋다면, 목사 관둬야
사람들, 나를 보며 아버지 모습 발견하고자 해

【투데이신문 이주희 기자】“남들이 정상적이라고 보는 것, 내 눈에는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성역으로 여겨지는 기독교와 한국 교회를 거침없이 비판하는 작가 옥성호. 누군가는 그를 기독교계의 ‘문제아’라고도 하고 ‘용감한 비판가’라고도 한다. 기독교에 관해선 자신의 생각이나 신념을 굽히지 않고 저서와 각종 인터뷰를 통해 한국 기독교를 직설적으로 비판해왔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타락한 목사와 대형교회와 관련된 소설을 펴내 주목받고 있다. 바로 그의 첫 장편소설인 <서초교회 잔혹사>다.

옥성호 작가는 사랑의교회 설립자인 故옥한흠 목사의 아들이기도 하다. 옥한흠 목사는 한국 기독교 교계를 초월해 존경받아온 인물이다. 옥한흠 목사는 1978년에 사랑의교회(당시 강남은평교회)를 세웠고 평신도 지도자들을 꾸준히 배출하면서 한국 교회의 제자훈련 열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현재 서울 서초구에 자리한 사랑의교회는 등록된 신도 수만 9만여명인 대형교회다. 2003년, 옥한흠 목사가 은퇴한 이후 오정현 목사가 부임해 사역하고 있다. 그러나 오 목사의 배임, 논문표절, 호화건축 의혹이 제기되면서 사랑의교회도 함께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옥성호 작가는 책에서 서초동에 위치하는 서초교회를 등장시키고 목회자의 잘못된 부분을 그리고 있다. 

그는 책을 통해 어디까지나 서초교회가 특정 교회를 지칭하지 않았음을 밝혔지만 많은 이들은 책에 나오는 서초교회와 사랑의교회가 공통점이 있다는 이유로 둘을 연결시켜 이해하기도 한다. 그는 “(책의 내용은) 사실도 있고 허구도 있다”고 말한다. 물론 소설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달라고 당부하면서.

<투데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다소 민감한 부분을 거침없이 이야기했다. 교회 관계자나 기독교인들의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그는 “대형교회의 문제를 말하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에 나같은 사람이 대여섯명 정도 더 있어도 된다”며 오히려 당당하다. 또, 기독교에 대한 관심이 있기 때문에 비판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서초교회 잔혹사>는 이처럼 일부 대형교회와 욕망에 사로잡힌 목회자의 위선과 탐욕을 풍자한다. 그는 한국 기독교계의 한 획을 그었던 옥한흠 목사의 아들이라는 이름표에 신경쓰지 않고 주위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살지 않는다. 대신 자신이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말을 하며 자신만의 삶을 산다. 책을 읽는 독자들을 향해 ‘신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보라’고 말하는 옥성호. 그의 책과 인생이야기를 들어봤다.

- ‘대형교회’와 ‘비리 목사’를 주제로 소설을 쓰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내가 작년 10월, 미국에 갔을 때 그곳에서 책 2권을 쓰려고 했다. 소설로 쓰려던 아이디어 중 하나는 시카고의 한 평범한 목사가 새벽기도를 가려고 일어나서부터 잠들기까지의 하루를 그리는 것이었다. 요즘도 시간이 나면 노벨 문학상을 받은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의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라는 소설을 읽곤 한다. 이 책은 이반 데니소비치라는 사람이 수용소에서 겪었던 하루를 묘사한 것이다. 이걸 읽으면서 누군가의 하루를 묘사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그래도 내가 좀 아는 사람이 목사이기도 하고 그들이 어떻게 사는지 잘 알기 때문에 ‘목사의 하루를 한번 소설로 써보자’라고 결심했다. 이후 <시카고 장목사의 낯선 하루>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근데 글이 예상보다 빨리 써졌고 남은 시간동안 뭘 할까 고민하다가 <서초교회 잔혹사>를 쓰게 됐다.

소설을 완성 후 쌤앤파커스(이 책의 출판사인)가 소설브랜드를 만든다는 소식을 듣고 대표에게 원고를 보내봤다. 순전히 글만을 보고 판단할테니 그쪽에서 좋다고 하면 책을 내겠지만 안 된다고 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별 부담이 없었던 것이다. 내가 좋아서 쓴 거니까. 근데 출판사에서 좋다며 원고가 더 있냐고 묻더라. 결국 내가 쓰던 <시카고 장목사의 낯선 하루>의 후편을 생각한 게 있었는데 그걸 보내줬고 총 3권을 계약하게 됐다.

- <서초교회 잔혹사>의 주인공을 부목사(극중 장세기)로 설정한 이유가 무엇인가.

교회 부교육자들이 평소 바른 소리를 하지만 실질적으로 자기를희생하고 바른 소리를 해야 할 때가 오면 자신을 합리화시키고 변질시키는 모습을 소설로 표현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장세기 목사를 통해 하나님을 믿는다기보다 하나님을 사용하는 사람이 돼 가는 과정을 그리고 싶었다.

- 이 책을 일주일만에 썼다는데 사실인가.

사실이다. 나도 쓰고 나면 안 믿긴다. (웃음) 막상 완성하고 나면 ‘이건 타이핑(문서작성)만해도 일주일은 걸리겠다’는 생각이 든다. 글을 쓸 때는 매우 집중쓰는 편이라 밥도 안 먹고 잠을 안 자기도 한다. 이 책은 그렇게까지 빠지지 않았지만 쓰는 동안 참 재밌고 즐거웠다. 예를 들어 책에서 보면 김건축 목사가 장세기 부목사를 불러서 “장목사, 자네가 나한테 줄 수 있는 게 뭐지?” 라고 묻는다. 그때 장세기 목사가 ‘내가 영어를 주겠다고 하면 여기서 기어서 나갈 것 같은데’라고 생각한다. 이런 부분을 쓰면서 스스로 웃기도 했다. 혼자 즐겁게 쓰다 보니 시간가는 줄 몰랐다.

- 김건축, 주충성, 배제자 등 소설 속 인물들 이름이 재미있다. 일부러 이름을 그렇게 지었나.

그렇다. 일부러 의도한 것이다. 내가 좋아했던 이름이 배대출 목사, 안질환 목사, 안상해 비서실장, 나다해 장로 등이 있다. 그 외에 일반적인 이름은 내가 아는 사람들이다. 사실 ‘장세기’는 아무런 특징이 없는 가치중립적인 이름이다. <시카고 장목사의 낯선 하루>라는 책에서 사용했던 이름인데 거기서 가져와 썼다.

- <서초교회 잔혹사> 책이 사랑의교회를 염두에 두고 쓴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는데.

오정현 목사가 없었다면 이 책에 대한 아이디어가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내가 보기에는 오정현 목사가 좋아하는 게 몇 가지가 있다. 영어, 국제화, 대외행사, 외국관련한 것들을 좋아한다. 그걸 염두에 두고 인물을 그렸다. 실제 김건축이라는 사람은 없지만 누구나 ‘김건축’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그게 누군지 알지 않나. 그런 면에서 이 소설이 100% 허구이면서도 100% 사실이라는 것이다.

책의 주인공인 장세기의 경우 특정 인물이 아니라 내가 본 여러 부교육자들의 특징을 가져와서 만들었다. 예를 들어 정지만 목사가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김건축을 데려오는 것. 모두가 반대하는데도 아버지(옥한흠 목사)가 오정현 목사를 데려온 것은 비슷하다. 오정현 목사가 부임 후 과거와 단절하면서 자기 스타일로 몰고가는 것도 있었던 일이다. 사실상 중요한 허구는 정지만 목사는 본인이 할 말을 한 후에 돌아가시는 것이다. 실제로는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의 논문표절 논란, 횡령 등의 문제가 불거진 게 2012년이고 아버지가 돌아가신 연도가 2010년이다.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만 해도 이런 문제가 불거지기 전이다. 책을 쓰면서 ‘아버지가 살아계셔서 이 상황을 보셨다면 어땠을까’라 생각도 해봤다.

- 사랑의교회 측에서 항의나 반발은 없었나.

출판사에 항의가 들어왔었다고 한다. 내가 보기에는 교회에서 직접했을 리는 없고 아르바이트생들이 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책에서 보면 교회에서 (교회 홍보와 관련된)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하는데 실제로 그런 게 있다. 나는 오히려 명예훼손이라며 고소해줬으면 하고 바라고 있다. 그래야 책이 잘 팔리니까. (웃음) 어쨌든 그쪽(사랑의교회)에서는 책과 관련된 내용이 잦아들고 묻히기를 바랄 것이다. 책에서 김건축 목사가 쓰는 용어 중에서 ‘영적 멀미’, ‘영적 세포’ 등이 나오는데 이게 오정현 목사가 좋아하는 자주 쓰는 단어다. 그걸 갖고 “왜 내가 사용하는 단어를 썼어?” 이러면 할 말은 없다.

- 소설을 본 사람 중에서 대형교회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을 심어주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좋은 일 많이 하고 깨끗한 큰 교회도 있다’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대기업 삼성을 예로 들자면, 삼성이 잘하는 점을 얘기하는 사람은 100명 중 99명이라고 치자. 그럼 한 명정도가 나쁜 얘기했을 때 ‘삼성에 이런 부분도 있구나’라고 생각하며 그 이야기에 귀기울이는 것이 건강한 사회로 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대형교회 역시 마찬가지다. “큰 교회가 좋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넘쳤다. 그러니 굳이 나까지 좋은 얘기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결국 내가 보기엔 균형의 문제라는 것이다. 물론, 아무리 균형이라고 해도 잘못된 사실을 말하면 틀린 것이다. 하지만 정확한 사실을 갖고 얘기한다면 그것은 듣는 사람들이 판단할 부분이다. 대형교회의 문제를 말하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에 나같은 사람이 대여섯명 정도는 더 있어도 된다고 생각한다.

   
 

- 사랑의교회는 지난 몇 년간 교회 신축을 둘러싼 내분 등의 문제가 있었다. 아버지가 몸담았던 곳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드나.

일련의 상황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하나님은 왜 가만히 계실까’다. 이런 상황을 놓고 어떻게 모든 것이 합력해 선을 이루고 궁극적으로 잘 되고 그럴 수 있지만, 예를 들어 지금 아들이 깡패한테 얻어맞고 있다. 아버지가 그 모습을 보면서 “지금은 니가 힘들고 그러다가 죽을 수도 있겠지만 맷집도 키우고 인생이 얼마나 거친 것도 알고 하면 괜찮을 거야”하며 아들이 맞고 있는 걸 가만히 보고 있는 아버지가 과연 있을까 싶다. 사람들이 말도 안 되는 것으로 계속 ‘하나님의 뜻’이라고 합리화하는 걸 왜 놔두실까. 책에서도 철저하게 김건축이 하나님 뜻이라고 얘기하지 않나. 장세기같은 경우도 자연스럽게 김건축의 행위를 하나님의 뜻이라 생각한다. 박정식이라는 목사는 아니라고 말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나는 이런 상황에 대해 의문이 든다.

- 책에서 장세기 부목사가 “스펙, 이 빌어먹을 놈의 스펙”이라고 말하는 부분이 나온다.
실제로 일부 대형교회에서 스펙 위주로 사람을 뽑는 경우가 있나. 

보통 사람들에게 칭찬 듣고 소문난 교회는 교육자 한 명 모집 공고가 나면 서류가 몇백 개씩 들어온다. 서류는 많이 들어오는데 지원자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를 판단하는 기준은 뭐가 있겠나. 그렇다고 모두를 만나볼 수는 없다. 이 때문에 좋은 학교, 괜찮은 학력 등으로 평가하게 된다. 경쟁이 심해질수록 다들 스펙을 쌓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요즘 웬만한 사람은 유학을 갔다오고 하니까 웬만한 스펙으로는 쫓아갈 수가 없는 것이다. 목사는 남을 가르치고 공부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기본적으로 책 좋아하고 집중할 수 있고 앉아 있을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 능력 역시 중요하다. 목사 본인은 뭔가 깨달은 것 같은데 듣는 사람이 못 알아들으면 안 되지 않겠나. 하나님을 알고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를 전파하는 것이 목사다. 얼마 전 2천 페이지 가량의 성령에 대한 책이 나왔다는 소리를 들었다. 이걸 읽어야 성령을 알 수 있다고 하면 차라리 모르고 말겠다. 우리가 목사를 비롯해 종교인에게 바라는 것은 그 사람의 스펙이 아니라 자기를 부인하는 것이다. 보통 사람은 자기를 부인하지 않고 긍정한다. 자신을 긍정하고 드러내고 확장하고 싶은 게 인간이지만 종교인은 그런 사람들 속에서 자기를 부인하는 모습이어야 한다. 결국 자기를 보여주기 위한 스펙쌓기는 종교인이 지향하는 것과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 소설의 주인공인 장세기 목사. 그가 서초교회에 오래 있고자 하는 이유는 하나님의 일을 하겠다는 마음도 있지만 돈과 권력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만약 장세기같은 목사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그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나.

<서초교회 잔혹사>에서 사실 장세기를 서술하는 것 중 의미있는 하나가 뭐냐면 자신을 외면한 정수태 간사를 자를 때 스릴을 느끼는 부분이다. 그는 아내와 사랑할 때도 느끼지 못했던 희열을 느낀다. 여자는 좀 다를지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남자는 그런 스릴을 맛보면 그것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 사실 현대사회에서 힘이 주는 스릴. 그런 힘이 주는 원천은 대부분 돈이다. 모든 원인은 결국 돈이다. 하나님을 믿는다고 말해도 돈이나 권력이 주는 스릴이 더 좋은 사람은 목사를 그만둬야 한다. 본인 스스로를 돌이켜 볼 때 ‘내가 돈을 너무 좋아하는 구나’, ‘나에게는 먹고 살아야 할 가족의 생계가 더 중요하구나’라고 생각한다면 목사를 그만두고 빨리 다른 길을 찾았으면 한다. 돈을 많이 벌수록 칭찬받는 직업이 얼마나 많나. 목사는 힘든 게 돈이 많으면 많다고 욕을 먹는다. 그러니까 돈이나 권력이 더 좋다면 다른 직업을 찾아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 20대 후반, 기독교에 회의를 느껴 기독교를 포함한 모든 종교에 대해 관심을 잠시 끊기도 했는데 어떤 이유로 그랬나.

고등학생 때도 열심히 믿고 대학교 가서도 믿기는 했다. 그러던 중 20대 초반에 신문을 읽게 됐다. 어떤 여자가 새벽기도를 갔다 오다가 여러 남자들에게 윤간당하는 내용의 기사였다. 그걸 읽으면서 ‘이런 여자 하나 못 지켜주는 하나님이 무슨 하나님이냐’는 생각이 들어 그때부터 교회를 안 다녔다. 아버지가 있어서 안 갈 수는 없어 가긴 했지만 가더라도 예배는 안 드리고 주변 카페에 있거나 했다. 그렇다고 내 머릿 속에 하나님이 없다거나 엉터리라는 생각을 한 적은 없다. 단지 ‘이건 좀 이상하지 않나’하며 뻗댔던 것 같다. 나중에 30대 중반 정도가 돼서는 2000년대 이것저것 일들을 거치면서 이상한 체험도 하고…. 그러면서 기독교가 진짜라고 생각하게 됐다.

- 현재 본인의 믿음 상태가 어떤 것 같나. 독실하다고 생각하나.

항상 독실했다. 어떤 의미에서 독실하다는 뜻이냐면 나는 교회의 문제를 놓고 고민한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 독실하다고 얘기할 수 있는 것이다. 왜냐면 교회가 내게 관심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술먹고 집에 와서 날마다 아이들을 두드려 팬다. 그 중에 어떤 자식이 나가서 우리 아버지가 때린다고 경찰에 신고를 했다. 그랬더니 어머니가 “왜 집안 문제를 바깥까지 들고 나가서 그러냐. 너는 가정을 사랑하지 않는 거야”라고 하는 것과 “너무 괴롭고 아버지가 이러면 더 이상 안 되니까 나가서 아버지가 치료 받아야 된다”고 얘기하는 것. 이 중에서 어떤 것이 가정을 생각하고 사랑하는 걸까. 나는 후자라고 생각한다. 교회 안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조용히 하고 은혜로 덮고 하는 것은 독실하지 않고 그런 사람들은 무관심한 것이라 생각한다.

- 자신이 기독교를 위하는 방식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사람은 자기 생긴 대로 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자기가 잘하는 것을 하고,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사는 것 말이다. 그건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사랑하며 사는 것도 포함된다. 만약 부모가 정해준 사람을 만나 결혼해야 한다면 그게 얼마나 불행인가. 나는 내 방식대로 하는 것이다. 날마다 앉아서 하는 것만이 기도가 아니다. 어떤 사람은 가난한 사람에게 밥 퍼주는 게 기도일 수 있다. 내가 사는 아파트 앞에 보면 365일 벤치에 앉아 있는 거지가 한 분 계신다. 만약에 어떤 사람이 매일 그 사람을 위해 새벽마다 빠지지 않고 기도하고 어떤 사람은 그 사람에게 가서 만원짜리 하나를 준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만원짜리를 건네는 행위도 기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사람(거지)에게는 어떤 게 더 좋은 기도일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기도가 제일 편한 방식이니까 사람들이 많이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 방식대로 하는 사람은 그렇게 하면 된다.

   
 

- 유명한 목사의 아들로 산다는 것. 본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쳤나.

‘아버지가 유명하구나’ 라고 느낀 것은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부터다. 고등학교에 들어갔을 때 교회가 커지기 시작했다.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 1학년 때 담임선생님 부인이 우리 교회 교인이었는데 어느 날은 담임이 저에게 “내 마누라가 너네 교회 다니는데 니가 공부 안 하면 내가 욕먹는다”고 말한 적이 있다. 어쨌거나 아버지가 유명하다는 것은 좋은 거다. 아버지는 욕을 먹기 보다는 칭찬을 많이 듣던 분이었으니까.

유명한 사업가의 아들로 사는 것과 유명한 종교인의 아들로 사는 것은 좀 다른 것 같다. 목사인 아버지 아래에서 지내는 것. 어찌 보면 사람을 되게 협소하게 만든다. 왜냐하면 그 종교 안에서 열심히 살아야 하니까. 다른 생각을 하면 안 되니까. 사실은 <시카고 장목사의 낯선 하루>라는 책을 그런 이유에서 쓰고 싶었다. 책에서 보면, 딸이 갑자기 목사인 아버지에게 와서 자기는 더 이상 신을 믿을 수 없다고 선언한다. 그게 책의 주요 내용이다. 우리나라는 예를 들면 목사의 아들이 가톨릭으로 갔다, 이혼을 했다, 불교를 믿는다던가 하면 그 목사 자체가 부정된다. 아버지가 새누리당 국회의원이더라도 자식은 진보당에 갈 수 있는 것 아닌가. 부모를 자식의 연장선상에서 본다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았다. 아버지가 존경받아서 좋긴 하지만 종교인의 자식이라는 스트레스가 컸다. 아버지가 워낙 유명하고 존경받는 인물이다보니 그에 대한 기대가 고스란히 나에게 투영됐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나를 보면서 아버지의 모습을 발견하고 싶어 한다. “너는 아버지랑 왜이렇게 달라?”하기도 하고. 이런 소리 듣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였다. 나는 독립된 삶을 사람인데 말이다.

- 아버지처럼 목사가 되고 싶었던 적은 없었나.

아주 어릴 때는 목사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 있다. 아버지를 보니까 폼이 나더라. 그래서 목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잠깐 했었다. 그 뒤로는 없다. 종교인은 자기를 부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그게 ‘나’라는 사람과 얼마나 거리가 먼지 알기 때문이다. 나 자신을 잘 아니까.

- 그럼 목사가 아닌 어떤 삶을 꿈꿨나.

원래 미국에서 회사 다니며 살고 싶었다. 어릴 때에는 훗날 내 이름으로 된 책을 내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다. 2007년도에 첫 책이 나왔을 당시 나는 미국에 있었다. 책이 나오자마자 출판사에서 책 한 상자를 보냈다. 상자를 뜯어 책을 펼쳤는데 저자에 내 이름이 쓰여 있었다. 그때의 감격은 잊을 수 없다. 근처 카페에 가서 앉아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지속적으로 기독교 관련 책들을 쓰다 보니 다른 종류의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소설을 쓰게 됐다. 앞으로는 교회에 한정돼 있지 않은 다른 분야의 책을 쓰고 싶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보편타당한 책을 쓰고 싶은 욕심이 들기 마련이다. 앞으로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에 근접하는 글을 쓰고 싶다는 욕심도 있다.

- 일각에서는 본인을 ‘기독교 이슈메이커’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별명에 대한 생각은.

내가 쉬운 사람은 아닌 것 같다. (웃음)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 이런 말씀을 여러 번 하셨다. “뭐가 니 맘에 들겠냐”라고. 남들이 정상적이라고 보는 게 내 눈에는 정상적이지 않아 보인다. 그런 게 너무 많다. 그런 문제를 자꾸 제기하니까 이슈메이커, 반항아, 이단아라고 얘기할 수도 있긴 하다. 아니면 시대를 앞선 사람이라고 좋게 얘기할 수도 있을 것 같고. 나는 마광수 교수같은 분을 존경한다. 그런 분들은 몇십년 전 말도 안 되는 시대에 진보적인 목소리를 쏟아냈던 분이다. 근데 그런 분들이 너무 고생했다. 왜냐면 시대가 너무 안 좋았으니까. 그나마 나는 지금이 괜찮은 시대라서 무슨 얘기를 해도 그때보다 고생을 덜하기 때문에 시대를 잘 타고났다고 생각한다.

- 글이나 책을 쓸 때 어떤 기분이 드나.

글쓰는 분들 중에는 매일 아침마다 정해놓고 1시간, 2시간 쓰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그런 분들과 달리 한번 꽂히면 쓰는 스타일이다. 물론 그 과정이 고통스럽다고 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나는 오히려 즐겁다. 무엇보다 소설이 주는 큰 매력이 있다. 연기자들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삶을 살아보는 게 연기의 매력이라고 얘기하듯, 마치 신이 돼서 내 마음대로 만드는 게 소설이 주는 매력이자 특별함이다.

- 본인만의 글 잘 쓰는 비법이 있다면?

잘 쓴다는 것. 참 여러 가지 의미가 있을 것 같다. 내 글을 스스로 평가할 때 문장이 아름답고 이런 것보다는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명확한 듯하다. 글은 문장을 떠나서 메시지가 명확한 게 중요한 것 같다. 듣고 나서 무슨 얘기를 하는지 알 수 없으면 안 되지 않나. 메시지가 명확하면 글이 지루하지 않게 된다. 주변 지인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긴 하다. 내 책을 보면 내가 옆에서 얘기해주는 것 같다고 한다. 나는 글을 말하는 대로 쓴다. 글을 빨리 쓸 수 있는 것도 문장마다 막 고민하지 않고 말하듯이 쓰는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 이 책을 읽고 독자들이 어떤 생각을 갖게 되길 바라나.

독자들이 책을 읽으면서 즐거움과 재미를 느꼈으면 한다. 그게 어찌 보면 풍자가 주는 장점이다. 동시에 책을 덮었을 때 어둠 속을 한걸음씩 들어가는 장세기의 모습을 보며, 자신의 마음 속에 신앙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물을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 1인 출판사 ‘은보’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던데.

지금까지 아버지의 미발표 원고 혹은 아버지가 쓰셨던 사역공부 교재를 냈고 사랑의교회와 관련된 <왜 why?>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앞으로는 다른 종류의 책도 내고 싶다.

- 앞으로의 계획은.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소설이 2개가 있다. 그걸 빨리 마무리하고 싶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기존에 썼던 책 혹은 나라는 사람이 가지는, 사람이 주는 메시지. 그것 때문에 선입견을 갖고 <서초교회 잔혹사> 책을 읽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책을 재미있는 소설로 읽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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