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선박 사고에 대처하는 조상들의 자세
[칼럼] 선박 사고에 대처하는 조상들의 자세
  • 이종우 칼럼니스트
  • 승인 2014.04.17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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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우 칼럼니스트
▸철학박사
▸상지대학교 강의전담교수

【투데이신문 이종우 칼럼니스트】『세종실록』 15권, 세종 4년(1422, 임인) 3월 19일(병자) 5번째 기사를 보면 물에 빠져 죽은 선군(船軍), 즉 수군 가운데 배를 타는 군인에게 주는 미두를 기록하고 내어주기로 결정하는 내용이 나온다. 그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면, 이전부터 물에 빠져 죽은 선군에게는 상장례 비용을 지원하고 상세하게 기록하도록 명령을 내렸는데, 이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 것으로 보이니, 아예 상세한 지원 내용을 기록하여 보고하라고 전달했다고 한다. 군역을 수행하고 있는 백성들이 배를 타고 군역을 수행하다가 사고가 생겼을 때 이들에 대한 처우를 알 수 있는 기록이다.

도로교통이 덜 발달하고 비행기와 같은 항공 운항 수단이 없었던 근대 이전에, 해운(海運)은 매우 중요한 교통수단이었다. 특히 한꺼번에 많은 인원을 먼 거리까지 이동시킬 수 있었던 거의 유일한 교통수단이었으며, 대규모의 물량을 이동시킬 수 있었기 때문에 세금이나 공납품을 나를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근대 이전에는 지금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조선(造船) 기술이나 항해술이 덜 발달했기 때문에 자연재해 등으로 인한 선박 사고도 많이 일어났고, 그로 인한 인명피해도 컸다.

조선시대의 지배층은 이러한 선박 사고에 대하여 더욱 많이 우려했고, 사고가 발생하면 원인을 철저히 조사하여 일벌백계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 대표적인 예로 『중종실록』 56권, 중종 21년(1526 병술) 2월 22일(을해) 6번째 기사를 들 수 있다. 기록에 따르면 중종은 “당포만호(唐浦萬戶) 남공준(南公俊)이 망령되이 공을 바라느라, 바람이 심하고 바다가 험한 날 순환선(巡環船)을 내보냈다가 많은 사람들이 익사하게 만들었다.”다고 하고 남공준을 잡아다 죄와 과오를 추궁하고 심문할 것을 명령했다.

또한 『태종실록』 21권, 태종 11년(1411 신묘) 6월 9일(무술) 5번째 기사에 따르면, 지울주사(知蔚州事) 이복례(李復禮)가 기생과 종을 거느리고 배를 타고 섬에 놀러갔다가 배가 뒤집혀서 데려갔던 기생과 종들은 죽었는데, 이복례가 자신은 참여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갔다가 죽었다고 보고한 사건이 생긴다. 이에 태종은 크게 노하여 거짓 보고한 이복례를 행락(行樂)을 즐겨서 수령으로서 모범을 보이지 않은 것도 모자라서 거짓 보고까지 했다는 이유로 이복례를 잡아서 목에 칼을 씌우고 발을 쇠사슬로 묶어서 국문(鞫問)하였다. 이에 이복례가 실토하였으나, 당시 참조했던 법인 『대명율(大明律)』에 해당되는 조항이 없자, 태종이 “과오(過誤)로 인명(人命)을 살상(殺傷)한 죄로 속(贖)하게 하라.”고 하여 선주(善州)로 귀양을 보내기까지 했다.

해운이 가진 유효성, 그리고 선박 사고가 발생 했을 때 인명과 재산 피해가 얼마나 크다는 사실은 근대 이전뿐만 아니라 과학기술과 조선 기술, 해운 기술이 발달한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잊을 만하면 선박 사고가 발생한다. 대표적인 예가 서해훼리호 침몰 사고이다. 1993년 10월 10일 전라북도 부안군 위도에서 여객선 서해훼리호가 침몰해서 29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동아일보 기사에 따르면 이 사고의 원인은 221명이 정원인 배에 승객 355명, 선원 7명 등 무려 362명이 탑승했고, 기상 악화에도 불구하고 운항을 강행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20여년이 2014년, 다시 세월호라는 여객선이 침몰하는 사고가 생겼고, 이로 인해 수학여행을 가던 고등학생과 교사 등 9명이 사망하고 287명이 실종되었다. 근대 이전 선조들은 과학 기술이 상대적으로 덜 발달했던 상황 속에서도 피해를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렇지만 과학 기술이 훨씬 잘 발달한 오늘날, 선박 사고로 인한 대형 참사가 계속되고 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서 인재(人災)만큼은 최소화해야 아까운 목숨을 잃는 악순환이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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